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에서 생긴 일 3

미케비치에서 우리가 무슨 짓을

by 민휴

상상초월 J가 우리에게 무얼 시킬지 몰라서 비키니를 속에 입고 겉옷을 챙겨 입은 우리는 겁먹은 졸병들처럼 J의 뒤를 따랐다. 넓은 백사장을 자랑하는 미케비치는 안개가 끼어 운치를 더하고 있었다. 발끝에서 부서지는 하얀 포말의 간지러움과 끝이 보이지 않는 백사장은 마음껏 놀아도 된다고 허락된 운동장 같았다.


카메라로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 주고 있는데 드디어 J의 사탕발림이 시작되었다.

"언니들! 우리가 더 나이 먹으면 이런 것 절대 못해요!"

"그래서 어쩌자고?"

늘 활기 넘치는 M이 반문했다.

"비키니만 입고 우리만의 쇼를 해야지?"

"엥???"

우리는 웃음이 터졌다.

"여기서 어떻게?"

"에이, 누가 본다고 그래요? 나도 한 번도 못해봤어. 이럴 때 해 보자고요."


J는 다단계에 끌어들이는 사람처럼 달콤한 말로 우리를 설득했다. 그 말은 마치 악마의 속삭임 같아서 우리의 겉옷을 벗게 만들었다. J와 M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껏 포즈를 취했고, S도 기왕 할 일 빨리 해치우자는 표정으로 후딱... 한 사람씩 비키니만 입고 바다를 배경으로 인생에 다시없을 샷을 한 두 컷 찍고 재빨리 옷 입기를 반복했다.

"언니들! 오늘이 제일 젊고 예쁘다니까요!"

H언니와 나는 기어이, J의 꾸지람 섞인 속삭임을 한 두 마디 더 듣고서야 아니할 수 없는 모델 노릇을 겨우 해 냈다.


그 사이 안갯속에 갇혀서 신비함을 더해 주던 미케비치는 해가 떠오르면서 본래의 모습인 맑고 푸른 바다로 변했다. 통째로 안겨드는 잔잔한 황홀경은 새로운 세상에 온 우리들에게 푸른 천사가 인사하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부터 뜻 모를 호기심을 갖게 했던 모종의 행사를 마친 우리들은 수줍기도 하면서 왜 그렇게 웃음이 나오던지, 평생에 못 해 본 일탈행동을 한 것이 신나기도 했다. 우리만의 완벽한 새벽 놀이라고 생각했다. 하염없이 밀려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침삼키듯 꾹꾹 목구멍 속으로 밀어 넣으며 식당으로 향했다.


우리와 함께 여행 온 팀들도 삼삼오오 식사를 하고 있었다. 늦을세라 음식들을 챙겨 자리에 앉았는데 일행들이 우리를 보며 환하게 웃어 주었다. 하루를 함께 보냈다고 우리가 이렇게 가까워졌나? 그런 생각을 하며 마주 웃었다. 주변에서 비식거리를 웃음소리가 들렸다. 우리와 눈이 마주친 한 분이 말씀하셨다.

"구경 잘했어요."

"악!!!"

순간, 30Km라는 미케비치가 보이는 쪽으로 길게 늘어 선 호텔들이 그림처럼 떠올랐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거야! 대체 우리가 미케비치에서 무슨 짓을! 우리가 먹는 것이 밥인지, 모래인지 알 수 없었다. J가 감언이설로 우리에게 평생토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준 것만은 분명했다.


다낭의 옛 도시들인 후에와 호이안, 영흥사, 응우옌 왕궁, 핑크성당과 사원, 골든브리지, 아름다운 야경과 오토바이 거리, 오행산의 천국과 지옥, 하이반터널, 인력거 투어, 뱃놀이, 재래시장에서의 쇼핑 등 셀 수 없는 추억들이 뒤죽박죽 수두룩하지만,


우리에게 다낭은 뭐니 뭐니 해도 미케비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