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인터뷰집 <위대한 대화>, 그리고 코칭
최근 코칭에 몰입된 삶을 살고 있어서 그럴까, 오늘 한 권의 책을 읽고, 다시금 코칭을 떠올렸다.
조선비즈 문화 전문기자가 쓰던 '인터스텔라'라는 인터뷰 기사를 엮은 책, <위대한 대화>. 이 책을 뭐라고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지라고 생각해 보니, 글로서 진행하는 코칭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관점의 전환과 의식의 확장으로 다 읽고 났을 때 느낀 충만함일 수도 있고, 나에게로 향하는 질문으로 되짚고 싶은 포인트가 많아서 일수도, 무언가 해 봐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됐기 때문일 수도, 이 모든 것들의 합일 수도 있겠다.
<위대한 대화>는 현대의 지성들과의 지적인 인터뷰 대화를 감각적인 글로 소화해 보여준다. 문답 형식을 그대로 살려, 그 인터뷰 현장에 내가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생생함이 느껴진다. 각각의 지성들이 많은 시간을 드려 연구하고 고민한 생각의 본질이 그 석학의 언어이자 관점으로 펼쳐놓는다.
예를 들면 문학평론가 이어령 선생님은 '선한 사람이 이긴다는 것을 믿으세요', 경영 사상가 찰스 핸디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친구다', 밀라논나 장명숙 선생님은 '걸림돌이 결국은 디딤돌이 된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후회가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든다', 작가 도리스 메르틴은 '탁월함은 완벽함이 아니다', 저널리스트 아만다 리플리는 '타인을 설득할 수 있다는 착각을 버리세요'라고 말한다.
삶의 인사이트 요약본의 느낌이다. 인터뷰어가 꼭꼭 씹어서 부드럽게 전달해 주는, 그래서 꿀꺽 삼킬 수 있는 느낌도 든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저자는 얼마나 인터뷰를 얼마나 잘 준비하고, 인터뷰 내용을 글로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언어적 감각을 끌어올렸을까.) 글에는 독자를 위해 남겨놓은 어떤 공백도 있다. 인터뷰 글 하나하나마다 보물찾기 하듯 수두룩 쌓여있는 지혜를 발견하고, 관점이 확장되는 재미가 있다. 이런 재미가 배가 되는 것은, '질문'에 있을 수도 있다.
저자가 '지혜자'들에게 물었던 질문은 이를테면 아래와 같다.
과연 선한 인간이 승리하는가?
우리가 죽기 전에 깨닫는 진실은 무엇인가?
무엇을 가장 후회하고 후회하지 않는가?
50살이 넘어서도 품위 있게 욕망할 수 있을까?
재능 없는 일도 지속 가능한가?
타인을 설득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정말 착각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믿어야 하는가?
친절과 우정이 정말 삶의 전부인가?
삶의 깊은 통찰이 있는 발견으로 대부분 책을 쓰는 사람들이니 그 대화가 어찌 안 좋을까 싶지만, 어떤 이의 지식을 다른 사람들이 함께 공명할 수 있도록 질문하고 글로 옮기며 언어적 감각을 더하는 건 또 별개의 일일 거다.
그러고 보니까, 코칭 대화야 말로 언어적 감각을 깨워서 각자를 알아가게 하는 '위대한 대화'가 아닐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으로 연결이 되었다. 내 코칭에 이런 질문을 활용해야지, 아 이런 프로그램 콘셉트 괜찮겠네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 책이 주는 즐거움도 또 한 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다 써놓고 보니, 이 책에서 얻은 발견들을 왜 이렇게도 코칭과 연결했지 싶긴 하지만, 발견의 기쁨과 깨달음의 충만함이라는 김정이 비슷하다면, 어쩌면, 그 본질도 비슷할 수 있겠다.
후아, 요약본 말고 전체로도 음미하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졌다.
책에 대한 욕망의 부자가 되버렸다.
책에서 발췌한 말들
문학평론가 이어령
“말이 글보다 중요한가요?”
"말이 우선이에요. 글 쓰는 사람도 말을 떠나 존재할 수 없어요. 김소월 시인의 유명한 말이 있잖아.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감정도 말로 표현해야 감정으로 나오는 거예요. 소리를 지르면 나도 모르게 흥분하죠? 말이 그거예요. 가만히 있다가도 어떤 말이 생기면 그 감정이 생겨요. 슬픔? 아, 내가 슬프구나.’ 슬퍼서 슬픔이 아니라, 슬프다고 말을 하니까 슬퍼지는 거죠.
