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어진 관계의 회복(돈공부, 글로 12기 미션)
내 생애 첫 수입은 열네 살 전단지 아르바이트였다. 그때 돈을 번다고 생각하기보단 친구와 논다고 여겼던 것 같다. 돈을 받을 때의 기쁨이라던지 그 돈을 어떻게 썼는지는 일절 기억에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빠르게 전단지를 돌릴 수 있을지, 재밌게 뛰어다닐 수 있는지 온갖 전략을 구사했던 기억뿐이다.
학교 가는 길목 분식점에서 메추리알 껍질을 깠다. 그 대가로 튀김을 얻어먹거나 떡볶이를 먹을 수 있었다. 이때 역시 보상으로 얻은 분식의 맛은 생각나지 않는다. 떠오르는 건 아주머니의 표정과 기름진 공기, 따스운 온도와 친구들의 부러워하는 시선이다.
처음 받은 월급이라면 백화점 안내를 했을 때다. 세금 떼고 130만 원 정도다. 통장에 찍힌 숫자가 정말이지 크게 다가왔던 기억이다. 경제 개념이 전무했으니 신나게 돈을 썼더랬다. 학교에서도 '돈'이야기라면 쉬쉬했다. 학업과 별개라고 봤던 거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로 돈에 관해라면 함구하는 분위기였다. '애들은 몰라도 돼.'
나는 세금이 뭔지, 돈을 벌면 얼마를 모으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투자란 무엇인지 배운 적이 없다. 세상은 만만했고 돈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겪은 이 사태를 '인간관계'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상대를 모르면서 함부로 대했으니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것이다.
20대 내내 나는 '돈'과 좌충우돌 부딪히며 겨우겨우 관계를 이어갔다. 아마 이 이야길 전부 꺼내려면 밤을 새워야 할지 모른다.
나는 돈보다 일의 감각을 중요하게 여겼다. 돈에 무지했다. 그러다 보니 돈에 대해 덕지덕지 오해가 붙었던 것 같다. 영원히 등을 돌리고 살 것처럼 굴기도 했다. 그러든 말든 돈은 늘 내게 와 나를 살게 했다. 이제 나는 돈과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살펴야 함을 깨닫는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다. 요새엔 나 자신을 공부하는 것만큼 돈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