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쓰다3기
여행은 인생 전반과 닮았다. 삶처럼 여행에도 시작과 끝이 있다. 아무리 계획이 철저해도 우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동행이라면 그저 가족이라서, 친구라서이기 쉽다. 나를 잘 아니까 좀 더 배려해 주거나 이해해 주리라 믿기도 한다. '기대'는 불만을 만든다. 이처럼 뭔가를 바랄 바엔 모르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
같은 목적지를 향해도 계획은 다를 수 있다. 치밀하고 촘촘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느슨하고 헐렁한 사람은 왜 없을까. 뭐가 낫다는 이야길 하려는 게 아니다. 같이 다니기 힘든 경우를 말하고 싶다.
첫째로 목적이 맞지 않는 사람이다. 도장 찍듯 관광지를 찍어야 하는 사람은 충동적으로 한 곳에 머무르고 싶은 사람과 부딪힐 수 있다. 뜬금없이 눈앞에 감상을 늘어놓으면 욕을 먹을지도 모른다. 어떻든 함께라면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맞추기 쉽다. 가면 갈수록 서로가 서로를 무시할 수 있다. 바라는 게 다를 뿐이다. 맞고 틀린 게 아닌 걸 알아도 서로 존중하기 어렵다.
두 번째, 불평이 많은 사람이다. 실제 여행을 다니면 신나거나 즐겁기만 하지 않다. 감정은 옮아 가기 좋다. 끊임없이 불만 거리를 찾는다면 고단하기 그지없다.
세 번째로 대화가 즐겁지 않은 사이다. 서로가 다른 뜻을 말하기 쉽다. 대화의 결이 맞질 않으면 점차 묵언 수행(여행)이 된다. 색다른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는 만큼, 그걸 두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여행이 더 즐거울 수 있다.
나는 '하민혜'라는 캐릭터로 지구별을 여행 중이다. 언젠가 이곳을 떠날 걸 안다.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이가 여행에 마주친 인연이기에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 땅을 치며 후회하거나 슬퍼할 이유가 없다. 함께하는 동안의 추억이면 그만으로 충분하다. 설사 낳은 아이라도 마찬가지다. 나의 여행이 그렇듯, 누구나의 여행이 다채롭고 행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