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계속 기록하기로 했다
기술은 늘 나보다 빠르게 앞서갔다. 새로운 도구가 나오고, 더 효율적인 방식이 등장할 때마다 나는 한 발 늦게 따라가며 생각했다. 이걸 쓰지 않으면 뒤처지는 건 아닐까, 이 흐름에 올라타지 않으면 나는 사라지는 건 아닐까. 그래서 한동안은 기술을 배운다기보다, 기술에 나를 맞추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썼다.
AI를 쓰기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질문을 던지면 곧바로 답이 돌아왔고, 몇 번의 수정만 거치면 그럴듯한 결과물이 완성됐다. 편리했고, 빠르다는 점에서는 분명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만들어진 문장들 앞에서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잘 만든 글인데 마음이 남지 않았고, 분명 내 이름으로 나갈 글인데도 내가 빠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기술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더 많은 결과물일까, 더 빠른 성과일까. 아니면, 여전히 내가 나라는 감각을 잃지 않은 채로 쓰는 일이었을까. 질문의 방향이 바뀌자, 기술을 바라보는 태도도 조금씩 달라졌다.
나는 깨달았다. 문제는 AI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기준 없이 쓰고 있었다는 것이었다는 걸. 내가 어떤 말에 오래 머무는 사람인지, 어떤 표현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내 것이 아니라고 느끼는지, 반대로 투박해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결은 무엇인지. 이런 질문을 건너뛴 채 기술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기록하기 시작했다. 결과를 만들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나를 확인하기 위한 기록이었다. 어떤 문장에서 마음이 움직였는지, 어떤 글을 쓰고 나면 이상하게 피로해졌는지, 어떤 질문 앞에서는 오래 머물고 싶어졌는지. 그렇게 쌓인 기록은 어느 순간 하나의 문장이 되었고, 그 문장이 기준이 되었다.
기준이 생기자, 기술은 더 이상 나를 압도하지 않았다. AI는 정답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내 생각을 비춰보는 도구가 되었다. 같은 질문을 던져도, 나는 결과를 그대로 쓰지 않고 고르기 시작했다. 이건 나와 닮았고, 저건 아니다. 이 문장은 지금의 나를 설명할 수 있고, 이 문장은 아직 아니다. 그 선택의 반복이 나를 다시 글 안으로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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