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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희 Sep 02. 2020

논산 마음튼튼 훈련소 입소 2주차

코로나19로 바뀐 삶 2년간의 갭이어를 시작하다.

#논산마음튼튼훈련소 입소 2주차

토욜 아침식사 궁골식품 청국장으로 국밥을 만들어 먹었다. 문 열고 나가면 만날 사람이 없음이 당황스럽고, 언제든 불러 함께 먹을 친구가 그립다. 누구라도 살 던 곳을 떠나면 겪을 어려움이겠지. 창직과 창업 11년차가 된 올해 코로나19를 겪으며 의도적으로 2년간의 #갭이어 기간을 만들기로 했다. 나에 대해 사람에 대해 더 많은 배움이 있겠다. 오늘도 감사함으로 아침 식사를 차린다. 나에게 차려주는 아침식사는 오래된 리추얼이다.


일단 힘내서 뭐든 해보자

아침에는 친구와 생일 축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2년 기한으로 갭이어 가지면서 어떤 일을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려고 하고 있어. 2월에서 7월사이 매출 제로였거든. 임기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교육 업무라서 지난 10년간 인연 맺은, 같은 관심 분야의 친구들이 와서 이야기 나눠주고 이곳에서도 기회를 연결하면 좋겠다.' 내가 지금 있는 이 자리에 대해서 잠시 생각한다.  


버려진(수준) 집을 구했다.

8월 17일로 임용 일자가 결정되고 8월 10일 KTX를 타고 논산에 와서 시청 인근을 돌아다녔다. 한 주 전에도 와서 몇군데 돌아다녔다. 그때 우연히 들어간 부동산에서 대뜸 15평형 아파트 6500매매 물건을 안내해주셨다. 서울 전세가도 안되는데 매매가 가능하다니 놀라웠지만 이곳에서 얼마나 살지 모르는터라 매매는 일단 패스.  풀옵션 원룸과 아파트 등을 돌아다녔는데 매매가가 서울에 비해 무척 낮은 반면 전세 매물이 드물다. 월세는 거의 서울 수준이다. 당일에 나온 전세 매물이 있어 보러갔다. 전세 4500만원 24평형 연립. 낡고 오래된 기운이 가득했지만 가능성을 몇가지 봤다. 첫번째는 친구들이 와서 편안하게 쉬고 갈 수 있는 공간.


오래된 집에 살아보기

무려 집이 1985년에 지어진 곳이다. <다시 여름> 동화 낭독을 여러차례 들은 영향이었을까. 그 집이 웬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오랜 폭우로 습도가 높아진 시기라 집에 대한 판단력도 약간 흐렸기도 하다(안습). 이사와서 보니 무의식적으로 버려진 집(수준)을 선택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어질 때부터 주인이 바뀌지 않다가 최근 경매로 집을 매입한 주인은 서울이며 논산 일대 아파트를 많이 가진 다주택자라고 한다. 8월 15일 광화문 집회 정보를 논산의 부동산에서 처음 들었다.


레트로의 정수 논산 별장으로 놀러오세요.

많이 불편할 겁니다. 에어컨도 없고, 오래되서 묵은 냄새가 잘 빠지지 않아요. 그래도 매일 닦고 사랑을 주며 집과 관계맺고 있어요. 택시 기사님에 따르면 이 집은 1985년 논산에서는 최첨단 주택이었다고 합니다. 공무원이나 선생님들이 주로 살았다고 해요. 1985년도는 제가 국민학교에 입학했던 해에요. 과천의 주공아파트가 떠올랐어요. 그런 집에 살고 싶었던 내면 아이가 저를 이곳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집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화양연화를 겪은 노인의 품에 있는 기분이랄까요.


