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타기 훈련을 할 때마다 기사님께 음료수를 건네며 사정 이야기를 하고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어떤 기사님께 후문 쪽에 있는 ‘초등학교’ 승강장에서 내리는지 봐 달라고 부탁드렸다. 내릴 승강장에서 기다렸는데 현명이가 내리지 않아 전화했더니 버스 안에 있다고 했다. 현명이를 잃어버렸던 기억이 되살아나서 기사님을 바꿔 달라고 했다.
“이번에 그 애가 내려야 하는데 벨을 안 눌렀나 봐요.”
“아, 벨을 눌렀는데 초등학교 정문이 더 나을 것 같아서 정문에 내려 주려고 했어요.”
기사님께서 친절을 베푸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부리나케 정문으로 달려갔더니 현명이가 상기된 얼굴로 엄마 품에 안겼다.
“그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있었어요.”
“그래! 우리 현명이 정말 잘했어. 엄마 안 보이면 그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있기로 했지?”
“네! 그 자리에 꼼짝하지 않기요.”
그날을 생각하면 또 목이 멘다.
그렇게 버스 타기 훈련에 성공한 후부터는 혼자서 버스를 타고 복지관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는 수월했다. 이사를 하고 버스 노선이 바뀌고, 번호가 바뀌어도 몇 차례의 연습으로 버스 타기가 가능해졌다.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날에는 현명이가 잘 도착했는지 걱정이 돼서 스마트폰에 가족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문자를 올리도록 했다. 현명이는 대화방에 글 적는 방법이나 이모티콘 보내는 것은 수월하게 배웠다. 어느 날 현명이가 버스를 타고 출근했는데 복지관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어머니, 오늘 복지관 설립일이라 쉬거든요. 어제 공지로 설명을 해줬는데 혹시, 알고 계시나 싶어서 전화드렸어요.”
“현명이는 버스 타고 출근한다고 나갔는데요?”
“죄송해요. 제가 어머님과 통화를 해야 했는데요.”
“그렇지 않아도 현명이가 아침에 복지관 안 간다고 해서 출근하기 싫다는 말인 줄 알고 달래서 보냈거든요.”
전화를 끊고 현명이한테 전화했다.
“현명아, 지금 어디야?”
“복지관에 도착했어요.”
“복지관 오늘 쉬는 날이라고 선생님이 전화하셨어. 알고 있었지?”
“네, 복지관 문 닫았어요.”
“그럼, 엄마가 지금 데리러 갈 테니까. 복지관에 꼼짝 말고 있어.”
“현명이가 혼자 갈 수 있어요.”
“엄마가 데리러 갈게. 지금 엘리베이터에 탔어. 금방 갈게 조금만 기다려!”
전화하면서도 차를 운전하면서도 가슴이 두 방망이질을 해댔다. 그동안 현명이가 버스 타고 출근만 했고, 퇴근할 때는 경옥이 복지관을 이용하는 보호자들도 만날 겸 데리러 갔었다.
“현명아! 어디야?”
“79번 버스 탔어요.”
“현명이가 출근할 때 내리는 쪽 반대편에서 탔어?”
“네! 엄마가 저번에 알려 줬잖아요. 걸어서 버스 타기 훈련할 때.”
“그럼, 어디 승강장에서 내려야 하는 줄 알겠어?”
“네! 효천초등학교요.”
“그래, 엄마도 차 돌려서 따라갈게. 승강장 안내 소리 잘 듣고 벨 눌러야 해!”
차를 세워서 현명이가 탔다는 79번 버스를 앱에서 검색해 따라붙었다. 현명이는 집 앞 승강장에서 무사히 내렸다.
21세 성인 발달장애인 현명이는 복지관에서 추천한 보호작업장에 다니고 있다. 집에서 차로 이동하면 7분 거리인데 하필,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없다. 경옥은 현명이의 출퇴근과 가족들의 식사와 집안일 등 경황이 없이 살고 있다.
귀농 후, 농장 일이 바빠진 경옥은 현명이에게 버스 환승 훈련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안에서의 세탁기 활용이나 라면, 계란 프라이 등은 만들어 먹을 수 있고, 혼자서 밥도 차려 먹을 수 있는데 환승하여 버스 타기 훈련이 가능할지 말이다.
6살 때, 뜨거운 것을 무서워하는 현명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정수기 물을 받아 커피를 타서 엉거주춤 내밀며 “엄마! 커피 드세요!”라고 말했던 감격의 순간을 떠올리며 결심했다.
현명이는 자신이 하도록 정해진 일들은 잘하지만, 새로운 일들이나 갑자기 생긴 스케줄은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도 “현명이가 할게요.”라고 해보겠다고 나서는 현명이가 고마웠다. 현명이는 처음에는 잘 몰라도 꾸준하고 지속적인 교육에는 분명 효과적인 실천력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부모보다 키가 더 자라고, 힘도 세져서 틈틈이 농장 일도 돕는다.
어느 날, 경옥은 농장에서 일을 마치고 밤늦게야 집에 돌아왔다. 현민이가 보호작업장에서 퇴근해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꺼내서 모두 널어놓았다. 원래는 빨래하기 좋아해서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가 끝나면 꺼내 놓기까지는 했었는데, 그날은 빨래 건조대에 수건과 작은 빨래 들을 펴서 널고, 긴 옷들은 옷걸이에 끼워서 베란다에 넣어 놓았다.
“현명아! 오늘은 빨래까지 널어놓았어?”
“현명이가 빨래 널었어요. 수건은 건조대, 큰 옷은 옷걸이에요.”
“우리 현명이 엄마가 하는 말 다 듣고 있었구나! 고마워!”
“현명이가 해 봤어요.”
“그래, 우리 현명이가 다 할 수 있었네.”
경옥은 아직도 현명이를 잃어버리는 꿈을 꾼다. 현명이를 여전히 6살 아이로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오히려 자라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명이는 엄마의 걱정과는 상관없이 엄마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항상 안전한 곳에 있었음에도 경옥이 스스로 현명이 걱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버스 노선도를 외우고, 엄마랑 몇 차례 훈련도 했다. 55번을 타고 나가서 중간에 내린 다음 길을 건너서 98번을 타야 하는 복잡한 코스를 현명이가 성공할 수 있을까? 경옥은 다시, 55번 버스 안으로 현명이를 밀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