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에서 생긴 일 1

혹시, 00님 아니세요?

by 민휴

"언니들! 비키니 꼭 챙겨 와요!"

"비키니? 그걸 왜?"

"아! 촌스러워! 검색해 보고 최대한 예쁜 걸로 사요! 꼭!!!"

J의 팔딱이는 목소리가 스마트폰 바깥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2019년 설날 연휴에 30년 지기 레인보우 모임에서 다낭으로 3박 5일 여행을 갔다. 준비물을 챙기라며 이것저것 생각날 때마다 서로 글을 올리는 바람에 단톡방이 잠잠할 틈이 없었다. J는 해외여행을 우리들이 제주도 가는 것보다 더 자주 간다.


비키니는 뭐 하려는지 영문도 모른 채 가방 깊숙이 챙겨 넣었다.


가족들을 두고 혼자 여행 가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내가 없는 동안 가족들이 먹을 음식들을 챙겨 놓느라 몸이 지친 상태로 무안 공항으로 향했다. Y언니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빠지고 다섯 명이 모였다. 여행사 직원은 우리들 전체 인원이 21명이라고 알려 주며 서로 인사를 시켰다.


젊은 부부가 있는가 하면 어르신 부부도 세 팀이 계셨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 보이는 부부도 있었고, 대학생이 셋 등 구성 멤버들이 선별하지 않은 과일상자 속의 과일들처럼 천차만별이었다. 우리들은 젊은 편에 속했다.


비행기가 다낭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찾아 현지 가이드가 들고 있는 여행사 이름이 적힌 종이를 보고 일행들이 있는 쪽으로 갔다. 외국이니만큼 더 똘똘 뭉쳐야 할 상황이었다. 어지럽고 메슥거리는 비행기에서 무사히 내린 안도감이 후끈한 바람과 함께 몰려왔다. 추운 겨울에 출발해 여름 나라에 내려야 해서 다낭에 도착해 감쪽같이 여름옷으로 바꿔 입고 일행이 모두 모이기를 기다렸다.


한참을 떠들며 기다려도 나설 기미가 없었다. 가이드가 70대 부부가 아직 나오시지 않았다고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했다. 그러기를 30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흘렀다. 한 번 나오면 공항 안으로 다시 들어갈 수도 없고, 현지 가이드도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우린, 기다림에 지쳐있다가 그분들이 어디서 방황하고 계실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혹시,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리나라 사람처럼 보이는 어른들께 다가가 성함을 여쭙고 다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무안 공항에서 얼굴이라도 자세히 봐둘 걸, 나올 때 챙겨 드릴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종이에 그분들의 성함을 써서 펼쳐 보이며 확인하고 다녀도 다낭 공항 광장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가이드는 사무실에 전화를 했지만, 설날 연휴라 연락이 잘 안 된다며 당황해했다. 그분들의 전화번호는 개인정보라서 알려 줄 수 없다며 한국 여행사로 전화해서 그분들에게 바깥으로 나가는 방법을 알려 준다고 했다.

가이드가 여행객들 연락처를 모른다거나 여행사가 여행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직원이 쉰다는 것도 무언가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이 순조롭게 풀려갈지 소심한 걱정이 앞섰다.


4시가 다 돼서야 그분들이 공항 밖으로 나오셨다. 우리는 갑자기 환호를 지르며 반가워했고, 그분들은 국제미아가 될뻔한 두려움을 털어내며 눈물을 글썽였다. 짐을 찾고 출구를 몰라서 공항을 헤맸다고 했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도착한 시간이 벌써 오후 4시 반이었다. 나는 피로와 긴장과 걱정이 한데 엉켜서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