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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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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Oct 30. 2024

지금 여기, 그대로

아침편지

글모닝! 새벽마다 미적대는 저나, 아침 글을 읽어주시는 그대나 고맙다는 마음이 드네요. 우리, 삶에 참 진심이에요.


어젠 종일 술렁거렸어요. 답글 하나 달지 못했지요. 오만가지 감정이 들어서요. 아침만 해도 아픈 사람 이야길 듣다 가슴이 미어졌고요. 언제나 제멋대로인 사람 하나를 떠올리며 분노가 일기도 했어요.


스물 두 살 즘 우연히 숲에 들어섰다 먹구름이 덮쳐 드는 하늘을 본 일이 있어요. 그런 광경은 살며 처음이었어요. 순식간에 세상이 어둑해지면서 소낙비가 쏟아졌을 뿐인데요. 멀리서부터 제 발등에까지 비와 구름이 달려드는 게 선해서요.


으레 소낙비가 그렇잖아요. 안으로 울음이 가득 찬 포효가 들어찼고요. 으르렁대는 소리가 숲을 갈기갈기 찢는 것만 같았어요.


반짝이던 숲길이 어느새 공포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바뀌던데요. 어제가 꼭 그랬어요. 문득 분노가 치밀다 삶이 두려운 게 아니겠어요. 나는 여기, 그대로 서있더라도 날씨는 계속 변하니까요.


마치 무어라도 당하는 것처럼 삶을 노려봤어요. 나를 포함한 사람 모두가 그렇게나 안쓰럽더라고요. 연민이 일면 무력감을 느낍니다.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나는 그 사람 평생 안 놔줄 거야."


몸 아픈 여사님이 제게 말해요. 남편이 늘그막에 두 번째 바람을 폈다고요. 속으로 고 닳아 이렇게 아픈가, 처음 생각이 들지요. 남자 이야길 듣진 않았지만 피해를 상정하는 게 중요한가 싶어요. 여사님 이야길 듣다 보니 남자 역시 여간하게 몸에 고장이 났어요.


사람 인생이 마치 첩첩 산을 헤매는 것만 같아요. 이 산 넘고, 또 저 산 넘는 일에 괜히 분기가 나는 겁니다. 그러다 여사님이나 나나, 실은 결국 자기가 바라는 대로 가고 있지 않나 싶은 거예요.


기어코 찾아드는 겨울처럼 몸이 낡고 병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어요. 죽음은 영원이지만 삶은 찰나라고 하지요. 코스모스를 재독하고 있어요. 이 삶이 얼마나 완전하고 기적인지를 말해요.



좋아야 얼마나 좋을 것이며 나빠야 또 얼마나 그래요. 내가 그렇다고 생각할 뿐이지 위아래로 사연 많은 사람이 무수합니다. 철퍼덕하고 마음이 내려앉았어요. 여사님도 더는 걱정이 되지 않더라고요. 그대도 나도 그리고 이 변화무쌍한 삶조차 존경하는 마음이 듭니다.



내 시점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오늘 캄캄할지 몰라요. 날씨는, 삶은 그래요. 우리가 정말 고요하고 평안한 삶을 바라는가, 살피세요. 짭조름하고 눈물 나게 맵더라도 맛보고 즐기면 그만입니다. 정말은 그런 삶이, 그대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잊지 마세요.


즐거운 수요일이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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