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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uk Kim Jul 12. 2021

국제관계사 : 불(不)로 포섭되는 국가들

폴 케네디가 말하는 국제정치

국제관계사 : 불(不)로 포섭되는 국가들

학부 2년, 국제관계사


폴 케네디 (Paul Kennedy)의 강대국의 흥망 (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을 읽고서

서설과 결어 발췌

Keywords : 제러드 다이아몬드, 로맹 롤랑, 단절과 연쇄, 루프트한자와 삼성, 불의 영향권




1. 서설

'불(不)'로 포섭되는 국가들


 불(不). 고작 이 한 글자가 이 커다란 저서를 머금었고, 세계를 묶어냈다. 정세의 불예측성과 국가의 불안정성. 이 책의 핵심은 그것들이었다. 인간의 바이탈과도 같은 국제정세는 언제 어떠한 상황이 도래할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긴장의 연속이다. 백년 후, 십년 후, 그리고 이듬해에는 어떤 변방의 깃발이 세상의 중심에 나부낄지 예측할 수도 없다. 그래서 끝없이 무장하는 것이 국가들의 유일한 대비책이었다.



 배가 부르더라도 양손 가득 바게트를 쥐고 뛰었다. 부스러기조차 못 먹은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바게트를 들고 달아나는 앞의 상대를 잡는 것뿐이었다. 결국 가벼운 몸들은 몸이 무거운 이들을 잡았고, 빵을 뺏었다. 정세의 역전. 같은 상황이 수없이, 수세기 동안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불(不)'로 포섭된다.



 무엇 하나 안정적인 것이 없는 세계상황 속에서, 국가들은 그들이 가진 것 중 가장 부동적인 것들을 키워나가기에 급급했다. '자원과 재정'으로 국가의 몸집을 불렸고, '군사력'을 이용해 '토지'를 넓혀감으로써 패권을 굳혔다. 작은 나라들이라고 멈춰있지 않았다. 기존의 출발선은 달랐지만, 끊임없이 쫓아왔다. 



 결코 얼마 남지 않은 미래에는, 약소국이라는 '단어'는 사라질 것이며, 강대국이라는 '패권'은 옅어져 갈 것임이 보인다. 아마도 폴 케네디는 그것을 말하고 싶었으리라. 



 그는 '영원한 제국(Eternal Empire)'은 존재하지 않음을 낱낱이 분해하여 설명한다. 수많은 국가들이 발생하고 쇠퇴하는 과정 속에서, 국가 흥망의 바이오리듬뿐만 아니라 지도자들이 가졌던 사고의 흐름까지도 아마 유사했을 것이다. 비슷한 전략들끼리의 충돌이었고, 동맹이었다. 그 와중에서 승부를 판가름 내는 것은 '자원의 확보와 운용'에 있었다. 이를 얼마나 참신하고도 정확하게 해내는가에 따라서 강대국으로의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물론 공산주의의 쇠락을 예견하지 못하고, 일본을 두고 최정상으로의 부상을 논했다는 점은 저자의 빗나간 예측이었으나,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게 어떻게 89년도의 서술인 것인지 놀라워한다. 이는 폴 케네디의 통찰력이 뛰어난 측면도 있지만, 사실상의 국제정치의 논리라는 것이 현재까지 큰 변함없이 내려오고 있다는 요인이 대부분일 것이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괄목할 만한 상대가 늘어났고, 국제사회에서의 정치주체들은 다양해졌다. 협약과 연합이 늘어나는 만큼 갈등의 파열음도 많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변수의 증가는 더욱 국제정세의 시뮬레이션을 힘들어지게 만들었다. 무엇 하나 명확한 것 없는 막연한 안개정국이라고 하여 정치과정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성장의 기회가 되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퇴보의 기점으로 작용한다.



 폴 케네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피부로 와 닿았던 건,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읽어나갈 때의 느낌하고 매우 유사했다는 것이다. 인간들은 생활 양식적으로는 '정착생활'을 하지만, 국가들은 '유목생활'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바탕에는 막연한 불안정성에 대한 본능적 대응이 자리 잡고 있음을 느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또한 인류는 왜 이 세 가지를 만들어냈는가에 대해서 본 저서의 핵심과 궤를 같이 한다.




2. 내용

폴 케네디가 말하는 국제정치 (생략)




3. 결어

로맹 롤랑의 태도로, 혁신의 기회를 기다리면서 

Romain Rolland, 프랑스의 소설가, 「장 크리스토프」로 194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1.

 앞서 살펴본 '국제정세의 작동원리'들은 수백 년 전부터 이어져 온 '본능의 원칙'이다. 국가는 충분히 '의인화'된 존재이다. 한 개인일 때보다 더욱 격렬하고, 강력한 방법을 통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쉽게 변할 리 없고, 자취를 감출 리 없다. 오히려 전쟁이라는 수단이 다자에 의해서 제한된 수단으로서 작용하고, 기술적인 발전은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정세의 원리'들은 더욱 현대적이고, 복합적인 방식으로 이행될 것이다. 



 국제정세 내부에는 '현상타파의 세력'과 '현상유지의 세력' 사이의 충돌이 항상 존재한다. 서설에서 언급하였듯이 약소국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강대국이라는 '패권'은 옅어져 가는 상황이다. '단절(severance)'보다는 '연쇄(series)'에 가까운 국가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한국은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애써 파도를 정면하기보다는 조류를 능히 이용해야 한다. 한국은 무서울 정도로 맹렬히 추격하는 신흥국들과 거대한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강대국 사이의 중간적 성격을 가진 국가이다. 이전과는 다르게 국내정치가 국제정치와 연결되어 있는 경우 Robert Putnam, Two Level Game Theory, 1988 도 갈수록 많아진다. 우리들에게 적용 가능한 '좋은 전략'이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는 더욱 새롭고, 전략적인 무언가를 지향해야 한다.



