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품은 "전주"에서

by 민휴

추석을 맞아 친정 가족들과 여행을 갔다. 막냇동생의 근무지가 전주라서 그곳에서 모였다. 형제들은 2박 3일로 하루 일찍 모였고, 우리는 농장 때문에 긴 여행이 엄두가 나지 않아 뒷날 참석하기로 했다. 부모님도 우리와 함께 당일 출발을 결정하셨다. 자연스럽게 우리가 부모님을 모시게 되었다.


동행하여 이동하다 보니 팔순이 넘으신 부모님들이 건강상태가 많이 어려워지셨다는 게 느껴졌다. 그나마 엄마는 쉬지 않고 말씀을 하시는데 아버지는 조용히 계셨다. 화장실도 자주 가셨고, 자리도 불편해하신 것 같았다.


완벽한 막내는 여행 출발 전부터 인원파악을 필두로 예약과 시간에 맞게 짜인 스케줄까지 보내왔다.



우리의 첫 여정은 김제 벽골재였다. 다리가 불편하신 부모님은 정자에 앉으셨는데 마침, 바로 옆에 짚공예품들이 전시된 곳이었다. 생소한 물건들을 문화해설사 버금가게 설명해 주시는 엄마가 신이 나셨다.


짚신은 알았고, 똬리도 숱하게 물동이를 이고 동네샘에서 물을 이어 날랐던 나와 친숙한 물건이었다. 물고기를 잡는 통발, 병아리와 닭을 키우는 퉁우리, 덕석과 삼태기, 가마니, 금줄, 누에 치는 도구 등 어렸을 때 어른들이 만드는 것을 보았었고, 사용했던 물품들이 오랜 정서를 일깨워줘서 반가웠다.


엄마는 그 고된 시집살이의 어려운 생활이 뭐가 좋다고 연신 벙글거리며 설명해 주셨고, 공예품들을 옛 친구 대하듯 반가워하셨다. 늦게까지 지푸라기로 새끼를 꼬던 겨울밤이 떠올랐다.


그곳에서 신기한 물건을 발견했다. 밀대로 소라를 길게 늘인 모양이었는데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용도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이것은 어디다 쓰는 거예요?"

"여치집이야. 호박잎을 주면 잘 먹어야."

"여치집요? 여치를 키워요? 왜요?"

"소리 들을라고!"


아! 나의 의구심 가득 찬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하신다. 여치 소리를 들으려고 여치집을 만들어서 키웠다는 설명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렇지 않아도 자연의 소리가 널려 있었을 텐데 여치소리를 유난히 좋아하신 어른들이셨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부모님은 힘들게 걸으시면서도 온 김에 구경한다고 3층 전망대까지 오르셨다. 어렵게 올라오신 보람으로 생각하시라고 사진을 많이 찍어 드렸다.


만경강 노을의 아름다움은 흐린 날씨 탓에 하늘에 구름이 끼어서 아쉬웠다. 구름 사이로 해가 비칠 때 사진을 찍곤 했는데 누렇게 익어가는 평야에 내려앉는 노을을 볼 수 있었다.


전주한옥마을은 추석이라 더 한 듯 구경할 거리, 구경할 사람이 가득했다. 최명희 문학관이 있어서 좋았다. 대전에서 하루 먼저 간 큰애가 최명희 문학관에서 필기구 일체와 책갈피를 구입해 와서 선물로 주었다. 여독이 한순간에 풀리는 듯 "어머나! 고마워라!"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경기전은 경사스러운 터에 있는 전각으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전시되어 있다. 진본은 경기전 뒤쪽에 어진박물관에 보관 중인데 현재는 증축공사로 관람이 불가했다. 문화해설사의 해설이 시작되는 오전 11시에 맞춰 입장해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모르면 지나쳤을 여러 가지들을 배울 수 있었다.



전주사고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기록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이 있다. 25대 철종까지만 유네스코 기록물로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고종과 순종은 외세의 영향으로 인해 우리 고유의 역사라고 하기에 어려움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전주는 전주 이 씨 본향이며, 조선 건국의 인물들의 삶터여서 역사를 붙잡은 스토리텔링으로 관광지를 조성했다. 추석 연휴를 맞아 인파가 몰렸다. 한옥마을엔 한복차림의 사람들이 많았다.


콩나물국밥으로 유명한 삼백집은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전주 향토음식점이다. 옛날에 하루 삼백 그릇만 팔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긴 줄을 서다 식탁에 앉았다. 깔끔한 콩나물국밥과 고추만두가 별미였다.



주변에 오동나무가 많다는 오목대와 나무라 많아서 이목대인 누각에 올랐다. 오목대는 황산대첩에서 승리한 이성계가 전주 유지들을 모아 놓고, 전승을 기념해 연회를 베풀었던 장소다. 이곳에서 이성계는 심상치 않은 시를 읊는다. 세상을 한탄하고 바로잡아야겠다는 각오의 시는 동석해 있던 정몽주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 이목대로 향하는 일화를 만든다. 그 후부터 정몽주는 이성계의 본심을 알고 경계하게 된다.


자상하고 배려심 깊으며 역사에 해박한 막냇동생 역시, 문화해설사 못지않은 설명으로 전주의 곳곳을 설명해 주었다. 마치, 역사 테마 여행을 온 것 같았다.



자란 벽화마을을 지나 한벽당을 구경했다. 한벽굴옆 절벽에 세워진 한벽당은 조선 태종 때 최담이 관직에서 물러나 낙향후, 지었으며 한벽루라고도 합니다. 전주유형문화재 제15호로 전주 8경 중 한 곳이다.



김태리가 주연한 드라마 촬영지인 한벽굴도 지나왔다. 한벽굴은 일제강점기 때 전주 남원 간 철도가 지나던 곳이다.


온 가족이 즐겁고 의미 있는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행복했던 순간들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