서울에서 가져온 것들

2008년에 쓰던 것을 받아서 지금까지 나와 여러차례 이사한 LG 137L 냉장고 생산년도로 치면 족히 20년간 고장하나 없이 장수하고 있다. 이번에는 논산행을 함께했다. 최근 LG연수원을 코로나 환자를 위한 시설로 무상 제공한다는 뉴스를 보면서 90년대 후반 2년간 LG 가족이었음이 뿌듯해진다(가끔 퇴사하지 말걸~ 후회 시리즈의 첫번째 테마).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이 만들어가는 신뢰의 두께를 생각하는 아침이었다.


8월 15일 토요일 서울 대탈출

서울에서 논산으로 이동하는 결정은 가벼웠지만 현실에서 느끼는 감정적 어려움과 절차들은 상당했다. 비록 월셋집이지만 아빠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던 홍제동 집. 늘 품어주었던 최명숙 주인 아줌마, 스마일부동산 사장님. 너무나 감사했다. 감정이 서울 집에 들러붙어 있으니 논산에 집구하는 게 어려웠다. 서류 내고 채용시험 과정을 거치면서 포기 할까 하는 마음도 많이 들었다. 이사는 가볍게 결정해 조금 웃돈을 주고 이사짐 업체를 찾았다. 이사 당일 짐을 내리며 폭우가 쏟아졌다. 간신히 짐을 부리고 출발하니 광화문에는 태극기 집회, 고속도로는 연휴를 맞은 휴가 차량으로 도로 정체를 겪었다. 5시간 20분 만에 논산에 도착했다. 서울로 다시 가야하는 이사팀은 서둘러 짐을 부려놓고 떠났다. 혼자 남겨진 첫째날 밤. 잠들기가 쉽지 않았다.


8월 16일 일요일

00씨가 논산에 왔다. 카페 봄에서 차를 한잔 함께 나누고 논산역 쏘카존에서 아반떼를 4시간 빌려서 운전을 했다. 부여 궁남지에 가서 연잎밥을 먹었다. 강경으로 가서 금강 노을도 보았다. 신나는 일요일이었다. 집은 청소할 것들이 너무나 많고 정리할 짐도 많았지만 일단 그냥 뒀다.


8월 17일 월요일

법정공휴일. 내일 출근인데 벌써 서울로 가고픈 마음이 가득 차서 감정을 덜어내는 연습을 했다. 거리는 멀어졌지만 동료와 매일 연습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청소를 시작했다. 싱크대 청소를 하느라 무리했다. 에고 삭신이야.


8월 18일 화요일

임용장을 받기 위해서 시장실에서 1시간 넘게 기다렸다. 큰 꽃다발을 받아서 왠지 생일 선물 미리 받는 기분이었다. 올라가서 부서의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오후에는 사회적경제 관련 사업지 현장 탐사를 했다. 폭염 가운데 땀을 많이 흘렸다. 행정 전산 시스템과 메일 주소를 만들었다.


SNS 포스팅

소식 나눕니다. 코로나 폭탄이 터진 8월 15일 충남으로 이사를 했어요. 오늘부터 논산시청 행복도시국 사회적경제과에서 네트워크와 교육 파트 분야 업무를 합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여 지역, 도시재생 분야 행정을 배우려고 합니다. 제게 주어진 시간동안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하려고 해요. 콜라보 제안 환영합니다.  신나는 논산 라이프 소식 나눌게요.


8월 19일 수요일

오후에 상월로 기업들을 만나러 나갔다. 사회적경제 시민연구단 김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니 마음이 였다. 낯선 질문들 낯선 대화들에  예민해져있었나보다.


8월 20일 목요일

퇴근하고 시청에 도착한 엄마를 만났다. 민원실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두 사람이 너무 반가웠다. 함께 부여 궁남지에 가서 연꽃밭을 산책하고 연잎밥을 먹었다. 두 분과 연향이 가득한 공간에 있는 것이 좋았다. 사진도 찍어드리고 함께 좋은 저녁을 보내고 집으로 왔다. 거실에 두 분이 계시니 집이 든든했다.


