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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미니 빔 Jun 01. 2018

타임슬립을 소망하는 그대에게

서평 그대에게 시리즈

 # 작가 소개

 <내일> 기욤 뮈소의 장편 소설이다. 작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기욤 뮈소는 프랑스 출신의 소설가이다.  2001년 도난당한 세기의 명화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네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 <스키다마링크>를 시작으로 전직 형사와 극작가의 원치 않는 동거라는 주제를 담아냈던 2017년 출간작 <파리의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약 15편의 작품을 써냈다. 거의 1년에 한 번씩 작품을 내는 부지런한 작가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구해줘>라는 책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2005년 출판되었던 <구해줘>는 국내에서 무려 5년 이상이나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1백만 부 가까운 판매 부수를 기록했다. 과거 기욤 뮈소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 인기를 끌었고  후속작들도 안정적으로 순위권에 들어 폭넓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퍼즐을 맞추듯이 치밀하게 스토리가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나는 이 책을 10평 남짓한 동네의 작은 서점에서 발견했다. 집으로 가던 길, 평소라면 지나쳐갔을 서점의 간판 불빛이 오늘따라 깜빡깜빡 거리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침 특별한 일정이 없었던 터라 신작 소설을 구경하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서점 안은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주로 동네 중고생 아이들이 문제집을 사러 오는 곳이라 일반 소설들은 한쪽 벽만 채우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신작 소설을 몇 권 되지 않았고 읽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은 없었다. 나중에 더 큰 서점을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돌아서다 한쪽에 꽂혀있던 <내일>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에 적힌 글은 마음을 사로잡았고  하루 만에 이 책을 모두 읽어 버렸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계속되는 반전의 롤러코스터! 세상에서 가장 절실한 사랑, 가장 혹독한 배반

 

 이보다  <내일>의 스토리를 함축적으로 담을 수 있는 문장을 없을 것이다. 기욤 뮈소는 이번 책을 오락의 차원과 주제의 차원으로 썼다고 한다. 그는 <내일>에 밖으로 드러나는 커플들의 모습과 속내가 얼마나 다른지를 담았다. 독자들이 어떤 사건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하기 위해 타임슬립이라는 요소를 가져왔다. 주제와 타임슬립이 결합되어 역동적이 스릴러 로맨스가 만들어졌다. 시간의 흐름이 스토리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각 사건마다 표시되는 장소, 날짜 시간을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대략적인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사람은 뒤로 가기를!!



 # 우연한 만남

  이야기는 하버드대 철학과 교수인  매튜가 중고시장에서 파는 맥북을 구입하며 시작된다. 매튜는 1년 전 교통사고로 아내 케이트를 잃었다.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자살 충동에 시달리지만 아내의 흔적이 담긴 집과 네 살 된 딸 에밀리를 키우기 위해 의무적으로 살아간다.

과거의 기억이란 빗자루 질 몇 번으로 그새 사라질 수 없었다. 기억은 언제까지나 우리의 마음속에 남아 있기 마련이었다. 과거의 기억은 어둠 속 깊이 웅크리고 있다가 경계심을 푸는 순간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힘으로 불쑥 솟아오르곤 한다. - 매튜 -


어느 날, 세입자인 에이프릴이 학교로 그를 데리러 온다. 그녀는 매튜를 태우고 그림을 팔러 조금은 먼 동네로 향한다. 매튜는 처음 가본 동네의 벼룩시장에서 한 남자가 팔고 있는 노트북을 구매한다. 포맷이 되어 있다는 남자의 말과 다르게 하드 디스크에는 엠마의 사진이 들어 있다. 사진마다 달려있는 엠마의 메일 주소를 발견한 그는 호기심에 메일을 보내게 된다.


# 평행선

  메일을 주고받던 엠마와 매튜는 서로 호감을 느끼고 넘버 5 식당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는다. 두 사람 다 약속 장소에 나갔지만 당연하게도 만나지 못했다. 그들은 서로를 비난하는 메일을 주고받는다. 주고받는 매일 속에서 이상함을 느낀 매튜는 엠마에게 연도를 물어보고 그들은 속해 있는 시간대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화를 나눠 보는 게 좋겠지만 엠마가 응답할 것 같진 않군요."
 "왜죠?"
"엠마는 죽었으니까요"
-2011년 매튜와 로벤스타인의 대화-

매튜는 2011년에서 연락하고 있었고 엠마는 2010년 에서 연락을 하고 있었다. 엠마는 2010년의 매튜를 찾아가지만 과거의 매튜는 엠마를 알아보지 못한다. 2011년의 매튜 역시 엠마를 찾아보지만 이미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엠마를 만날 수 없었다. 노트북만이 그들을 연결하는 열쇠가 된다.


# 겉보기

 실험을 통해 엠마가 있는 과거에서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매튜는 엠마에게 아내 케이트를 살려달라고 말한다. 엠마가 만난 케이트와 매튜는 무척이나 행복해 보인다. 엠마는 어릴 적부터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해줄 남자를 기다렸다. 항상 혼자였던 그녀에게 있어서 매튜는 자신을 이해해줄 남자였기에 그의 부인인 케이트를 구하지 않기로 한다.  케이트가 죽고 후회 속에 살았던 매튜는 절실했다. 그래서 그는 엠마가 아끼는 강아지 클로비스를 인질로 교통사고를 막아달라고 협박한다. 어쩔 수 없이 엠마는 케이트의 사고를 막기로 한다. 차를 망가트리려 케이트에게 접근했던 엠마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 잘못된 선택

케이트는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게 됐을까? 살인자가 되는 것만이 사랑하는 남자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을까? 사람들은 왜 사랑과 광기 사이의 경계를 넘게 되는 것일까?

