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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 Apr 17. 2020

'외로운데 연애나 할까?'_간헐적 외로움에 관한 고찰

코로나 중 글쓰기 - 떡볶이, 연애보다 낫다!

   바로 이전 글인 '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에서 내가 다소 내향적, 개인적이고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평소 주말엔 누워서 넷플릭스나 웹툰을 봤고, 아무리 바빠도 1주일에 하루는 혼자 쉬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요약하면 나는 내가 혼자 있어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나름대로 나를 관리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휴학 이후 코로나로 인해 친구들과의 만남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최근 내가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심심함이라도 극복하고자 로맨스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서 '아, 연애나 해볼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딱히 진지한 고민은 아니었지만, n년 전 똥차와 헤어진 이후 연애는 절대 안한다고 다짐했던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나말고도 꽤 많은 사람들이 "이유없는 외로움"을 느끼고, 이 해결책으로 "연애"를 떠올리는 것 같아, 이번에는 이 둘에 대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나는 이번 코로나로 인해 외로움을 느꼈지만, 사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이유없는 외로움'은 때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찾아온다. 봄엔 꽃이 펴서, 가을엔 낙엽이 떨어져서, 겨울엔 옆구리가 시려서 등등.. 많은 사람들이 별별 이유를 가져오지만, 우리는 사실 그냥 외로울 때가 많다.


   아무리 친구가 많아도, 가족과 사이가 좋아도, 일이 바빠도 뜬금없이 찾아오는 외로움에 정해진 규칙이나 시기는 없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러한 감정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은 '연애'이다. 진실된 사랑과 함께 한다면 행복할 것이라는 깊은 믿음은 각종 미디어와 콘텐츠를 통해 주입되고, 강화되어 왔다. 이러한 매체의 힘은 너무나 강력해서, 심지어는 '애인이 없다 = 외롭다' 와 같이 하나의 공식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럼 지금부터 생각해보자.

과연 애인의 유무와 갑작스러운 외로움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을까?


이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우리는 두가지 질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 애인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가지는 특별한 의미는 무엇인가

2.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라면 외로움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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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애인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자. 서로 의지가 되고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은 건강한 삶을 위해 필수적이다. 고민과 소소한 일상을 나누거나 나를 지지해주고 아껴주는 사람은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고, 물론 애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각종 콘텐츠와 미디어는 우리에게 연인간의 사랑을 끝없이 강조해왔다. (가족, 친구, 애인 중 제일은 애인이니라..) '내 인생의 반쪽'을 만나 평생 행복해지는 고전적 로맨스 이야기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나 혼자서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불안감과, 내 부족한 반을 채워줄 상대를 찾아야한다는 조바심이다.



   물론 서로를 가장 최우선으로 여기자는, 육체적 정신적 사랑을 맹세한 사이는 삶에 긍정적 에너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은 자기 자신으로 삶을 온전히 채울 수 있어야한다.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더라도, 결국 중심은 '나'에게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의 절반을 온전히 주기 위해 애인을 만드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 나를 중심으로,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가족, 친구, 애인의 관계를 맺을 수는 있지만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을 정도의 존재를 찾는 것은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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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삶이 풍요롭다면, 이러한 막연한 외로움을 겪지 않을 수 있을까? 사실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이유없는 외로움'이라는 말에서부터 알 수 있다. 우울증과 같은 질병, 특정 사건으로부터온 이유있는 외로움이 아니라, 그저 문득 찾아온 가벼운 우울감이나 외로움은 딱 짚어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없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무언가에 소속되고 유대감을 느끼기를 원하지만, 결국 삶은 혼자 살아가야하기 때문에 약간의 외로움은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러한 외로움이 만성적인 병이 되지 않도록, 그저 '앗, 나 지금 외롭네?'하고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는 무심함이 필요하다.








   이러한 무심함을 위해서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한 삶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결국 외로움이 찾아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놀라운 해결책은 없다. 정말 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멋진 상대를 찾아 사랑에 빠져도, 생활에서 문득 찾아오는 외로움은 늘 따라올 것이다. 그러니 적어도 잠깐의 외로움에 속아 연애를 고민하지는 말자. 다만 외로움이 나를 삼키지 않도록 단단한 나를 준비하고, 외로움이 찾아온다면 달콤한 디저트나 화끈한 떡볶이로 달래며 보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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