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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지음 Sep 22. 2020

오늘도 스토너 읽기

아이의 낮잠 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여전히 스토너. 굴곡 없는 이야기 전개가 지루할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아 놀랍다. 그 놀라움조차 자연스러워 꼭 책을 닮아가는 듯 보인다.


이렇게 꾸민 끝에 서재가 서서히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을 때 그는 오래전부터 자신도 모르게 부끄러운 비밀처럼 마음속 어딘가에 이미지가 하나 묻혀 있었음을 깨달았다. 겉으로는 방의 이미지였지만 사실은 그 자신의 이미지였다. 따라서 그가 서재를 꾸미면서 분명하게 규정하려고 애쓰는 것은 바로 그 자신인 셈이었다. 그가 책꽂이를 만들기 위해 낡은 판자들을 사포로 문지르자 표면의 거친 느낌이 사라졌다. 낡은 회색 표면이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면서 나무 본래의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더니, 마침내 풍요롭고 순수한 질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스토너의 백사십 페이지. 일상에서 느끼는 보통의 감정 중 하나가 글로 표현되었다.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담아낸 이 글이 내 어딘가를 은은하게 혹은 약간의 소리가 날 정도로 울리며 와 닿았다. 나를 현실 속에 실현하는 것. 나에게는 그게 어떤 건지 되물었다. 거울을 보고 자화상을 그리듯, 그런 내면 깊숙한 몰입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몰입’이란 단어를 다시 내뱉어 본다.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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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강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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