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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글 Nov 09. 2022

NBA 2022-23 시즌 오프닝 빅매치에 다녀오다

도움을 받는 쪽에서 주는 쪽으로 세대교체의 과도기

10월 18일에 열린 NBA 2022-23 시즌 오프닝 나잇에 다녀왔다.


팀 매니저님이 경기 전 날 회식자리가 있었는데, 너무 가고 싶지만 가격이 비싸서 평상시에 마음속에 품어두고 고민만 하던 티켓을 결제를 하셨단다. 그리고 같은 팀 후배라고, 미국에 함께 단신 주재원으로 나와 있는 전우라고 그렇게 귀한 경험을 함께 하게 해 주신 거다. 농구를 잘 몰라도 이게 얼마나 귀한 티켓인지 알고 있기에 금액 보내드릴 수 있도록 티켓 금액을 알려 달라고, 아니면 맛있는 밥이라도 사게 해달라고 여러 번 이야기해도 한사코 됐다고, 본인도 너무 즐거웠다고 하신다. 


그 간 후배의 입장에서, 동생의 입장에서, 딸의 입장에서 주기보다는 받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체감한다. 이제 시간이 지나고, 나이와 경험이 쌓여가면서 내가 선배, 연장자, 부모님의 보호자로 위치가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 종종 느껴진다. 받아온 도움들에 나의 것을 더해 어떻게 다음 세대 또는 후배, 또는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아직은 과도기라 생각한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아직 주위의 도움 없이 오롯하게 혼자 서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내가 조금 더 완전해졌을 때, 나누어 줄 지혜가 더욱 축적되었을 때 잘 나눌 수 있도록 필요한 고민을 치열하게 하고 싶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이 날의 경기는 Golden State Warriors와 LA Lakers의 빅매치였다. 시즌 오프닝이기도 하고, Ring Night(지난 시즌 우승 팀에게 반지 전달)이기도 해서 Golden State Warriors의 홈구장인 Chase Center는 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콘서트나 이런 스포츠 매치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관객들이 주는 에너지가 아닐까 한다. 그 경기를,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숨죽이고 탄식하고 환호하면서 보는 경기의 흡입력과 몰입감이 정말 좋다. 특히 이 날은 경기장 밖에서부터 상기된 사람들의 표정을 구경하는 것도 꽤 재밌었다. 경기장이 회사에서 20분 거리에 있지만, 정말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온 기분이 들더라.


농구를 잘 몰라도 으레 알 수밖에 없는 '스테판 커리', '르브론 제임스'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수 있었다. 농구 자체가 다른 스포츠 경기들에 비해 골이 많이 나오는 게임이라 박진감이 말도 못 해서, 정말 한 순간도 지루함 없이 기뻐하고 탄식하면서 아주 집중해서 본 경기였다. 과장을 보태지 않고 직접 가서 본 스포츠 경기중에 가장 재밌게 봤던 것 같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설렘. 이런 과분한 경험을 나누어 준 매니저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지난 2021-22 시즌에 Golden State Warriors가 우승해서 Ring Ceremony를 경기 시작 전에 했다.
123:109의 스코어로 Golden State Warriors가 이겼다.
농구보다는 축구 파여서, 실제 농구 경기는 처음 보는데 태어나서 본 스포츠 경기 중에 가장 재밌었다.
우승 이후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영상이다.
인터뷰 중인 샤킬 오닐. 알아본 스스로가 용해서 뿌듯했다.


최근에 나는 왜 일을 하는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와 같은 문제에 대해 고민에 나의 머릿속 용량을 꽤나 할애해 주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답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종류의 것이 아닌데, 그 간 타성에 젖어 게을러 왔다는 것을 느낀다. 오히려 안주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다가는 더욱 고민하지 않게 되는 문제인데 말이다. 두 가지의 4분기 목표가 있다. 타성을 경계할 것. 중심을 잡을 것. 그 간 중요하지 않은 것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 왔음을 느끼며 동시에 지금부터라도 다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재정비하고 삶의 중심을 잡고자 한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가. 최근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큰돈을 벌고 많은 것들을 누리고 싶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점을 발견했다. 평생에 걸쳐 세계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에 아파트를 사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그 간 부모님이 주신 사랑을 돌려 드리고 싶다고 했다. 새삼스럽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 중 돈에 가중치를 꽤 많이 부여하고들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왜냐하면 돈은 나를 움직이는 아주 큰 동력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는 나날들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정점인 미국에서 힘없는 외국인 노동자로 살다 보니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이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순수한 소리일 수 있고 어느 정도의 경제력은 생활에 있어 필수 불가결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런데 분명 'what makes you move?'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즉각적으로 나오는 키워드는 아니라는 것. 


20대의 중반 무렵쯤 결론 내린 나에게 돈을 버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중요한 이유는 돈이 곧 시간인 세상이기에 경제적인 해방을 통해 시간을 벌기 위함이다. 물론 지금의 이 생각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너에겐 무엇이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긍정적인 영향력과 나눔이 꽤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다. 돈으로 다 살 수 없는 우아함이 있다. 계량화 할 수 없는 따뜻함이 있다. 


친구 T가 자신의 직장 선배가 나중에는 너도 큰돈을 벌면, 직업적으로 높은 위치에 도달하면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라 말했고, 본인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회에 환원하고 사람들을 돕는 것이 모두의 지향점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세상은 말하지만, 자기는 순수하게 나누고 싶어서 나누는 사람들이 많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꼭 모두가 그런 목표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본인은 시간이 지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삶을 더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이자 경제적인 성공을 염원하는 이유가 될 것 같다고. 


모두가 나누는 것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에 강하게 동의한다. 또한 내가 나눔을 원한다는 게 내가 나누는 것을 통해 순수한 만족감을 얻는 거룩한 인간이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친구가 오히려 더 스스로의 욕구에 솔직할 수 있는 사람이고, 나는 그것을 미처 인정하지 못한 위선적인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둘 다 본질적으로 엇비슷하게 이기적인 존재인데, 한 명은 조금 더 담백한 거지. 물론 내가 담백하지 못한 쪽이고.


따뜻한 사람이 되어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 지독히도 이기적인 동기에 근거하고 있다면, 이 또한 나의 엘리티즘 내지는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한 방법이 아닐까 싶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가설은 여러 가지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통해 느끼는 만족이 자아 효능감을 가장 잘 채워주는 방법일 수 있다. 또는 언젠가 내 도움을 받은 누군가가 아주 기뻐했을 때 그것이 단순히 나 혼자 맛있는 걸 먹고 무언가 소비하는 것보다 고차원적인 만족이라 느꼈을 수도 있다. 위선적인 인간이 되고 싶지 않지만 내가 나누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 마음은 겉과 속이 다른 것만 같다. 정말 어떤 동기에서든 나누면 되는 걸까? 나는 도움을 줬고,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는 도움을 받았지만, 그 안에서 내가 순수한 나누고 싶은 의도로 나눈 것이 아니고 나를 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나는 진정하게 나눈 것이 맞을까?


앞서 말했지만, 아직은 사회로부터 받고 있는 도움도 많이 있지만 조금씩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커져 나가는 과도기적 시기라 생각한다. 수치로 말하자면, 내가 받고 있는 도움: 내가 줄 수 있는 도움=65:35 정도의 기분이 든달까. 70:40~50:50 구간은 과도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내가 줄 도움이 더 커졌을 때 한정된 자원(금전적인 부분, 시간적인 부분, 에너지 등)을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내가 나누고 싶은 마음은 어떤 모양인지 찬찬히 톺아볼 필요가 있다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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