8월 21일 금요일

나는 유연 근무를 하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이다. 금요일은 12시 퇴근하는 날. 생일이기도 하고 엄마에게 미역국을 끓여드리고 출근해서 내 생각에는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대화를 했다. 물론 내가 틀릴 수 있다. 옥상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좀 흥분했다. 과에서 다함께 오리를 먹으러 간다고 한다. 아쉽지만 먼저 퇴근한다고 했다. 엄마와 함께 서울로 출발했다. 일주일이지만 몇년만에 가는 기분이었다. 출발해서 화성시에 사는 엄마부부의 베프 친구분 집에 갔다. '맛있으면 돼지'라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아들에게 김광수 대표님께서 선물해준 돼지 그림을 선물했다. 적합한 장소에 나의 물건을 선물할 수 있어 다행이다. 군포 엄마집. 새로산 에어컨 성능이 너무 좋았다. 엄마는 친구들과 고스톱 삼매경, 나는 엄마에게 선물한 펭수복숭아 삼매경으로 각자 행복한 저녁을 보냈다.


SNS

어제는 이 몸을 낳아주신 그녀와 연꽃밭을 거닐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정성껏 미역국도 끓여 대접했지요. 그런데 그녀는 낳고 기억 흐릿해지셔서 생일인지 모르고 계신다죠. 덕분에 생일 아침마다 전화주시던 아빠의 부재를 느꼈던 아침이었죠.

논산에서 첫주를 무사히 보냈어요. 해마다 막강하게 축하해주는 낯대 친구들 덕에 오전내내 카톡은 축제였어요. 그중에서 프사로 생일 카드 만들어주는 트루팍의 정성이 늘 웃음을 줍니다. 수량대푠님 시청옆에 투썸있는지 어찌 아시고 쿠폰 보내주셨는지. 스벅보다는 투썸이 좋아요. 저 자신에게 더 많은 축하와 감사를 주고 싶은 금요일입니다. 행복하네요. 연결된 친구들도 더 많이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8월 22일 토요일

군포 롯데리아 앞에서 00씨를 만났다. 의왕 백운저수지 쪽으로 이동해 두부 요리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가 좋아한다는 의왕시청 인근 숲을 가보기도 했다. 오후에 경리단에서 일아를 만날 일정을 얘기하니 데려다 준다고 해서 함께 차로 경리단길 근처 물길카페에 가서 차를 마셨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이 좋았다. 모처럼 서울을 나온 그의 즐거움이 느껴졌다. 4시경 카페 르플랑으로 가서 일아와 '도른자' 수다를 떨다가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밥 한그릇 사주는 친구가 있어서 좋다. 저녁에는 인근 아 언니네서 일박. 금새 골아떨어졌다.


8월 23일 일요일

아 언니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이태원 투썸에서 미정마스터에게 선물로 받은 쿠폰으로 콤부차와 케이크를 사먹었다. 킨포크가 아니라 킨서울이라고 이름 붙여볼까? ㅎㅎ  소중한 엄마와 귀한 세 친구(병섭, 일아, 아일린)를 만나는 일정을 조용히 함께 했다. 무궁화호를 타고 논산으로 내려왔다. 논산역에서 버스를 타고 오후 5시 무렵 집으로 왔다. 기차에서 재즈계의 원로 박성연선생님의 타계 소식을 보았다.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올초 한 질병을 진단 받고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슬프고 두려웠다. 코로나 가운데 5-6월 사이 두 군데 대형병원에서 검사를 시행했고 전주의 용하다는 약국에도 다녀왔다. 아직도 이 병과 함게 살아가는 게 100%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몸을 잘 돌보고 정성껏 하루 하루 살아가기를 생각한다.


