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괜찮아 셋째는 아들 낳으면 되지”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죄인이었습니다. 또한 여자라는 죄로 세상의 공기 한번 제대로 마셔보지 못하고 죽은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숨 쉬듯 차별을 당해 왔으며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그렇게 죄인처럼 살아갑니다.
학창시절, 남자아이들의 번호가 당연하다는 듯이 1번부터 시작하였고,
성인이 되어서는 남자의 주민번호가 당연하듯 1로 시작합니다.
세상은 괴이할 정도로 꾸역꾸역 남성 중심의 사회로 기이하게 변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불공평한 세상에 항의를 하면 우리는 ‘기 쎈 여자’로 불리우게 됩니다.
‘82년생 김지영’에서는 적나라하게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자사람들의 일생을 묘사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말도 안된다’, ‘그냥 허구의 소설일 뿐이다’ 또는 ‘현실성 없다’ 라는 말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왜 일까요? 어쩌면 그들은 책에 그려진 김지영씨의 인생이 어딘가 익숙해서, 사실은 그들도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었던 사실이라 무서웠던게 아닐까요?
내가 이 책의 내용을 인정하게 된다면, 나 또한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나쁜 사람’ 중 한명이 된다는 사실이 두려웠던걸까요?
“난 선생님이 되고 싶지 않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단 말이야. 그리고 내가 왜 집 떠나 그 먼 대학에 가야해?”
“멀리 생각해. 여자 직업으로 선생님만 한 게 있는 줄 알아?”
“선생님만 한 게 어떤 건데?”
“일찍 끝나지, 방학 있지, 휴직하기 쉽지, 애 키우면서 다니기에 그만한 직장 없다.”
“애 키우면서 다니기에 좋은 직장 맞네. 그럼 누구한테나 좋은 직장이지 왜 여자한테 좋아? 애는 여자 혼자 낳아? 엄마, 아들한테도 그렇게 말할 거야? 막내도 교대 보낼 거야?”
“애 좀 크면 잠깐씩 도우미도 부르고, 어린이집도 보내자. 너는 그동안 공부도 하고, 다른 일도 알아보고 그래. 이번 기회에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도 있는 거잖아. 내가 많이 도울게.”
정대현씨는 진심이었고, 그런 남편의 뜻을 잘 알면서도 김지영씨는 불쑥 화가 났다.
“그놈의 돕는다 소리 좀 그만할 수 없어? 살림도 돕겠다, 애 키우는 것도 돕겠다, 내가 하는 일도 돕겠다. 이 집 오빠 집 아니야? 오빠 살림 아니야? 애는 오빠 애 아니야? 그리고 내가 일하면, 그 돈은 나만 써? 왜 남의 일에 선심 쓰는 것처럼 그렇게 말해?”
“그 커피 1500원이었어. 그 사람들도 같은 커피 마셨으니까 얼만지 알았을 거야. 오빠, 나 1500원짜리 커피 한잔 마실 자격도 없어? 아니, 1500원 아니라 1500만 원이라도 그래. 내 남편이 번 돈으로 내가 뭘 사든 그건 우리 가족의 일이잖아. 내가 오빠 돈을 훔친 것도 아니잖아.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
“네 잘못이 아니야”
우리는 왜 세상의 모든 김지영씨들에게 그 쉬운 한마디를 하지 않은 걸까요?
세상의 불합리함에 맞서고 싶은 세상의 모든 김지영씨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비정상적인 사회에 더욱 떳떳하게 ‘페미니즘’을 외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