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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심을 때

by 민휴


농장을 마련하기 전까지 20층 탑층에 살았다. 거름흙 50포를 올려서 갖은 채소들을 길러 먹었다.


옥상은 다육과 꽃들을 욕심껏 기를 수 있어 좋았다.


출근할 때라서 아침저녁으로 틈틈이 옥상의 식물들을 가꾸었고, 주말이면 소풍처럼 옥상에서 풀을 뽑고, 꽃보며 놀곤 했다. 바쁜 와중에도 옥상 텃밭은 즐겁고 귀한 쉼터였다.


소주와 물을 섞어서 진딧물을 없앴고, 나무젓가락으로 벌레도 잡았다.


따내기 바쁘게 익어가던 가지와 방울토마토, 오이. 부지런히 나물을 만들어 먹어도 잘 자라던 방풍, 명이, 부추. 겨울을 버티며 양념이 되어주던 대파, 쪽파. 신선한 야채를 제공해 주던 상추, 배추. 김치의 재료인 열무, 얼갈이. 양파랑 청양과 오이고추. 고구마를 묻었다가 순을 나물로 먹는 고구마순 등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온갖 것들을 길러 보며 농사 연습을 한 것 같다.


그때는 젊었고, 옥상층 꼭 그만큼의 텃밭 가꾸기가 소소한 행복이었다.


텃밭이 있는 옥상은 같은 도시에 살면서도 바빠서 잘 만나지 못하는 동생과 친구들을 불러들였고, 옆집 초인종도 자주 누르게 했다. 그런 왁자지껄도 참 좋았다.


그렇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본격적인 농사... 나이 들어 시작하는 농사는 정말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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