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아메리카노’를 찾아서

by MOMO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찾아서


2021.08.20.(금).MOMO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정오 뜨겁게 달구어진 아스팔트는 위를 걷다가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혔고 목은 타들어 갔습니다. 길을 걷는 이들의 손에는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아이스아메리카노’가 하나씩 들려져 있었습니다. “저거다”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래서 근처 편의점을 찾아보았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편의점에 방문해보았지만, 모두 입구에 15cm에 달하는 작은 턱이 있었습니다. 목이 타들어 가기 일보 직전 네 번째 편의점에 이르러서야 원하는 커피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필자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기에 작은 턱 하나만 있어도 편의점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분식점, 마트, 약국, 통신사 등 거의 모든 생활시설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이용해야 할 1층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무용지물입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이것을 사회적 차별로 명명하고, 입구에 놓인 턱과 계단을 없애달라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이에 1997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등편의법)이 제정되었고 그 영향으로 접근권이 일부 증진되었습니다만, 같은 법 시행령에 1998년 4월 11일 이전 건축 건물과 바닥면적 300㎡(약 90평) 이하 건물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와 있기에 완전한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전체 생활편의시설 중 98.8%가 바닥면적이 300㎡ 미만이라는 것입니다. 2018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 98.8%, 소매업 98.7%에 해당합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갈 수 있는 생활편의시설은 100개 중 1~2개뿐이라는 말입니다. 노인과 임산부 등과 같은 보행 약자들도 차별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장애인들과 장애인 단체들은 이 면적 기준을 없애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8년 사업장의 규모와 건축년도를 기준으로 편의시설 설치 의무 적용을 달리 하는 장애인등편의법이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개정을 권고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소상공인의 과도한 부담”, “보행자 불편 초래”를 이유로 50m²(약15평) 이상만 의무화하겠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국가는 빠지고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차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완화만 했기 때문에 이 개정안에 대한 반발은 매우 거셉니다. 본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15평 미만 슈퍼마켓, 일용품 소매점, 음식점 등에 출입할 수 없게 됩니다. 이들은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국 4만 3000여 곳 중에서 15평 미만, 즉 ‘노 장애인 존’이 약 80%에 달합니다. 소비자로서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접근권이 장애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은 대구 지역 내 슈퍼마켓, 소매점, 음식점, 보행로, 관광지 접근권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최근 중구·북구 지역 보도 턱 높이차로 인해 횡단보도 이용이 불가능한 곳을 발견·개선하여 보행자 편의를 증진하였습니다. 그리고 지역 내 다양한 편의점, 식당, 까페 등을 방문하여 경사로 설치를 이끌어내기도 하였습니다. 8월 한 달 동안은 지역 내 상가에 직접 방문하여 대구시 동구청 소상공인 간이 경사로 설치 지원사업을 알려내는 활동을 통해 접근권 증진에 힘쓰고 있습니다. 가장 뜨거운 소식은 달성군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비슬산휴양림·화원유원지 순환 전기차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갖추겠다는 약속을 얻어낸 것입니다. 개인 대 개인의 문제를 뛰어넘어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고민하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장애인들이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편히 마실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세상 모든 곳에 접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세상이 빨리 앞당겨질 수 있도록 다릿돌센터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작은 걸음을 모아 큰 걸음을 만들어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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