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눈을 맞추던 순간

자연이 건네준 고요한 위로

by 민힐러

나는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어쩌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세상과 가장 부드럽게 연결되는 순간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산책을 할 때, 발걸음을 옮기며 올려다보는 하늘의 표정은 어느 날은 장난스럽고, 어느 날은 깊고 차분하며,

또 어느 날은 나보다 먼저 내 마음을 알아채는 친구처럼 다가온다.


가끔은 하루가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마음속에 이름 붙이기 힘든 감정들이 들어차

그냥 숨쉬는 것조차 버거운 날.

그럴 때면 나는 조용히 신발을 신고 바깥으로 걸어 나간다.


얼마 전 그런 날이 있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 고개를 들기조차 힘들었지만,

문득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나를 천천히 위로하는 듯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날의 하늘은 연한 아이보리빛이 깔리고, 그 위에 구름이 천천히 눕듯 걸쳐 있었다.

초조한 내 마음과 달리 하늘은 조금도 서두르지 않았다.

그 느린 흐름을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내 호흡이 조금씩 길어지고, 부드러워졌다.


그때 깨달았다.

하늘은 늘 그 자리에 있었구나.

내가 지쳐 고개를 들지 못했을 뿐.


하늘 아래 걷는 동안,

내 마음은 말없이 치유되고 있었다.

구름은 흩어지다가도 다시 모이고,

노을은 하루의 끝에 부드러운 온기를 남겨주며

“괜찮아, 오늘을 이렇게 마무리해도 돼”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어떤 날에는 맑은 푸른빛이 나를 용감하게 만들어주고,

어떤 날에는 흐린 하늘이 묘하게 위로를 주기도 한다.

흑백 사진 같은 하늘도, 장난스럽게 흐르는 구름도,

모두 제각각의 언어로 나에게 말을 건넨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이해받는 느낌.

설명하지 않아도

묵묵히 받아주는 감각.

그것이 자연과의 교감이 주는 위로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아무것도 해결된 것 같지 않아도

세상이 내 옆에 조용히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감각 하나만으로도 하루의 온도가 달라진다.


하늘은 내게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넓음과 고요함이

내 마음을 다독이는 데 충분했다.


오늘도 그 존재 덕분에

세상이 조금 더 다정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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