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고 판단하지 않는다. 말과 행동을 유심히 살피고 지켜볼 뿐, 말의 앞뒤가 같은지 다른지를 말이다. 다만, 공적인 일에 대해 정도(正道)가 벗어난 일이라면 누군가에게 하소연쯤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상대의 말에 대한 내 고개의 끄덕임은 공감과 수용 사이에 있다. 때론 상대 말에 공감이 되어서 끄덕이기도 하지만, '상대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란 수용의 태도이다. 대화를 하면서 나를 낮추고 상대에게 맞춰주면, 나를 자신의 수준쯤으로 아는 것이 어이없는 일이지만 이제는 그렇거니 한다.
다른 이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면, 먼저 자신부터 드러내고 상대에게 의문이나 궁금한 점을 파고드는 게 예의라고 배웠다. 타인에게는 감춘다고 힐난하면서, 자신은 드러내지 않는 모순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들은 유도신문한다고 착각하지만, 오히려 속내를 내비치는 꼴이란 걸 모른다.
자신이 타인의 말을 다른이에게 옮기니, 다른 이도 이와 같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수준이 높다고 말로 자랑하는 사람은 실속이 없다. 자신의 잘난 점은 남이 알아주는 것이지, 내 입으로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 양상의 원인에는 자격지심이나 열등감에 있다고 본다. 나도 한때는 자격지심에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란 열등의식에 빠져 산 적이 있다. 자격지심은 마음을 비우면 해결된다. 나를 '나' 자체로 존중하고 인정하면 된다. 굳이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조바심 내지 않게 된다. 남이 나를 낮게 평가하면 어떤가, 그 사람은 나를 그만큼밖에 알아보지 못한 것인데, 더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내 몸과 마음은 하나이다. 하지만 마음과 생각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그 여러 갈래에서 좀 더 나은 방향이나 긍정의 생각 회로를 돌리는 것이 나의 삶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현명한 일이란 걸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실천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생각의 회로도는 그 방향을 따르게 된다고 믿는다. 생각도 연습이다. 연습하다 보면 종전과 다른 내가 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