  케이트에게 숨겨진 남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닉 피치라는 남자다. 케이트는 닉 피치를 사랑했고 그녀에게 있어서 그는 전부였다. 닉 피치가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케이트는 신경학 전공에서 심장의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닉 피치를 살리기 위해서는 심장이 필요했다. 그래서 혈액형이 같고 체격이 똑같은 매튜와 결혼했고 그를 죽이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웠다. 케이트가 죽은 2010년 12월 24일은 매튜를 죽이기 위해 준비된 날이었던 것이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엠마는 매튜를 구하러 가게 되고 그에게 모든 사실을 알린다.

진실을 알게 된 매튜를 케이트가 살해하려 하지만 엠마가 막아내고 케이트는 총에 맞아 사망한다. 1년 후인 2011년 예정됐던 미래와는 달리 엠마가 직접 노트북을 매튜에게 판매한다. 엠마는 노트북과 자신의 매일을 건네주고 매튜가 엠마에게 알 수 없는 호감을 느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 책이 강조하는 것( 인상적인 부분)

 

 책은 유난히 "겉보기와 속은 다르다"라는 점을 강조한다. 캐릭터들의 설정과 인물 간의 관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케이트는 매튜를 죽이기 위해 결혼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이상적인 가정을 꾸린 행복한 관계로 묘사된다.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불안한 엠마 역시 겉모습은 와인 감정사다. 내연남을 위해 계획적으로 남편을 죽일 계획을 세운 케이트도 남들이 보기에는 유능하고 아름다운 여의사다. 책을 읽고 나면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진실된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책은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우리의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과 같이 자신을 드러내는 SNS 세상은 평화롭기만 하다. 아름다운 장소를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보여주는 사진 속에서는 삶의 여유가 느껴진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아름다운 장소를 가기 위해 힘겹게 돈을 벌고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위해 웃는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케이트와 매튜의 이야기가 그러듯이 우리들의 이야기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고 나만 불행한 것 아니다. 모두가 괜찮은 척하는 거다. 우울해할 필요도, 남을 보며 좌절할 필요도 없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나 역시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억해야 될 것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행복을 덧씌우는 것이 아니라 꾸미지 않은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일이다.


# 인상적인 부분 (교훈)


 인생을 살아가며 후회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과거로 돌아가서 현재 후회하는 일을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다는 상상은 매력적이다. 그래서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는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스토리의 몰입성을 높인다. 노트북을 통해 타임 슬립 하는 매튜와 엠마를 보고 있으면 내 가슴 역시 빠르게 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그들이 아닌 내가 타임슬립을 경험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매튜의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사랑하는 아내의 사고를 막지 못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과거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아내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타임슬립이라는 비현실적인 기회를 통해서도 매튜는 아내를 살리겠다는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 오히려 타임 슬립을 통해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있었고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진실만을 얻게 됐을 뿐이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그리워하던 타임슬립 전의 매튜와 아내가 자신을 살해하려고 했다는 진실을 알게 된 타임슬립 이후의 매튜 중 누가 더 행복할까? 결과적으로 아내는 죽었다. 매튜에게는 교수라는 직업, 4살 된 딸아이 에밀리, 집세를 내기도 빠듯한 아내의 흔적이 담긴 2층 집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타임 슬립 전 딸아이는 매튜에게 삶의 이유였다. 에밀리는 사랑하는 아내와의 결실이었고 자살충동 속에서 그를 지탱해주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타임 슬립 후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매튜에게 에밀리는 전과 같은 의미였을까? 나는 타임 슬립 전의 매튜가 더 행복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내는 죽었어도 자신을 사랑했다고 믿고 행복했던 기억을 추억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케이트를 닮은 에밀리를 보며 그리움을 채우고 나중에는 성장한 에밀리와 함께 케이트를 떠올리며 위로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타임슬립을 통해 바꾸고자 했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타임 슬립을 해서 후회하는 과거를 휙휙 바꾸고 행복의 길로만 달려갔다면, 단지 비현실적인 소설에 불과했을 것이다.


  <내일>은 타임슬립을 해서 바뀐 미래보다 현재가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고 말을 건넨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우리는 항상 갈림길 위에서 있기 때문에 가지 않은 길을 후회한다. 그러나 후회하는 사건들을 돌이켜보면 우리는 그것을 통해 교훈 얻었고, 실수 반복하지 않게 되었다. 소중함을 깨닫고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 과거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10년 뒤에는 살아가고 있는 오늘이 과거가 되어 타임슬립을 해서 바꾸고 싶은 날이 될지도 모른다.


 현재는 언젠가 과거가 된다.
타임슬립 해서 과거를 바꾸려 하기보다는 후회가 없도록 현실에 충실하자.


- 이 책을 타임슬립을 소망하는 그대에게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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