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정용진 부회장
시대는 ‘뉴노멀(New Normal)’ 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휩싸였으며, 모든 행동과 생활패턴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유지하던 비즈니스 방식을 반강제적으로 피벗(pivot) 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점에서 신세계는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우리는 신세계의 신년사를 주목해볼 이유가 충분하다. 과연 신세계는 어떤 문을 열어 젖힐까.
고객은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했고 여기서 얻게 된 안전과 편리함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경험이 아니라, 고객들의 일상이 된 것입니다. ‘시도’가 축적되면 ‘경험’이 되고, ‘경험’이 축적되면 ‘일상생활’이 됩니다.
항상 강조 드리지만, 변화된 고객의 일상 속 구석구석에 우리 신세계그룹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야 합니다.
모든 유통 기반의 기업들의 고객의 일상 중 ‘일부분’ 을 차지해야한다는 목표는 하나같이 더욱 큰 단위로 수정되고 있다. 고객여정지도(customer journey map)에서 끊임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기업, 고객의 행동이 변화하는 지점에서는 타사의 서비스가 개입하기 보다는,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기업이 되기를 원한다. 신세계도 그러겠노라, 열의를 다진다.
기업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고객의 어떠한 타이밍을 공략할 것인지를 충분히 논의한다. 날씨 서비스라면 출근 전 아침 시간대를, 웨이팅 서비스라면 주말의 점심 및 저녁 시간대를 공략하게 되듯이 말이다. 그러나 수 개의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할 여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고객의 일상을 더욱 광범위하면서도, 장기적인 차원에서 접근한다.
예를 들어서, 신세계가 고객들의 여가시간을 대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신세계가 하남에다가 스타필드를 지은 이유도 이에 있다. 스타필드에 들어서게 되면 소비자의 행동이 변화한다고 해서, 스타필드를 떠나지 않는다. 그곳에서 쇼핑을 하고, 식사를 하고, 아이들을 놀아주며,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소비자의 여가시간 전체를 타겟팅(targeting) 해버린 셈이다. 이렇게 소비자들은 ‘행동별 변화’가 아닌, 여가시간이 종료되면서 다시금 업무시간을 인지해야 하는 ‘행동분류별 변화’ 가 생겨야만, 스타필드를 떠난다.
앞서 이야기한 여가들을 제외하고서 남은 여가의 카테고리는 단 하나다. 바로 ‘스포츠’ 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용진이 형’을 자처하면서 야구단을 삼킨 이유도 바로 그 부분에 있다.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쇼핑을 좋아하는 이들과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처럼 무언가를 끊임없이 따라가보며(following), 감정을 동반한 소비경험을 가져본 이들은 충분히 특정한 브랜드의 팬(fan)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제는 팬이 되어가는 일에도 노하우가 존재한다.
또한 신세계는 쇼핑 혹은 스포츠라는 해당 분야만을 중점적으로 향유하던 사람들이 서로의 영역으로 자연스레 스며들게 슬쩍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매개체(medium)가 되어버린다. 장벽 옆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그 건너편을 안 보는 게 아니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니 말이다.
야구경기장을 곧 스타필드로 돌변시키는 '오버랩' 전략을 통해서 신세계는 고객의 일상에 녹아든다.
고객의 변화된 요구에 계속해서 ‘광적인 집중’을 해주십시오. 이 부분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신세계그룹은 경쟁사들이 부러워하고, 따라올 수 없는 무수한 역량을 이미 축적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다같이 만들어온 자산이며, 핵심 경쟁력입니다.
코로나와 같은 블랙스완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평소 작은 성공과 실패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성을 키우며, 위기도 견딜 수 있는 체질’로 항상 준비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신세계는 아주 단호히 ‘고객만을’ 바라보겠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고객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는 일을 제외한 부분의 능력치는 일정 부분 대비를 해두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남은 ‘고객’ 이라는 가장 큰 변수를 잡아내면서, 피튀기는 유통시장의 판도를 건드리겠다는 선언이다. 마치 신세계는 현재와 같은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듯이 준비를 해왔고, ‘고객만족’ 이라는 고지만을 남겨둔 느낌으로도 다가온다.
