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하 Feb 10. 2021

선샤인코스트의 이름값

코로나 시대의 여행 (2) Sechelt, Sunshine Coast

시쉘트와 선샤인코스트는 난생처음 들어본 곳이었지만, 친구의 친구가 선샤인코스트에 산다는 걸 들었을 때부터 가보고 싶었다. 선샤인코스트는 당연하고 시쉘트라는 이름도 너무 매력적이어서.  큰 계획 없이 큰 준비 없이 꽤 갑작스럽게 가게 됐던 선샤인코스트의 시쉘트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고 캐나다에서의 여행 중 가장 아름다웠던 곳으로 남았다. 


귀여웠던 점은, 밴쿠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서 많은 사람들이 선샤인코스트가 섬인줄 알지만 선샤인코스트는 섬이 아니다! 대륙에 붙어있는 길다란 지역인데 하도 많은 사람들이 선샤인코스트를 섬이라고 알고 있어서 기념품 파는 곳에  <NOT AN ISLAND> 라고 써있는 티셔츠, 포스터, 엽서 등을 판다. 너무 귀여워!



도착하자마자 바다를 보러 갔는데 날씨와 바다의 색깔과 질감과 분위기와 해변의 몽돌 자갈, 그리고 긴 계단을 내려가면 있는 조용한 데크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밴쿠버에서도 자주 바다를 보러 갔고 빅토리아에 갔을 때도 그랬지만, 그리고 두 곳의 바다도 정말 좋아하지만 시쉘트 바다의 첫인상이 가장 충격적으로 아름다웠고 아마도 이 바다를 정말 많이 그리워할 것 같단 예감이 들었다. 


가만히 앉아있으라면 아마도 한나절 내내 바다만 보고 있을 수 있을 것 같던 그런 바다

    


NO EXIT


내 최근의 여행이 그렇듯, 딱히 뭘 하지는 않았고 그저 바다를 따라 걸었다. 분명히 엄청나게 그리워할 것을 아니까 눈에 열심히 담고 열심히 좋다고 말했다. 밴쿠버에 살고 난 후로는 종종, 내가 바라 왔던 게 바로 이거였지 하는 확신 같은 걸 느낄 때가 많았는데 시쉘트의 바다도 그랬다. 내가 보고 싶었던 바다가 이거였지, 이런 날씨와 이런 분위기, 이런 평화로움 같은 걸 늘 원했지. 현실이야 어쨌든 그런 감동에 약간 취했었던 것도 같다.




집에서 한 잔을 시작하자 나오기 힘들었지만, 선셋을 놓치면 안 된다며 겨우겨우 함께 나와서 본 풍경. 

안 나왔으면 큰일 날 뻔했잖아. 


아이폰과 야시카



바에 앉아 원래 마시려던 맥주 대신 위스키를 마시고 흥에 취해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리쿼 스토어로 위스키를 사러 가던 길. 뒤쪽으로는 해가 지고 앞으로는 달이 떠서 바다를 비추었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던 순간. 우리는 거의 울 뻔했다. 나는 정말 거의 울었어.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은 것이 너무 후회스럽고 저화질의 사진이 너무 아쉽지만, 뒤로는 노을 앞으로는 달에 비춘 바다 윤슬을 보며 위스키를 사러가는 길이라니, 정말 문장마저도 비현실적이고 내가 그 문장 안에 있었다는 것도 믿기지가 않네. 







천국에서의 해장. 


다음날도 날씨는 정말 좋았고 바다도 여전히 예뻤고 우리는 쌀국수로 해장을 하고 파도에 몽돌이 굴러가는 소리와 바닷바람 소리를 들으며 해변에 누워 한잠을 잤다. 동화책이라고 해야 할지 판타지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내가 꿈꾸던 바다 마을로 다녀왔던 한여름밤의 꿈같은 여행.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들의 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