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식당에서 돈 내는 사람은 누구.

by 몽아무르




우리의 첫 데이트는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커피숍, 극장, 식당, 집에 데려다 주기.


예상과는 달리 그는 애프터를 신청했다.

그 때 나는 학기말 페이퍼로 미친듯이 바쁠 때였고,

우리는 첫 데이트 후 삼주 정도 지나서야 만날 수 있었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그가 그만큼 인내심이 있었기에 우리 관계가 가능했다는거다.

삼주 동안 내가 먼저 문자 보낸적 한번도 없었지만

그는 이틀에 한번 삼일에 한번 짧은 안부 문자를 보내오며 나를 기다려 주었다.

솔직히 그때만 해도 나는 그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학기를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며 매일 밤을 페이퍼를 쓰며 좀비처럼 보냈기 때문이다.


혹자는 '나한테 관심 없구만 !' 하며 떠나버렸을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는 꾸준하고 차분히 기다려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고맙고, 이제껏 만났던, 빨리 어떻게 해보려고 안달난 녀석들과는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데에 하늘에 감사한다.



두번째 데이트 때, 그는 뭘 하고 싶냐고 물었다.

나는 글쎄. 라고 대답했다.

그도 그닥 시내 타입이 아니라 팬시한 데이트를 준비할 줄은 모른다.

볼링? 이라는 그의 문자에, 나는 볼링 빼고 다. 라고 대답했다.

학기말 페이퍼를 끝낸 직후라 운동은 별로였다.


그 : 그럼 우리 집에 올래? 내가 저녁 해줄께.


나는 더럭 겁이 났다. 아직 한번 밖에 보지 못했는데 집으로 가는건 불편했다.


나 : 네 요리는 정말 정말 맛보고 싶지만, 그건 다음으로 미루고, 식당에서 밥 먹을까? 이번엔 내가 살께 !

그 : 하하하. 너 좋을 대로. :)


우리는 식당에서 만났고 저녁을 먹었다.

퇴근 직후 나를 만나러 온 그는 내 앞에서 넥타이를 벗어 제꼈다.

처음 봤을때의 그의 옷차림은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정장을 입은 그는 '나름' 멋져보였다.

헌데 그렇게 빨리 넥타이를 벗어버리다니. 아쉽다.


우리는 공통 관심사가 별로 없었다.

그는 말이 많은 편도 아니었다.

그러므로 참 할 말이 없었다.

불어 단어의 여성형, 남성형 가지고 몇분은 이야기 한 것 같다.

나는 대화가 재밌는 사람을 좋아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그와의 대화는 재밌지는 않다. 우리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취향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도 할거지만, 내가 '우리는 너무 달라.' 라고 이야기 하면

그는 엄청나게 서운해 한다.


'이제 일어날까?'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집에 가자는 그를 보며,

이 사람은 정말 내게 관심이 있는 걸까. 라는 의심을 한번 더 했다.


어쨌든 내가 낸다고 했으니 나는 그보다 먼저 일어나서

씩씩하게 계산대(라고 믿었던) 곳으로 걸어갔다.

아무도 없기에 누가 올때 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따라오는 기척이 없는 거다.

뭐하는 거지. 하며 뒤돌아 보니 이미 그는 (진짜)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고 있었다.


저녁 산다고 했던 여자가 엉뚱한데 가서 기다리고 있으니,

아마도 내 어깨를 두드리며 '계산하는데 저기야.'라고 말하기 민망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두번의 데이트에 한푼도 보태지 못했다는 사실에 나는 너무 부끄러웠다.


나 : 왜 네가 계산해 ! 내가 한다고 했는데 !

그 : 원래 식당에서는 남자가 계산하는거야.

나 : 그런게 어딨어 ! 문화적인거야 ?

그 : 응. 레스토랑에서는 대부분 남자들이 계산해. 우리 아빠도 항상 본인이 계산하시는데.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것도 경우에 따라 다른거 같았다.

뭐 첫 데이트야 남자가 낼 수도 있는거지만,

두번째 데이트부터는 여자가 낼 수도 있는거고.


다른 프랑스 여자애에게 식당에서는 남자가 내는게 보통이냐고 물으니,

자기는 남자친구가 대부분 내게 하고 나중에 비싼 선물을 해주는 식으로 한다고 대답했다.


물론, 이제와 보니, 커플 나름인것 같다. 여자가 내는 커플도 있었고. 뭐. 등등.

괜히 문화적 차이를 들먹이며 생각한게 조금은 부끄러웠다.


이렇게 두번째 데이트는 짧고 굵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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