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들도 사람이다

영화 ‘루카’를 보고

by MOMO

영화 ‘루카’를 보고 <결국 그들도 사람이다>


2021.07.07. 수. 이민호


지난해 9월 대구광역시 북구청은 경북대 서문 대현동 인근에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 건축을 허가했다. 2종 근린 생활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은 이곳에 지상 2층 규모 모스크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이슬람 사원 건축 허가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루 5번 기도로 인한 소음, 사람들로 인한 생활 쓰레기와 악취, 코로나 집단 확진 위험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이에 북구청은 상호 의견 조율에 힘을 쏟았고 제3의 부지를 찾아 사원 건립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일부 반대 주민들이 제기한 ‘정서불안 및 재산권 침해’와 ‘슬럼화 우려’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결국 구체적인 조사나 검증 없이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일방적인 민원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본 행정명령이 반대 주민에게 정당성을 부여해 혐오와 차별을 더욱 부채질한다며 다룰이만경북이슬라믹센터, 대구참여연대 등 6개 단체는 이슬람 사원 공사와 관련해 부당한 공사 중지 행정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6월 17일 개봉한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영화 '루카'(Luca)는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곳에는 ‘육지 종족’과 ‘바다 종족’이라는 두 개의 정체성이 존재한다. 육지 세상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종족인 인간들은 물고기가 잡히지 않거나 확인되지 않은 모든 두려움을 바다 종족 탓으로 돌리며 그들을 ‘괴물’ 취급한다.

바다 종족인 루카와 그의 가족들은 인간들의 공격을 피해 깊은 바닷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루카는 남들과 달리 육지 세상에 대해 큰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사실 루카는 물 밖으로 나오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

어느 날 우연히 인간 세상 근처에서 자신의 모습을 숨기며 살아가는 알베르토를 만나 물 밖으로 나오게 된다. 세상의 억압에서 자유로워지고픈 루카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오토바이 ‘베스파’를 구입하기 위해 알베르토와 인간들의 자전거 대회인 포르토로소 컵에 출전하기에 이르는데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간 줄리아를 만나게 된다.

바다 종족에 대한 인간들의 혐오로 인해 본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자전거 대회 중 위기에 빠진 알베르토를 구하기 위하여 빗속에 뛰어들고 결국 인간들은 루카의 비밀을 알아버리고 만다.

모두 크게 놀라지만 루카는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낸다. 괴물로만 인식했던 존재들이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친구를 위해 마음 내는 모습에 동질감을 확인한 인간들은 결국 그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그 과정에서 예전부터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살았던 존재들이 용기를 내어 스스로를 드러내었다.

혐오가 조성되는 과정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것 같다. 드러나지 않고 익숙하지 않아 두려움이 생기고, 그로 인해 ‘그럴 것이다.’라는 것을 편견과 가상의 두려움을 만들어낸다. 편견과 두려움으로부터 ‘보호’는 다른 존재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반작용시킨다.

이슬람 사원에서 벌어질 것 같은 소음, 쓰레기, 악취, 코로나 확진 등은 현재가 아닌 먼 미래의 이야기이다.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일을 공동체 보호라는 명분을 씌워 가상의 적을 만들어 배제하고 차별하는 것은 전형적인 차별의 메커니즘이다.

앞서 말한 것들이 문제라면 사원 건립을 반대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 아니라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사원 이용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옳다. 결국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두려움을 조장하여 서로를 적대시하는 사회보다 공동의 해결책을 모색하여 화합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