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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혁 Mar 08. 2023

용두사미의 일상보단 아나콘다 같은 거대한 뱀이 되어라

급한 마음은 성공의 장애물이다

살면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과 교통사고를 직접 눈앞에서 보는 일이 과연 몇 번이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것이다.
나 역시 소싯적엔 주체할 수 없는 마음과 급한 성격으로 인해
수차례 교통사고를 내기도 하고, 당하기도 해서
병원에 입원하는 등 다사다난한 젊음을 보냈다.


2023년 봄을 알리는 날씨는 많은 사람들의 옷가지와 표정에서 느낄 수 있었다.
경칩이자 3월의 첫출발을 알리는 어느 날 불과 10여 미터 앞에서
'쿵'하는 큰 소리와 함께 자동차가 다른 차를 들이받는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가벼운 접촉사고가 아닌 뭔가 터지는듯한 굉음의 교통사고는 난생처음이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싶어서 멈춘 게 아니었는데 그냥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었다.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하얀색 차량이 뒤에 오던 검은색 승용차에 심하게 부딪혀
그 앞에 있던 택시까지 받는 3중 추돌사고였다.
사고를 낸 뒤 검은색 차량의 승용차에서 아주머니가 내리더니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과 몸짓으로 이리저리 둘러보며 어딘가로 정신없이 전화를 하는 모습이었다.
부서진 자동차의 파편은 사방으로 튀었고 금세 사람들이 모여서 북적거렸다.
근처에 있던 경찰이 2~3분도 채 되지 않아서 사고 현장에 도착하였고
5분쯤 지나니 119 구급대와 소방차가 왔다.



나는 분명히 봤다.
정상 운행하는 도로였고,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 다른 차량들도 문제없었다.
그러나 저 멀리서 오는 검은색 차량은 좌회전 도로로 들어오려 하는 모습이 아닌
직진 차로에서 조금씩 좌측으로 차량이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속도가 줄어들거나 곧 멈출 거라는 느낌은 아예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과 세게 부딪힌 것이다.


나는 직감했다.
검은색 차량에서 내린 사람은 운전 중에 딴짓을 했을 거라고.
사고를 낸 차량에서 내린 사람은 중년의 아주머니였다.
그냥 평범한 동네 아줌마의 모습이 아닌 커리어 우먼의 모습이었다.
분명 휴대폰을 봤거나 사무적인 일을 잠깐 보려고 딴짓을 한 게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여유로운 도로에서 이렇게 큰 사고가 날 리 없었다.


사고가 난 날은 봄을 맞이하는 경칩이었다.
더욱이 한주의 시작인 월요일이었다.
모두가 부푼 마음을 안고 열심히 일을 하고자 하는 다짐과 결의가 충만한 날이었다.
아마 사고를 낸 저분도 뭔가 업무에 바빴을 테고,
넘치는 열정에 해서는 안 될 행위로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낸 것이다.


모두가 시작은 용의 머리처럼 한다.
올해 12월에는 고스란히 용의 꼬리가 되는 사람이 있을 테고, 뱀의 꼬리가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커다랗게 차오른 열정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끄집어낸다고 해서
용의 머리로 시작해서 용의 꼬리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차오른 열정을 얼마나 잘 다스리고 컨트롤할 수 있느냐가 승패와 성공의 결과를 초래한다.

"급한 마음은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
"조급한 생각은 잘 될 일도 그르친다."
"서두름은 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바라던 꿈에 절대 가까이 갈 수 없다."


작더라도 뱀의 머리로 시작해서 차분하게 뱀의 꼬리로 이어져야 한다.
단, 시작은 그저 그런 적당한 뱀일지언정 안정된 차분함으로 갈수록 아나콘다만큼 굵어지고 커져야 한다.
안달 난 걱정은 삶에 그리고 성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평범하고 멀쩡한 삶까지 흐트러뜨린다.


원하는 것을 위해 품고 있는 마음은 최대한 묵직하고 차분하며 유동적이고 현명해야 한다.
타인과의 거리를 비교할 필요도 없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절대적인 자기만의 속도가 필요하다.
최대한 탑을 높이 쌓으려면 일률적으로 쭉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튼실한 기초공사를 위해 다지고, 누르고, 확인하고를 수차례 반복해야 한다.
그러면 아무리 높이 쌓아도 흔들리거나 쓰러질 일은 없다.


모두가 성공과 행복을 바라지만
소수만 성공과 행복을 오랫동안 유지한다.
모두가 바라는 성공을 잠깐 맛보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만
그 성공을 오래도록 꾸준히 진득하게 유지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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