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이 들려주는 나의 시간
내 공간 속에서 가장 감사한 물건을 하나 고른다면, 주저하지 않고 1995년에 선물받은 독일산 바이올린을 꼽는다.
어머니께서 몇 달 동안 모은 월급으로 사주신 바이올린.
그 마음이 깃들어 있어서인지,
이 악기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내 인생의 한 부분이 되었다.
어릴 적, 나는 그 바이올린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을 보냈다.
교회 성가대 앞줄에 서서 조심스럽게 활을 긋던 그 순간들.
떨리는 손끝 위로 울려 퍼지던 음색은
마치 내 안의 마음을 대신 노래하는 듯했다.
그때 나는 ‘음악은 마음의 언어’라는 말을 처음으로 이해했다.
시간이 흘러 대학을 지나 사회인이 되었을 때,
그 바이올린은 또 다른 무대 위에서 나와 함께했다.
네이버에 입사한 뒤, 동료들과 만든 엔클이라는 클래식 동호회에서
나는 다시 바이올린을 손에 쥐었다.
퇴근 후 연습실에서 마주 앉아 웃던 동료들,
연말마다 빌렸던 공연장,
드라마 OST와 클래식이 어우러졌던 무대의 따뜻한 조명들.
그 순간순간이 내 인생의 ‘빛나는 소리’로 남아 있다.
오케스트라 속 바이올린의 존재는 결코 혼자 빛날 수 없다.
함께 연주하는 수많은 악기들의 숨결 속에서
하나의 소리가 완성되고,
그 조화로움이 음악의 본질이 된다.
나 역시 그 안에서 배웠다.
‘함께’라는 단어가 얼마나 아름다운 울림을 가진지.
그 시절, 나는 음악을 통해 사람과 연결되는 법을 배웠다.
오늘, 조용한 오후에 오랜만에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었다.
손끝에 닿는 나무의 감촉이 낯설 듯 익숙하다.
먼지를 털고, 조심스레 현을 조율한다.
활을 긋는 순간, 과거의 내가 내 곁으로 돌아온다.
연습실의 웃음소리, 공연장의 떨림,
그리고 어머니의 미소까지,
모두가 이 작은 악기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이올린은 나의 음악이자, 나의 기억이며,
세월을 함께 걸어온 인생의 친구다.
그 안에는 사랑과 노력, 그리고 시간이 녹아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바이올린을 바라보며 감사한다.
그때의 나를 지금의 나와 이어주는 이 다리가 되어주었음을.
바이올린이 내게 들려주는 소리는 단지 음악이 아니라,
시간이 속삭이는 감사의 멜로디다.
오늘도 나는 그 음률에 마음을 맡긴다.
그리고 다짐한다.
“잊지 말자, 내 삶을 아름답게 채운 이 시간과 선물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