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 이직을 누가 쉽다고 말하던가
목표를 완벽하게 망쳤다.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의 면접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몇 번이나 같은 페이지의 스마트폰을 반복해서 쳐다봤다. 정말로 떨어졌다. 기대를 많이 한 만큼 실망도 커져만 갔다. 사실 정보관리기술사의 시험도 이번 회사의 면접과 일정이 겹치게 되어 이번 연도에 포기하게 되었다. 이번 연도 합격을 목표로 했던 정보보안기사 자격증 또한 사상 최악의 난이도인 1% 합격률로 출제되어 떨어졌다. 이번 연도 목표를 완벽하게 망쳤다.
퇴근하는 길에 하늘이 유난히도 빨갛다. 바람도 적당하고 습도도 좋았다. 매년과 이맘때쯤 느끼는 날씨였다. 눈 코 뜰 새 없이 상반기를 열심히 살아오느라 계절의 흐름을 느끼지 못했었다. 정말 이제 가을인가 보다. 멍하니 서서 저물어가는 해 질 녘 하늘을 쳐다봤다. 너무 오랜만에 빨간 것을 봐서 그런가?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괜찮은 척하며 강철 멘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정말로 그렇지 않았다. 정말로 힘든가 보다.
언제부턴가 나 자신을 내가 옥죄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뭔가를 하지 않으며 불안하고 초조하며 스스로 채찍질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혼자 서울에 올라와서 성공을 해야겠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목표를 완벽하게 실패하고 난 후 인정했다. 나는 이번에 완벽하게 목표에 실패했다. 그러니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해진다.
집에 와서 시원한 캔 맥주와 신당동 1번지 떡볶이 스낵과자를 먹으면서 브런치 글을 쓰고 있다. 실패했지만 막상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한 동안 아무 생각 안 하며 조금 더 느리게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