그는 오랫동안 혼자였던 사람이었다. 아니, 어쨌든 나보다 오래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모든 면에서 다르다.
이제껏 취향이 똑닮은 사람들만 만나왔던 나에겐
그 만큼 심심한 사람도 없는 듯 했다.
그의 데이트 방식은 내 성에 차지가 않았다.
늘, 문화생활, 맛있는 거 찾아먹기를 데이트로 해온 도시여자 나.
늘, 시골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거나 버섯 따러 가거나 산책하는 시골남자 그.
우리는 데이트 하는 내내 주말에 하루 이상은 그의 가족을 만났다.
엄마, 아빠, 누나, 또 누나, 형.
매주 둘 만의 시간은 없고 가족 아니면 친구와의 모임인 주말이 내게는 좀 힘들었다.
가뜩이나 외로운 외국 생활, 말도 잘 안통하고 아주 편하게 대할 수도 없는 사람들과 지내는 데이트라니.
게다가 화목한 그의 가족을 만나면 곧장 한국에 있는 내 가족이 생각나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그렇게 울적할 수가 없었다.
하루는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감정이 터지고 말았다.
그는 곧 나의 마음을 이해해 주었고
둘만의 시간을 좀 더 갖자고 해주었다.
그 : 가족들은 나와 주말을 보내는 것이 너무 당연하고, 항상 내가 자신들을 위해 시간을 내 줄 거라고 생각해.
왜냐면 내가 혼자 일때 그렇게 지내왔거든.
나도, 내 가족도 항상 같이 시간을 보내는데 익숙해서 네가 힘들거라는 생각, 나와 둘만의 시간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 못한거 같아.
물론, 그 뒤로 가족이나 친구 없는 주말이 없어진건 아니었지만
나름 일찍 헤어진다던지, 주말 중 적어도 하루는 둘 만 보내려고 노력한다던지 해준다.
아직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가족을 만난다. 갈길이 멀다.
나도 그의 생활 패턴이 하루아침이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의 가족이 그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기에
될 수 있으면 만남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이 날은 그의 형이 마라톤에 참가하는 날이었다.
출발하는 형의 모습을 찍어주기 위해 아침 일찍 부터 마라톤장에 갔다.
형의 여자친구, 형의 딸과 함께였다.
마라톤은 릴레이로 진행되는 거였기 때문에 형은 약 사십분 정도 뛰면 되는 거였다.
바톤 터치해주는 형의 사진까지 찍어준 뒤,
그는 내게 가자고 했다.
조카가 어린이 400미터 경주에 참가 할 예정이었는데 가자고 하니까 놀라웠다.
평소 같으면 하루 종일 같이 시간을 보냈을텐데.
그렇게 우리는 마라톤장을 떠나 시내 구경을 했다.
함께인 이래로 처음으로 시내 구경 같이 하는 거니 이 얼마나 기념비적인 날이란 말인가 !
함께 커피숍에서 맛없는 스무디를 마셨는데도 (음료는 한국이 최고)
나는 그게 너무 좋아 평범하고 맛없는 스무디 사진을 찍었다.
서로 다른 사람과 맞추어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제껏 연애를 해오면서 '사람은 변하지 않아.' '같은 문제는 그가 변한다고 약속해도 늘 발생하기 마련이야.'라고 결론을 내렸다.
변하지 않는 것은 맞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계속 같은 길을 갈 수 있는 방법은
양보하고 맞춰주고 이야기하는 것인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 함께 한지 일년이 다 되었는데 커피숍 데이트 2번째는 좀 심한거 아니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