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몸이 나에게 해주는 일

눈으로 보고, 손으로 쓰는 기적 같은 하루

by 민힐러

나의 몸이 나에게 해주는 일 중 가장 고마운 것은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손으로 내가 좋아하는 글을 타이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이 가장 먼저 나를 반긴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공기 중의 부드러운 온도, 그리고 창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그 모든 감각이 ‘보인다’는 단어 하나로 연결된다.

눈을 통해 세상을 본다는 건 단순히 시각의 기능을 넘어서, ‘지금 살아 있다’는 감각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나는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이 참 좋다.

여름의 뜨거운 하늘, 가을의 낙엽이 흩날리는 거리, 겨울의 고요한 첫눈.

그 모든 장면 속에는 시간의 결이 담겨 있다.

볼 수 있다는 건, 그 시간을 마음에 담을 수 있다는 뜻이다.

때로는 사진을 찍지 않아도 괜찮다.

눈이 기억하고, 마음이 저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손.

내 손은 언제나 ‘표현의 도구’이자 ‘기억의 확장’이었다.

손끝으로 바이올린 현을 누르며 울림을 만들던 시절도 있었고,

지금은 키보드 위를 두드리며 내 생각을 글로 바꾸는 시간을 가장 사랑한다.

손으로 글을 쓰는 일은 나에게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자유의 감각을 되찾는 행위다.

글자 하나, 문장 하나를 만들어낼 때마다

내 안의 생각들이 형태를 얻고,

감정이 방향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나는 스스로를 이해하게 된다.


손끝이 만들어내는 리듬은 묘하게도 마음의 박동과 닮아 있다.

힘이 들어가면 문장이 딱딱해지고, 마음이 열리면 글이 부드러워진다.

이처럼 몸과 마음은 서로를 반영하며 움직인다.

그래서 나는 타이핑을 하면서 나의 내면을 읽는다.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외부의 소음이 잦아들고,

오롯이 ‘나’라는 존재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다.


이 모든 일상이,

눈이 보이고 손이 움직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흘러가지만,

이 몸이 나를 지탱해주는 덕분에 나는 여전히 꿈꾸고, 느끼고, 기록할 수 있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손이 느려지고, 눈이 침침해지는 날이 오더라도

나는 이 감각들을 잊지 않고 감사하며 살아가고 싶다.

보이는 세상에 감격하고,

움직일 수 있는 손끝에 다시금 놀라며,

이 몸이 내게 주는 하루의 기적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


오늘도 나는 눈으로 세상의 빛을 담고,

손으로 마음의 언어를 새긴다.

그 단순하고 평범한 일이

내 삶을 가장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축복임을 알고 있으니까.


보이는 것에 감사하고, 쓸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것이 내가 매일의 기적을 느끼며 살아가는 이유다.

이전 04화나의 공간 속 가장 감사한 물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