날이 갈수록 전체적인 고객규모는 커지고, 개별적인 고객요구는 다양해진다. 당연히 기업은 ‘다면적인 성장’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목표를 부여받는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과제는 그 어떤 기업에게도 어렵다. 그러나 고객 이외의 과제를 빠르게 해결해나가면서 누가 뭐래도 꾸준히, 멈추지 않고 준비해온 신세계에게 현재는 기회의 순간이다. 이제서야 본격적인 변화를 시작하려는 경쟁자들 사이에서, 신세계는 워밍업을 끝냈다.
올해는 시장의 경쟁환경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한 해가 될 것이므로, 이러한 최상의 기회를 절대 놓쳐선 안됩니다. ‘단순히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 라는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승리하겠다’ 라는, 자신감 있는,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를 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치뤄야하는 경기의 승점을 따내는 일을 넘어서, 시즌의 우승컵을 거머쥐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제는 라이프쉐어(life share)의 점유가 마켓쉐어(market share)의 상승으로 이루어지는 프로세스는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을 한데 모아놓고 ‘확성기로 소리치듯이’ 진행하는 마케팅 전략에서 속속들이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욱 고객친화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고객 한 명 한 명을 깊이 이해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고객들은 전반적으로, ‘까다로워’ 지기 시작했다.
모든 선수들이 출발선에서 총성을 기다리는 순간이 가장 고요하다. ‘경쟁환경의 재편’을 ‘기회’로 바라보는 신세계는 눈이 번뜩인다. 이제 현상을 관찰하고, 전략을 실험해보는 단계를 끝마치고, 빠르게 실전에 돌입하기 위한 시기를 앞두고 있다.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finish-line)을 끊어내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수없이 거친 신세계는 숨을 고른다.
2021, 신세계는 단순한 위너(Winner)가 아닌 게임체인져(Game Changer)가 되기를 원한다.
조직이 새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조직이 새로운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그리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환경을 이해하려면 유연한 조직 문화를 가져야 합니다.
특히, 새로운 IT기술을 기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묶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 핵심인재의 지속적인 영입이 절실합니다.
기업을 하나의 ‘과자봉지’ 라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여기서 형형색색의 패키징은 ‘브랜딩’이다. 사람들은 외형에 그려진 과자를 보면서 맛을 유추하고, 그 과자를 집어먹는 경험을 상상한다. 반대로 포장을 뜯어버리고, 실제로 만나게 되는 과자는 ‘기술’ 이다. 구매를 이끌어낸 건 브랜딩이더라도, 관건은 경험을 형성시켜내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신세계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인재를 영입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도 바로 그러한 부분을 충분히 인지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22조원을 돌파했고, 올해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8%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규모의 계획도 5600억 원 정도에 이른다. 이 중 일부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시스템 개선에 사용할 예정이다.
무어라 말할 것 없이 신세계의 ‘패키징’은 훌륭하다. 남은 건 기술이다. 신세계의 SSG를 잠깐 살펴보자.
신세계의 SSG는 브랜딩 하나만큼은 완벽하다. 이전의 신세계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온라인몰에 이르는 인프라를 모두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이를 실질적으로 인지하고, 효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신세계라는 이름 아래에서 따로 노는 듯한 느낌만이 강해질 뿐이었다.
기초적인 관점에서 볼 때, 취급하는 상품이 많아지고, 제공하는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고급화 및 현대화 전략을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생긴다. 국내에서 이름 날리는 전통적인 이커머스 업체들을 바라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마치 ‘에르메스’와 같은 명품 브랜드들의 움직임처럼 소수의 상품 혹은 서비스를 오랜 기간 연구하며 전문화할 때, 비로소 소비자는 ‘진심’을 느끼고, 이를 브랜드가 고급스럽다는 느낌으로 변환하여 받아들인다.
그러나 SSG는 스스로를 ‘쓱’ 이라는 한 단어로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켰고, 이마트의 동떨어진 인프라 간을 강력하게 연결시키는데 성공했다.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체감할 수 있는 유통서비스를 유치하는 동시에, 당신이 ‘쓱’ 이라는 단어를 들을 수 있는 곳에만 있다면, 언제나 신세계와 함께하는 것과 같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신세계가 제공하는 ‘편의’ 를 받는다는 전략은 곧 소비자에게 ‘진심’을 전해주는 일로 인식되었다.
이제 신세계는 브랜딩에 기술을 더함으로써, 완성형으로 나아가겠다는 전략을 취한다. SSG의 중요한 고객가치인 ‘연결(link)’은 소비자의 심리에서도, 유통기술의 환경에서도 유지되어야 한다.
P.S. 다음을 누구를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