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가기 질문상자 글쓰기 +낭독 프로젝트
1
3장
이렇게 해서 노랑애벌레와 줄무늬애벌레는 풀밭에서 장난치며 풀을 먹고 점점 살이 쪄 갔습니다.
그리고 둘이는 서로 사랑했습니다. 그들은 매일같이 다른 모든 애벌레들과 싸우지 않는 것이 그토록 즐겁기만 했습니다.
2
한동안 그것은 천국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로 껴안는 것조차도 진저리가 났습니다.
그들은 서로 털끝 하나까지도 다 알고 있었으니까요.
줄무늬애벌레는 이런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데는 틀림없이 이 이상의 것이 있을 거야."
3
노랑애벌레는 그가 갈팡질팡 하는 것을 보고 그로 하여금 더욱 즐겁고 평안하게 해 주려고 애썼습니다.
"우리가 떠나온 그 지긋지긋한 혼란보다 지금 상태가 훨씬 더 낫다는 걸 생각해 봐."
하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지 우리는 모르잖아. 우리가 내려온 것이 잘못인지도 몰라.
우리는 이제 쉴 만큼 쉬었으니까 그 꼭대기에 올라 갈 수 있을 꺼야."
하고 그는 대답했습니다.
4
"줄무늬애벌레야, 제발 그런 생각은 말아 다오."
하고 그녀는 애걸했습니다.
"우리는 좋은 집을 가지고 있고 또 서로 사랑하고 있어. 그러면 됐지 뭐.
외롭게 기어오르는 저 모든 애벌레들의 생활보다는 우리가 훨씬 더 낮지."
그녀는 그렇게 믿고 있었고 줄무늬애벌레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뿐이었습니다.
5
줄무늬애벌레는 기어오르는 생활에 대한 미련이 날로 심해져 갔습니다. 그 기둥의 모습이 그의 머리에서 맴돌았습니다.
이제 그는 기둥으로 기어가서 위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기는 버릇이 생길 정도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꼭대기는 여전히 구름에 가리워져 있었습니다.
6
어느 날 그 기둥 근처에서 세 번이나 쿵 하는 소리에 줄무늬애벌레는 깜짝 놀랐습니다.
세 마리의 커다란 애벌레가 어디서 떨어졌는지 쭉 뻗어 있었습니다.
두 마리는 죽은 것 같았으나 한 마리는 아직 살아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야? 내가 도와줄까?"
하고 줄무늬애벌레가 속삭였습니다.
7
"저 꼭대기... 나비들만이 그것을 보게 될 거야..."
이렇게 몇 마디밖에 내뱉지 못하고 그도 죽어 버렸습니다.
줄무늬애벌레는 집으로 돌아와서 노랑애벌레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엄숙해졌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8
그 이상야릇한 이야기는 무슨 뜻을 지녔을까? 그 애벌레들은 맨 꼭대기에서 떨어졌단 말인가?
마침내 줄무늬애벌레가 입을 열었습니다.
"내가 알아내야겠어. 내가 가서 그 꼭대기의 비밀을 밝혀내고 말거야."
그리고 그는 다정하게 물었습니다.
"같이 가서 날 도와줄 수 없겠니?"
9
노랑애벌레는 고민스러웠습니다. 그녀는 줄무늬애벌레를 사랑하였고 그와 함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녀가 그가 성공하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 꼭대기가 모든 대가를 치르고 올라가 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곳으로 생각되진 않았습니다.
그녀 역시 그 위에 올라가고 싶었습니다. 기어 다니는 생활이 그녀에게도 또한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10
그녀도 또한 그 기둥이야말로 꼭대기에 이르는 단 하나밖에 없는 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토록 확신하고 있는 줄무늬애벌레의 모습을 보자, 그녀는 같이 갈 수 없는 것이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그녀는 또한 함께 갈 수 없다는 이유를, 그에게 납득이 갈 만한 적절한 말로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바보가 된 느낌이었고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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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하더라도 확신 없이 행동하는 것보다는 그냥 기다리는 것이, 확신을 갖지 않는 것이 더 낮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설명할 수도, 증명할 해 보일 수도 없었지만 - 그리고 그녀의 진실된 사랑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줄무늬애벌레를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기어 올라가는 것만이 반드시 높은 곳에 다다른다는 것이 아님을 그녀는 알고 있었습니다.
12
"난 안 가겠어."
하고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듯 아파하면서도 잘라 말했습니다. 그리하여 줄무늬애벌레는 그녀를 남겨 두고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