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에서 생긴 일 2

바나힐 프랑스 마을

by 민휴

늦은 점심을 먹으며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부부의 남편이 툴툴거렸고, 젊은 부인은 달래는 눈치였다. 자투리 시간이 돼버린 오후 일정은 바나힐 프랑스 마을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프랑스의 마을 모습으로 건축된 곳이라고 해서 기대가 되었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이국의 거리를 걸으며 진짜 관광이 시작되었다.


세계 최장길이 5.8 Km, 소요시간 20분이 걸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바나산을 올랐다. 흔들거림이 심해서 또 촌스럽게 멀미를 했다. 점심을 먹지도 않았는데 토할 것 같은 불편함 때문에 20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정신이 없었다. 우리 다섯 명 모두 비닐봉지가 있을 턱이 없었으니 대략 난감한 상황이었다. 뷔페에 가면 부스럭거리며 비닐봉지를 꺼내는 할머니들이 보이는데 그 할머니들의 꼬깃한 비닐봉지라도 고마울 것 같았다.


땅에 발을 딛고 나서야 울렁증이 가라앉았다. 프랑스의 식민지였을 때, 프랑스인들의 피서지였던 곳을 테마파크로 꾸며 관광지가 되었다는 설명에 씁쓸한 마음이었지만, 금세 잊어버렸다. 멋진 건물들과 낯선 거리를 걸으면서 마치, 프랑스를 여행 온 것처럼 착각이 일었고 집에서 아주 멀리 떠나왔다는 실감이 났다.


J는 초록색 점퍼가 사진에 제일 밝고 예쁘게 나온다며 모델 강의에 한창이었다.

"언니들! 허리를 쭉 펴고! 내가 제일 예뻐! 이런 자세로 당당하게!"

H언니의 수줍은 웃음, 내 평생 단짝 친구인 S의 귀여움, 무얼 시켜도 따라 하지 못하는 나...

M은 J와 사뭇 다른 포즈를 취하면서 '내가 더 멋있지?'라는 표정을 잊지 않았다.


우리들의 티키타카... 깔깔거림을 쫓아다니며 부러운 듯 웃고 계시는 어르신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챙겨 드리며 여행 오신 이야기를 듣는 것도 큰 재미였다.


행선지를 옮길 때마다 공항에서 일행을 애타게 했던 어르신의 별명인 00 오빠 부부가 오셨는지 살뜰히 챙기는 것이 우리들의 일이 되었다. 양동시장에서 자영업을 하신다는 그분들은 평생을 붙어 사는데 여행도 같이 왔다며 우리가 부럽다고 하셨다. 나이 드니 여행도 힘들고 겁이 난다며 젊었을 때 부지런히 여행을 많이 다니라고 조언해 주셨다.


현지 가이드는 20대의 젊은 아가씨였다. 수줍음을 타면서도 웃는 얼굴로 조곤조존 설명을 잘해 주었다. 한국에 가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웠고, 돈을 벌어서 한국에 가려고 알바 중이라고 해서 반갑고 기특했다. 그래서 더 잘 대해 주고 싶었다. 우리나라 말을 띄엄띄엄 구사했는데 우리 일행이 제일 편했는지 동행이 되었다. 그의 사연을 들으니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사는 모습이 더 예뻐 보였다. 그는 골든브리지에서 우리들의 멋진 단체 사진을 찍어 주기도 했다.


숙소는 미케비치에 있었다. 공항에서부터 늦어진 투어 때문에 도착한 시간이 밤이라 해변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다음 날 이른 새벽에 해변에 가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J가 다음날 들를 예정인 재래시장과 쇼핑센터에서 사야 할 목록을 주섬주섬 일러 주었다. 특히, 코코넛 오일을 꼭 사야 한다며 투어로 지친 우리들에게 코코넛 오일 목욕 서비스를 직접 시범해 보였다.


J는 여행 출발 전부터 우리에게 서비스를 할 계획으로 쌀겨와 얼굴팩 3일 치를 챙겨 왔다. 코코넛 오일에 쌀겨를 버무려서 우리들의 등을 싹싹 밀어주며 코코넛 오일의 효과를 구구절절 설명했다. 밤마다 얼굴팩을 한 덕분에 다낭의 강한 햇빛에 덴 피부가 진정되었다. 늘 매끈하고 깨끗한 피부를 자랑하는 J의 노하우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재잘거림이 잦아들고 밤이 깊어갔다. 다음날 새벽에 만나자며 나누어진 방으로 헤어져오는 뒤편에서 J의 목소리도 따라왔다.


"언니들! 비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