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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귀 Mar 18. 2023

농부의 마음

예측할 수 없는 직업

나는 전라남도 무안군 삼향읍 금동마을을 참 좋아한다.

할머니는 혼자만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내 밭에 농작물이 많이 열리면 팔기도 하지만 이웃과 나눈다.

내 집에서 김치가 담벼락으로 넘어가면, 그 집에서는 식혜를 담아서 보내준다.

그것이 농부의 마음이다.

나는 그런 모습들이 너무 좋다.

사람들과 함께 정을 나누며 사는 곳.


밥알에 자르르 흐르는 윤기가 할머니의 애환인가, 땀방울인가, 미소 인가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농촌을 바라보면 그 이치와 흐름을 저절로 알게 된다.

사람의 얼굴도 고요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할머니의 삶이 느껴졌다.


눈발 날리는 서러운 겨울을,

찬바람 매섭게 살을 에이는 겨울을,

오살 나게 바닷바람 차가운 겨울을,

할머니는 쉼이 없으셨다.


장마로 농사를 망칠 때도 있었고, 가뭄으로 농작물이 말라죽은 적도 있었고

풍년이었는데 농작물 가격이 폭락해서 훔친 눈물도


내가 농사짓는 게 아니더라.

땅도, 비도, 세상도 내가 만든 게 아니더라.


비가 오게 할 수 없고

오는 더위 막을 수 없고, 오는 추위 막을 수 없더라.

시원한 물가에 가서 수박은 먹을 수 있는 것처럼

할 수 없는 건 맡기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그게 농사짓는 거더라.


자식 농사도 똑같지 아니한가

학교도 학원도 보내고 옷도 사주고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게 더 많더라.


다 해주려는 게 욕심이더라.


걱정한다고 되는 게 없더라 걱정해서 일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산더미처럼 해야지.



할 수 없는 것을 걱정할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자.


왕복 660km인 먼 거리 보다 할머니는 더 먼 거리를 가셨다.

안녕

"니그들 잘 살아라!" "우리 새끼들! 잘 키우라"

귓가에 맴돈다.


잔소리 없는 교훈을 주고 간 할머니의 삶, 농부의 삶.

할머니가 보고 싶다.

할머니의 마음이 농부의 마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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