 본 저서를 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자원의 중요성을 모르는 이는 없지만, 그 누구도 열전(熱戰)시대의 유럽이나 참전국처럼 타지의 자원을 자국으로 강력하게 견인해 올만한 힘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구잡이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국가의 안보와 경제력을 급격하게 약화시키는 일인 것도 안다. 앞서 말했듯 세력팽창이 전적으로 '좋은 것(Good Thing)'이 아니며, 작금의 상황에서 국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쁜 것(Bad Thing)'을 향한 회피가능성을 올리는 것이다.




 2.

 폴 케네디는 역사의 과정을 통해서 지금까지 강대국은 이러한 모습이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마치 단일되고 수동적인 태도로 국제정치를 대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경고하는 가이드라인이기도 하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태도로 무엇을 기다려야 하나.



 나는 저서의 8장 부분을 읽어가면서, <현대정치이론>과 <비교정치론> 수업에서 언뜻 봤던 문구를 떠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그람시의 말이라고 알고 있으나 사실은 프랑스의 소설가인 로맹 롤랑(Romain Rolland)의 말이었던, "지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 말이다. 이는 현대에 와서 자주 회자되던 말이기도 했다. 그들이 당시 취하던 정치적 성향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중요한 태도로써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이는 현재 한국이 취해야 할 태도와도 맞닿아있다. 이전의 '임진왜란에 대한 국제정치적 논평'을 작성할 당시, 나는 '외교는 실전이다. 경험론적으로 흘러가는 것도, 이상적으로 풀리는 것도 아니다.' 라는 구절을 결론에 쓴 적이 있다. 이번에도 그 때의 결론과 유사하다. 결국에는 '능동적으로, 유연하게' 대비하는 자가 국제정세의 지각변동 속에서 생존할 수 있다.




 3. 

 그렇다면 그러한 태도로 무엇을 기다려야 하는가.



 혁신의 기회이다. 빌게이츠는 자신의 다큐멘터리에서 '사업가로서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혁신 기반의 무언가 뿐이다.' 라고 말했다. 그의 사업적, 생애적 기반이 '혁신(innovation)' 위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이 세상 모든 이가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이었다.



 혁신을 통한 현상유지 혹은 현상타파는 매우 효과적이고도 강력하다. 이는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유럽의 대부분은 전쟁이 빗발치는 시기를 보냈고 불안정적이었지만, 영국의 정책기조는 혁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재정혁명은 성공했다. 새로운 무역로를 확보하고, 새로운 금융정책을 실시하고, 군비마저도 줄였다. 19세기 후반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그들이 감수한 위험성이 미래를 선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어쩌면 현재의 경제정세와 국제정치는 유사성을 보일지도 모른다. 세계시장 속에서 시가총액의 선두권 그룹은 일명 '초격차' 권오현(權五鉉),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의 시대가 다가온 것을 실감하고, 혁신적 대안을 모색한다. 그렇게 자신의 기업을 차별화 하고, 공고하게 만든다. 코로나 사태는 그들이 어떤 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드러내도록 만든다.



 델타항공과 루프트한자는 뒤늦은 대처로 사실상의 경영 중단이라는 극단에 도달했고, 애플은 그러한 와중에서도 새로운 운영체제를 선보이며, 모든 프로세서를 2년 내에 자체 생산 하겠다는 포부를 내걸었다. 삼성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혁신전략을 논의하면서, 2020년 '1분기 영업이익 6조 원대'를 굳건하게 지켜냈다. 시장의 저변에서는 혁신으로 무장한 유니콘 스타트업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반도 밖의 광경과 역사를 보면서 '세력을 확장시키는 일' 혹은 '일시적인 우호전략을 버팀목 삼는 일', 모두가 정답이 아님을 충분히 깨달았다. 그 어느 전략도 '정치적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가져다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항상 외교와 정치의 이슈들 사이에서 방황했고, '스탠스 앤드 모션(stance and motion)'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은사시나무는 아주 단단하지만 조그마한 충격에도 쉽게 부러진다. 그에 반해 참나무는 적당한 경도와 유연한 나뭇결을 가진다. 왜 조선시대의 날고 긴다는 무신들은 전부 참나무로 만든 활대를 만들었는지 알만하다. 모두가 각자의 쓰임새가 있겠지만, 그 쓰임이 ‘국제가 전제된 정치판’이라면 '참나무'를 공수해오는 것이 맞다. 



 무작정 '혁신하라' 라는 구호는 무의미하고도 비효율적이다.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조바심을 만든다. 하지만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혁신의 기회를 잡아내는 태도를 견지하는 건 무척이나 중요하다. 특히나 한국의 국제정치적 위치를 고려한다면 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혁신을 맞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강대국의 흥망'이라는 제목이 더욱 와 닿는 이유는 바로 그러한 맥락 때문일 것이다.



 모든 국가는 자원을 절대적 필요로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어느 국가가 불균형, 불예측성, 불가피성으로 이어지는 '불(不)'의 영향권 속에 포섭될지 모른다. 그러한 상황이 찾아오는 것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위해서든, 그러한 위기가 찾아왔을 때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서든, 결국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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