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개 넘어 또 한 고개

극한직업에도 기쁨이

by 민휴

한 고개 넘으셨나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기 또 한 고개의 꼬리가 보이지만, 잠시 쉬어서 가자고요.


관수시작 버튼을 누르자 일제히 쏟아지는 물줄기... 연결 부위마다 세차게 물이 새어 나왔다. 이번에도 실패다. 그 많은 물줄기들이 마치, 내가 울고 싶은 마음을 대신해 주는 것 같았다.


100평 하우스에 제초 매트를 깔고 관수호스를 연결했다. 큰 하우스에서 사용하고 남은 호스들을 소켓으로 연결해 주는 것인데 순서대로 조립해서 공구로 단단하게 조였다. 화분을 모두 배치하고 파이프에 구멍을 뚫고 관수 스틱을 연결해 화분에 꽂고 물을 틀어 실험했다. 화분에 꽂은 스틱에서는 물이 잘 나오는데 파이프 연결 부분에서 모두 물이 세는 것이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구입처에 문의도 해 보았지만 같은 상황이라 힘들게 잠갔던 밸브를 다시 풀었다. 구입처에 전화해서 바쁘다는 사장님을 기어코 바꿔 달라고 해서 통화를 한다.


"링을 끼울 때, 밀어서 끼우지 말고 잡아당겨서 일자로 끼워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링이 안으로 밀려가면서 물이 새요."

"아! 링을 밀지 말고, 당겨서 끼우는 게 노하우군요."


남편은 포클레인으로 흙을 퍼 담는 작업 중이라 비교적 쉬워 보이는 파이프 연결 작업을 내가 맡았는데 단단한 링을 당겨서 일자로 끼우는 데 힘이 달렸다. 할 수 없이 남편이 링을 끼워줘서 밸브를 돌렸다. 잠금 공구로 두 사람이 매달려 최대한 잠갔다. 다시, 관수 시작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야말로 성공이다. 한 방울의 물도 세지 않고, 화분 가운데에 꽂아 놓은 스틱의 스프링 쿨러가 팽글거리며 물이 분사되었다. 우주선 발사 성공이라도 한 듯 환호하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100평 하우스는 바닥 평탄 작업, 제초 매트 깔기와 관수 시설까지 모두 우리 손으로 완성한 나름의 애정이 깃든 작품이다. 하나하나 완성할 때의 기쁨은 아이들과 레고 블록을 만들 때나, 과학상자를 조립할 때, 직소퍼즐을 완성할 때 느끼던 뿌듯함과 비슷한 것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집에 오는 큰 아들이 드릴로 파이프에 구멍을 뚫었고, 스틱을 파이프에 꽂을 때도 큰 도움이 되었다. 흙을 담은 백을 운반할 때만 일일 노동자 2명과 함께 했다. 묘목이 부족해서 몇 그루 심지 못했기 때문에 추가로 심을 일과 더워지기 전에 뒷문 확장 및 통풍 시설을 완비하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



블루베리 식재를 위해 비닐하우스를 짓는다. 제초 매트를 깐다. 화분을 배치한다. 화분에 흙과 우드칲을 채운다. 왕겨를 섞는다. 피트모스를 올린다. 관수 시설을 한다. 화분의 가운데에 블루베리의 뿌리를 펼쳐서 심는다.큰 공정 사이사이 흙을 섞고, 전체 바닥 쓸기를 몇 차례, 관수 시설 부품조립, 셀 수 없이 많은 공정들이 생략되어 있다. 한 공정씩 몸소 해결해 가며 6개월 만에 블루베리 심기를 마무리했다.


블루베리 하우스 재배의 거의 모든 과정을 땀 흘리며 실행했기에 이제는 누구에게 방법을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둘째까지 세 사람이 드림팀으로 알바 다녀도 괜찮겠다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가 되었다.


둘째의 계산에 따라 6개월 동안 스무 번 우리 농장을 방문해 이런저런 조언과 지도를 해 주었던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최상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에 블루베리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라고 했다. 지금은 버튼만 누르면 순차적으로 열을 맞춰 물이 들어간다. 블루베리 나무가 물을 빨아먹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내 속까지 다 시원해진다. 문제는 그 맛있는 물을 블루베리 나무만 먹는 것이 아니라 흙속에 숨어 있던 풀씨들도 함께 먹는다는 것이다.


나무 주변에 물이 많은 것을 알고 가운데로 달려드는 풀들을 뽑고 있다. 화분의 풀 뽑기 작업은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 난이도 최하다. 다만, 하우스가 넓어서 이쪽을 뽑고 있으면, 시작했던 부분부터 다시 풀이 나고 있다는 것이다. 풀의 수렁이라거나, 개미지옥이라는 등의 말로 걱정하고 있는 내게 남편은 말한다.


"풀을 잘 키우는 흙이 나무도 잘 키우는 건강한 땅이야."

"나무가 먹을 양분을 풀이 다 뺏어 먹으니까 빨리 풀을 뽑아야지요."

"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요즘은 초경재배라고 일부러 풀을 키우기도 한다고 들었어."

"습기를 잡아주기도 하겠네요."


그렇게 생각하니 풀을 뽑는 손아귀에 힘이 살짝 빠졌다. 풀도 나름 최선을 다해서 자라고 있을 텐데 말이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10일에 걸쳐 수북하게 올라온 풀들을 뽑았다. 흙에 묻혀 있던 풀씨들이 발아하여 풀이 보이는 대로 몇 차례 뽑아 주면 날아오는 곳이 없기 때문에 풀 관리가 수월해질 거라고 전문가는 조언했다. 좋은 흙에 주기적으로 물을 주고 있으니 풀들이 발아하기에도 좋은 환경일 것이다. 씨를 맺으려고 자잘한 풀들도 꽃을 피우고 있어 풀이 보이면 바로 뽑아내고 있다.


삶의 모습도 그런 것 같다. 한 가지 일을 잘 해결했다 싶으면, 다른 일이 생긴다. 늘 닥쳐오는 문제들을 탁구공 받아 넘기 듯 해결하며 숨 가쁘게 살아온 것 같다. 한 고개를 넘어서니 또 한 고개가 펼쳐진다. 뒤돌아서 내려올 수 없는 고개다. 더딘 발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기에 한 차례 쉬고... 마음을 다잡아 다시 힘을 내 본다.


블루베리 화분들의 풀 뽑기 작업이 완료되었으니, 며칠은 안심하고 복숭아나무 가지 유인작업에 매달려야 해서 복숭아 밭으로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