경영사상가 찰스 핸디
“경영사상가로서 선생이 인생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무엇인가요?
"내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친구가 정말 중요하다’ 는 거예요. 강한 힘이 느껴지는 전성기 시절이나 지금의 저처럼 움직일 수 없는 마지막 때나. 당신을 찾아오는 친구에게 아낌없이 애정을 표현하세요."
"친구가 내 장례식의 추도 연설을 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고 했습니다. 어떤 효과가 있나요?"
"좋은 기억의 순서를 알 수 있죠. “찰스 핸디는 멋진 사람이었습니다’로 시작되겠지요.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보다 손주들과 아이처럼 놀고, 아내에게 웃음을 선물하고, 아픈 이웃에게 좋은 친구였다는 점이 떠오를 거예요. 성공에 목마른 젊은이들에게 저는 진심으로 조언해요. 살아가는 것의 대부분은 거의 우정에 관한 것이라고. 돈과 사회적 지위보다 좋은 친구가 곁에 없는 것을 걱정하라고. 친구 입장에서 추도문을 상상하면 인생은 결국 관계라는 걸 알게 돼요. 좋은 기억과 좋은 기분의 하모니라는 것."
패션 디자이너 장명숙 (밀라논나)
"인생에서 일어난 일은 어떻게든 끌어안아야 되잖아요. 걸림돌이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디딤돌이 되더라고요."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
"지금 달릴 수 있으니 달렸고, 내 앞에 애벌레가 있으니 연구한 거죠. 너무 앞서서 일일이 계획하다 보면 오히려 막다른 길에 도달하거나 좌절하기 쉽죠. 오히려 끌리는 일을 하면 하나 다른 하나가 찾아와요. 그리고 그건 결과가 아닌 새로운 행로의 시작이 되곤 했죠."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
“후회란 무엇입니까?”
"삶을 바로잡고 싶어 하는 건강하고 본질적인 충동입니다. 후회는 생계보다는 삶에 대해, 나 자신의 진실에 관해 묻는 출발점이 되지요."
심리학 교수 폴 블룸
“책에서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중요하게 다뤄지더군요. 빅터 프랭클에게서 어떤 영감을 받았나요?"
"빅터 프랭클의 인생 전반이 다 제게 큰 영향을 미쳤어요. 프랭클은 1930년대 빈에서 정신과 의사로 우울증과 자살을 연구하던 중 수용소로 끌려갑니다. 수용소에서도 동료 수감자를 관찰하며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들과 모드 의욕을 잃고 자살하는 사람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연구를 계속했어요. 그는 ‘의미’가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살아남을 절회의 기회를 잡은 사람들은 더 넓은 삶의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프랭클 자신도 부모와 아내를 다 잃고도 수용소에서 나와 삶을 재건했고, 재혼해서 손주까지 봤어요. 나중에 프랭클은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은 거의 모든 어려움도 견딜 수 있다”는 니체의 말을 의역해서 적었습니다. 이 말이 제 연구 전반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작가 도리스 메르틴
“탁월함이란 무엇인가요?"
"오늘의 상태를 뛰어넘어 더 성장하려는 노력입니다. 특정 상태가 아니라 최정상에 가까워지려는 의지 그 자체죠 타이 우즈가 말했어요. 자신이 언제나 완벽한 스윙을 하는 골퍼가 도리 수 없음을 안다고. 최선을 끌어내려는 노력이 직접적 탁월함이라고. 이를테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불완전해도 과감하게 시도해 보고, 모른다고 인정하고, 타인의 요구에 반응해서 방향을 수정하는 등 모든 형태의 포용 능력입니다. 우리가 지닌 최고의 보물이죠."
"성실성은 어떻게 길러지나요?"
"성실을 시스템화한 것이 좋은 습관이죠. 우리가 반복하는 행동이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의 일상을 잘라보면 삶에서 이룬 것 혹은 이루지 못한 것은, 많은 소소한 습관들의 영수증입니다. 안타깝게도 좋은 습관은 쉽게 몸에 붙지 않아요. 몸에 베개 하겠다는 스포츠 정신을 장착해야죠."
저널리스트 아만다 리플리
"우리가 타인을 설득할 수 있다는 건 착각인가요?"
"착각입니다.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생각에는 ‘내가 옳고 당신은 그르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늘 내가 옳고 상대방은 그리다고 설득하려고 하나요? 이제는 제발 소셜미디어에 그런 글을 올리지 마세요. 그런 행동은 역풍을 불러옵니다. 남을 설득하기 전에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이해하려면 경청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