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날개

by 이민혁

즐거움에 취한 말랑한 모습들과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날카로운 순간들은

따뜻한 바람과 찬바람을 수백 번 맞으며 아주 작은 씨앗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내 안에 담겼다는 확신이 섰던 날 바라보지 않았던 햇살을 오롯이 맞았다

냉대했던 숨소리는 점차 사그라지고 잊고 살았던 사랑과 정성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랗고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또 다른 내가

이 세상을 내려다보며 활공하는 그날이 올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수많은 계절의 풍파를 잘 견디고 버티며 조금씩 성장하는 날개는

점차 희미해져 가는 나를 대신해 새로운 모습의 나로 잘 성장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부족하지 않은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날갯짓을 펼쳤다

잃어버린 빛은 다시 세상을 밝히고 나는 좀 더 자유롭게 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뭔가 잘못되었다는 예감은 나의 온몸을 시커멓게 물들였다


오물을 뒤집어쓴 날개는 나의 눈에만 보였다

그리고 옆엔 낯선 미소가 자연스럽게 서 있었다


사람들은 나의 날개빛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나의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진짜 나의 존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그저 꽃가루를 뿌려줄 때마다 환호하는 사람들과 낯선 미소만이 세상에 보이는 전부였다


나의 꿈은 작은 기쁨이 삶의 순간을 반짝인 후 버려진 쓸모없는 과자 봉지 같았다

내가 만든 날개는 여전히 사람들의 눈에 아름답게 보였지만 그들에게 나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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