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흘러간 자리에서 싹튼 감사
코로나로 전 세계가 멈춰 서던 시절,
내 삶에서도 또 하나의 단절이 찾아왔다.
오랜 시간 함께 마음을 나누던 친구와의 관계가
작은 오해에서 시작된 균열로 결국 끊어져 버린 것이다.
그 시기는 어둡고 길었다.
전염병으로 세상이 고립되었는데,
가장 가까웠던 사람과의 마음도 함께 닫혀버리니
마치 두 겹의 외로움 속에 갇힌 듯한 느낌이었다.
잠들지 못한 새벽들,
끝없이 자신을 탓하는 마음,
몇 번을 되감아도 풀리지 않는 그때의 대화들.
절망은 그렇게 조용하고도 깊게 찾아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아픔은 내가 완전히 무너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내 삶의 또 다른 한가운데에는
묵묵히, 변함없이, 내 옆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족, 오래된 지인들, 그리고 말없이 내 마음을 들어주던 몇몇 소중한 존재들.
그들은 그 사건의 모든 맥락을 알지 못했지만
그저 “힘들었지, 괜찮아질 거야” 하고 말해주는 것으로
내 마음에 작은 숨구멍을 내주었다.
그 작은 말 한마디, 따뜻한 시선 하나가
어둠 속에서 자리 잡은 나를 조금씩 밖으로 꺼내주었다.
돌이켜보면,
그 상처는 관계에 대한 나의 태도를 많이 바꿔놓았다.
사람이 언제나 내 곁에 머무르는 것은
너무도 소중한 기적이라는 것.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질 수도,
말 한마디에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관계도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아픈 사건 속에서
나는 더 깊게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고,
사람을 잃는 고통 속에서
남아 있는 사람들의 귀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그 상실의 시간은
내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더 부드럽게 바꾸어주었다.
이제는 안다.
상처는 단순한 아픔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 자리에 남겨진 빈틈 속에서
비로소 감사의 씨앗이 자라난다는 것을.
그때의 상처가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감사의 씨앗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