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흐르고, 시간처럼 스며드는 감사
우리는 살아가며 너무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중에서도 물, 공기, 햇살처럼 언제나 곁에 있는 것들은
그 존재의 귀함을 잊고 살아간다.
그런데, 그것들이 잠시라도 사라지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깨닫는다.
이토록 소중한 것들이 내 하루를 지탱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며칠 전, 감기에 걸려 며칠 동안 코가 막혔다.
평소엔 아무렇지 않던 숨쉬기가
그토록 힘든 일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숨을 쉴 때마다 코끝이 막혀 답답했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던 평범한 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느껴졌다.
‘공기’는 늘 있었지만,
그 존재를 의식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또 한여름의 정전이 떠오른다.
불이 꺼지고 선풍기 바람이 멈추자
순간, 온 세상이 멎은 듯 고요해졌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어둠,
방 안을 맴도는 뜨거운 공기,
그때서야 깨달았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방 안에 들어오는 햇살이,
나를 감싸던 바람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였는지를.
그리고 이제, 나는 ‘시간’이라는 또 다른 감사를 떠올린다.
늘 나와 함께 흐르고 있었지만
잃고 나서야, 지나고 나서야
그 가치가 얼마나 큰지 깨닫는다.
바쁘게 흘러가던 일상 속에서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하고 되뇌던 수많은 순간들.
그러나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시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소중한 사람과의 짧은 대화,
혼자 머물던 조용한 오후,
심지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평범한 저녁조차
돌이켜보면 다 지나가버린 선물이었다.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는 나의 삶, 나의 성장, 나의 감정이 켜켜이 쌓여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며 사는 일은
시간에게 보내는 가장 큰 감사의 표현이다.
삶의 온기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멀어졌을 때,
그 빈자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평소엔 무심히 지나쳤던 인사,
짧은 대화 속 웃음 한 조각이
얼마나 큰 힘이었는지 그제야 알게 된다.
결국, 감사는 언제나 ‘부재’를 통해 피어난다.
없을 때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익숙한 것들의 가치를 통해 우리는 조금 더 성숙해진다.
오늘도 나는 깨닫는다.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것,
숨을 쉴 수 있다는 것,
햇살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시간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 단순하고 작은 일들이
내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기적임을.
그래서 오늘은,
그 평범함 속의 감사함을 잊지 않고
조용히 마음속으로 되뇐다.
“있을 때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가자.”
내일의 나 또한 이 마음으로,
햇살처럼 따뜻하고 시간처럼 유연한 하루를 맞이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