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대표의 무죄추정 원칙

by 김민호


무죄추정의 원칙은 거대한 국가 권력의 남용으로부터 힘없는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형사법의 대원칙입니다. 그러나 내란은 그 반대입니다. 군대와 공권력을 동원해 국가와 헌법 시스템 그 자체를 파괴하려 한 행위입니다. 헌법을 살해하려 한 자에게 헌법적 보호막을 씌워줘야 한다는 주장은 지독한 모순입니다. 칼 포퍼가 '관용의 역설'에서 경고했듯,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자까지 관용의 틀로 보호하려 든다면 그 국가 시스템은 결국 붕괴하고 맙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뜻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재판부의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 국가가 그 사람의 신체를 구속하거나 형벌을 집행해서는 안 된다'는 절차적 유예입니다. 그런데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목격한 내란 사태에까지 이 원칙을 들이미는 것은 궤변입니다. 확정판결 전까지 물리적 형벌을 줄 수 없다는 법리를 아전인수격으로 비틀어, 헌법 파괴 행위에 대한 국민적·정치적 가치 판단마저 하지 않겠다는 비겁한 행위입니다.


일반적인 범죄에 무죄추정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이유는, 겉으로 드러난 행위만으로는 행위자의 심리 상태나 고의성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가 주도한 내란은 차원이 다릅니다. 명문화된 비상계엄 포고령, 군 병력의 이동 궤적, 무장 병력의 국회 진입 등 입증을 위한 명백하고도 물리적인 데이터가 국가 기록으로 낱낱이 남아 있습니다. 행위자의 진의와 고의성을 파악하는 데 어떠한 논리적 결핍도 없습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합니다. 하지만 법치주의를 파괴하려는 자의 궤변에까지 법이 맹목적으로 복종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합니다.


장동혁 대표는 법의 논리를 엄밀하게 다루던 판사 출신입니다. 그렇기에 그의 발언은 더욱 위험합니다. 이는 법률적 무지가 아니라, 법의 절차적 맹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가 그 지식을 악용해 대중을 기만하고 정치적 방어막을 치고 있는 고의적 기만행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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