8월 24일 월요일

오후에 강경과 채운면으로 사회적경제 기업 연구원들과 팔로업을 나갔다. 벼가 조금씩 익어가는 들판이 좋았다. 또래의 사업가가 꽃뱅이로 사업을 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좋은 기운이 가득한 사람들을 만나면 나도 힘이 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8월 25일 화요일

오후에 코로나 방역 업무를 지원나갔다. 은진과 연무 일대를 4시간 가량 돌았다. 폭염이었다. 중간에 재분식품 은 산골짜기에 자리하고 있었다. 사람이 잘 찾지 않은 곳이라며 얼마나 반갑게 맞아주셧는지 모른다. 시원한 효소액도 한잔 주시고 군고구마도 선물 받았다.


8월 26일 수요일 아침 리추얼

오늘의 아침밥. 어제 코로나 방역업무에서 받는 군고구마를 활용한 샐러드와 팽이버섯 달걀부침, 알로에. 바나나. 돌봄을 말할 때 내가 누군가를 돌보는 것만 생각하는데 (남녀 가릴 것 없이) 자기 돌봄도 잘 해야 한다. 자기를 잘 돌보는 사람들로 시민사회가 구성되면 돌봄 노동의 비용과 예산도 줄어들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 공간, 분위기, 문화, 억양, 삶의 방식들 매일 매일 새롭게 배워나간다. 오늘은 탁상달력을 사무실에 가져왔다. 익숙한 그림인데 새 공간에 오니 새롭게 느껴진다. 오후에 사무실에 감동란이 도착했다. 편의점에서 사먹은 적 있는 #감동란 논산에 공장이 있었다. 코로나 시기 함께 힘내자며 직원들이 와서 나눠주고 갔다. 감동란 3알을 받았다. 저녁에도 한 알, 이튿날 아침거리로도 한 알 남겨두었다.


8월 27일 목요일 차분히 아이디어를 적어보자

밥할 때 연근을 쪄서 썰어 먹으면 별미. 오늘의 아침밥

태풍 바비 비상 경보가 오전 6시부터 해제되었다. 7시에 출근해서 7시에 나오는 초과 근무라는 것을 입력하고 조금 긴 하루를 보냈다. 간간히 비가 내렸다. 쏘카 대표님에게 페북 메신저로 업무 협약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눴다.


8월 29일 금요일 5시 10분 퇴근

장군 마트에 들러 1만원어치 돼지고기를 사와서 구워 먹었다. 6시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폭염을 식혀주는 하늘의 선물 같았다. 8월 14일에 녹음한 음원을 보냈다는 자코오빠의 카톡을 받은 터라 오후 내내 설렜다. 노트북 가방을 챙겨서 우산을 들고 길건너 파바에 가서 메일함을 열었다. 퇴근 후 사이트프로젝트 <동화낭독 북클럽> 사랑이 가득 담긴 목소리에 마음이 든든했다. 논산 파바에 앉아 내리는 비를 보며 오디오클립을 업로드했다. 코로나 시대 랜선으로 마음을 연결하는 법을 새롭게 익히고 있는 중이다.


SNS

공지 ) 8월 동화낭독 음원 첫번째 버전 공유합니다.

8월에도 정성껏 동화를 낭독했어요. 이번에는 사랑하는 가족, 친구와 함께 읽어서 목소리가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이 음원에는 우리가 함께 목소리로 세상을 연결한 소녀, 영래의 목소리도 담겨있어요. 긴 호흡으로 정성껏 읽어주셔서 정말 좋은 음원이 되었네요.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들어보세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들어보시고 소감도 남겨주세요.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482/clips/26



8월 30일

투썸에 와서 노트북을 열고 작업을 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신기 한 것이 이처럼 나를 알지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홀로 있음을 즐기는데 사무실에서는 그게 왜 잘 안되는거지? 11~2시까지 마음피트니스 친구들과 교류하고 페북하고 브런치 글을 썼다. 중간에 잠시 소나기가 쏟아졌다. 큰고모가 보내주신 택배박스가 집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와서 이제 집으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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