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현명이 1

by 민휴

햇빛에 반짝이는 파도의 굴곡이 아름다웠다. 경옥은 남편과 두 아들이 한데 엉켜 물장난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었다. 현명이가 양손으로 물을 퍼서 형과 아빠를 향해 뿌리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즐겁게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현명이 바닷속으로 빨려들 듯 물살에 휩쓸려 갔다. 남편과 큰애까지 현명이를 붙잡으려고 바다를 향해 들어가고 있었다. 아까는 없었던 큰 파도가 삼키듯 세 사람을 덮쳤다.

“안돼! 안돼!”

남편이 흔드는 바람에 겨우 꿈속에서 빠져나온다. 식은땀을 흘렸고, 눈가엔 눈물까지 맺혔다. 무엇보다 목이 메고 왼쪽 가슴이 심하게 아렸다. 현명이가 자는 방을 확인하고 와서야 숨을 내쉬고 자리에 다시 누웠다.

“현명이가 또...”

“그때가 언제라고 20년 전 일을 가지고 아직도 그런 꿈을 꾸고 그러네! 쯧쯧...”

남편의 말도 20년째 이어져 왔다.

잊을 만하면 현명이를 잃어버리거나, 현명이가 다치는 꿈이 마음을 사정없이 헤집어 놓았다.

현명이 6살 때, 남편 동창들 모임에서 산속에 위치한 관광호텔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경옥은 연로하신 시어머니를 보살펴 드려야 해서 현명이는 남편이 보기로 했는데 저녁을 차리다 현명이가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았다. 일행들이 현명이를 찾느라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6살 남자아이를 찾고 있습니다. 혼자 있는 아이를 보신 분은 안내센터로 연락해 주세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컴컴한 산속에서 밖으로 나가는 차에 태워졌다면 어떻게 해야 할 노릇인가? 경옥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듯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일행이 호텔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던 그때, ‘이 아이가 없으면 나도 살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혹시, 객실에 돌아와 있을지도 몰라 올라가 보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현민이가 숫자를 차례차례 누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열린 문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환하게 웃으며 “짠!”하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긴장이 풀리면서 현명이를 안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냥, 품에 현명이가 있다는 것밖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현명이는 텔레비전이나 책에서만 봤던 엘리베이터를 처음 타 보는 것이라 신기해서 엘리베이터의 숫자를 누르며 오르락내리락 놀이를 하고 있었다. 소읍에 살면서 노환의 시어머니를 모셨던 터라, 여행을 자주 못 했던 것이 원망스러웠다.

경옥은 어금니를 악물고 현명이의 자립 훈련에 매달렸다. 남편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말할 때도 현명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경옥이 먼저 지치면 안 되겠기에 눈물을 삼키며 현명이를 교육했다. 발달장애란 자극을 주고 교육하면 조금씩이라도 발전한다는 뜻의 단어라는 것이 큰 희망이었다.

현명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복지관에 다니게 되었다. 혼자 버스 타고 출퇴근을 할 수 있도록 버스 타기 훈련을 했다. 엉덩이를 뒤로 빼며 버스에 타지 않으려는 현명이를 다독여 반강제로 버스 안으로 밀어 넣었다. 심장이 벌따ᅠ각이는 소리가 다른 사람들한테도 들렸을지 모른다.

“엄마! 왜 그러세요?”

“엄마랑 연습 많이 했지?”

“아니에요. 엄마랑 같이 갈래요.”

“잘할 수 있어. 엄마가 현명이 내리는 승강장에서 기다릴게.”

자꾸만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울먹이다 자리에 앉지도 않고 엄마를 보고 있는데 버스가 출발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차의 시동을 켜고 버스를 따라갔다. 열두 정거장이다. 현명이가 혹시 중간에 내려 버릴까 봐 버스가 설 때마다 승강장을 확인했다. 목표한 승강장에서 내린 현명이 엄마 차로 달려와 씩씩거리며 울먹였다.

“우리 현명이, 잘할 줄 알았어! 진짜 잘했어!”

칭찬하면서 눈물도 함께 쏟아 내렸다. 현명이를 안고도 벌렁거렸던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한 달에 걸친 주말 버스 타기 훈련을 처음으로 성공한 날이다. 엄마랑 함께 버스 타기 훈련하기로 마음먹기까지도 오래 걸렸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시내버스 노선도를 보며 승강장을 외웠고, 지도 앱을 통해 보여주기도 했다. 엄마랑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승강장 도착 전에 벨을 누르는 연습을 했는데 엄마가 옆에 있으니,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엔 현명이가 복지관 가려면 내려야 하는 승강장에서 벨을 눌러보자”

“네! 현명이가 누를게요”

“복지관에 가려면 어디 승강장에서 내려야 하지?”

“까치고개요.”

“이번에는 누가 누른다고?”

“현명이가 눌러요.”

그렇게 대답해 놓고도 벨을 누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