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의 머리카락은 누가 주을까?

두 번째 스물두 살,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다

by 로사 권민희

오스카 와일드는 말했다. "당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안다면, 당신은 필연적으로 그것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당신에게는 벌이다. 하지만 당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모른다면, 당신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거기에 진실이 있다. 우리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나는 사물이나 배우(행위자) 혹은 작가가 아니라 나는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일 뿐이다. 나는 쓰고, 나는 행동한다. 그리고 또한 나는 내가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나는 당신이 당신 스스로를 '명사'로 여길 때 그 안에 가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Stephen Fry (번역 : 아기돼지)


우리는 모두 자신이 되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인생은 자신이 되어가는 여정이 아닐까? 나는 올해 두 번째 스물두 살을 살고 있다(라고 적고 마흔넷이라고 읽는다). 올해 새롭게 시작한 일은 스타트업의 HR리드 업무.


페북에 적은 출근 이틀째 용비어천가는 이렇다.


3월 18일 새로운 회사에 첫 출근을 했습니다. 조인스타트업 을 통해 이직했어요. 이곳은 클로젯셰어라는 이름의 패션 공유 스타트업입니다. 패스트 패션으로 병든 지구를 살리는 일에 동참하는 멋진 사람들의 마음이 모인 곳이에요. 함께 일하는 팀원뿐 아니라 20만이 넘는 유저들과 함께 신나게 지구를 사랑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어 너무 가슴이 뛰어요. 제가 하는 역할은 사업운영 팀장이에요. HRD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일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지난해 로컬에서 삶을 살게 된 것도, 이번 이직도 기후 변화 이슈에 대한 높은 관심이 크게 작용했어요. 현재 삶(조직)에서 일어나는 여러 부족함이나 어려움은 있지만 멋진 방향성을 만들어 가는데 동참해보고 싶었거든요. 비즈니스라는 방식으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것도 흥미로운 요즘입니다.


금융기관, 대기업, 언론사 등에서 일을 해본 경험과 전문 출판사 편집자, 소셜벤처 창업 경험까지 다양한 조직 경험이 저에겐 있어요.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콘텐츠로 강연을 해왔던 10년의 시간을 지나 코로나를 맞이하며 공무원으로 잠시 일하기도 했죠. 퇴사의 끝판 공무원 퇴사 후 누군가는 ‘프로 이직러’라고 하더군요. 솔까말, 90년대 후반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다양한 직업을 탐험했던 경험이 있지만 머릿속에는 여전히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곳이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었어요. 마지막 퇴사는 그만큼 아쉬움도 컸습니다. 그 중요도를 바꿀 기회는 빠르게 제게 찾아왔습니다.


공무원은 사직서를 내면 처리되는 시간이 최소 2주 이상 걸려요. 그 시간 동안 도전적으로 살아왔던 습을 버리지 못하는 저 자신에 대해 탐사했고, 성장하는 조직에서 HRD 파트에서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죠. 마음의 씨앗을 심자 조인스타트업이 나타나 물을 주고 새로운 토양으로 옮겨주었어요. 스타트업은 여전히 이직이 많이 일어나고, 내적 동기부여가 강력하게 필요한 조직이죠. 이곳에서 만들 변화와 연결을 상상해보니 두근두근 쿵쿵. 그간의 경험이 어떻게 싹을 틔우고 결과를 낼지는 아직 손에 잡히지 않지만 꼭 귀한 경험을 만들고 싶다는 다짐을 합니다.


이직한 곳은 다양한 세대와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라 사람 구성도 다채롭더군요. 좋은 의도로 일하는 귀한 사람들의 눈을 마주하며 새로운 봄을 맞이합니다. 낯선 시간 속에 발을 디딘지 24시간이 지난 금요일 오후 조인스타트업의 지지와 격려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살짝 후기를 적어봐요. 고맙습니다. 이직을 통해 성장을 원하는 분들은 Younghwa Jang 대표님과 의논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페친 여러분에게 의논드리고 도움 청할 일이 종종 생길 거 같아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삼성동 쪽 지나시면 연락 주세요. 차 한 잔 대접할게요.





그리고 3월 23일 화요일이 되었다. 채용 리뷰 사이트에 화장실에 대한 악평이 올라왔다. 남녀가 함께 사용하는 화장실이 한 개 있어 불편하다는 것. 열악한 환경이다. 스무 명 남짓한 본사 직원들이 사용하는 공간은 매주 월요일에 여사님이 청소하고 나면 금세 세면대도 더러워지고 바닥에 긴 머리카락도 떨어진다. 화요일 아침 화장실을 이용하다가 그 불편함을 느꼈다. 앞으로 일주일 저 머리카락은 누가 치울 것인가?


성격이 오래 두고 보지를 못한다. 분명히 다시 화장실에 입장하면 불편함을 느낄 것은 나 자신이다. 오늘은 자비롭게 내가 휴지를 이용해 치워 보기로 한다. 깨끗해진 바닥을 보며 좋아진 것은 내 마음이다. 누구를 위해 그것을 치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그 작은 행동을 하는 것이 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일터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불편함 들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출근 첫날 늦은 오후에 팀원을 채용하는 면접을 보게 되었다. 작은 팀이지만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 내겐 소중하고 좋다. 커플댄스를 춰도 팔로워와 리더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 법. 이 친구와 어떻게 합을 맞추고 함께 성과를 만들어나갈지 기대되는 마음으로 퇴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