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중간고사를 끝낸 작은아이는 다음주, 2박 3일의 졸업여행을 고대합니다. 초등학교 졸업식도, 중학교 입학식도 코로나 때문에 미적지근 넘어가고, 가족과 함께 찍은 번듯한 사진 한 장 없이 지나간 것이 맘에 걸려서졸업여행은 꼭 갔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탓에 수련활동 희망 여부를 재확인 해달라는 가정통신문을 받았지 뭡니까. 다행히 70% 이상이 동의하여 변동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시험 끝난 기념으로 친구들과 노래방도 가고, 마라탕도 먹고 오겠다던 작은애가 예상보다 일찍 귀가했습니다.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진 절대 함구하던 녀석이 이번에는 어쩐 일로 묻기도 전에 자신의 점수를 술술 털어놓습니다. 결코 우수한 성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시험이 갑자기 어려워졌다며 너스레를 떠는 녀석에게 '수고했다'는 말 외에 달리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저녁을 먹으며 시험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아이가 "애들이랑 노는데 죄책감이 들더라"라고 말하더군요. 신나게 놀고 온 줄만 알았는데... 마음속 보이지 않는 심란함의 무게가 제법 묵직했나 봅니다. 요란한 바퀴 소리를 내며사춘기의 긴 터널을통과하고 있는 딸아이한테서 점만 한 빛이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이 또한 다행입니다.
사실 작은아이는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자신의 공부법을 찾아보려고 무지 애쓰는 중입니다. 인강도 들어보고, 학원도 다녀보고, 혼자도 공부해 보고, 플래너도 써보고, 자신에게 어떤 보상이 가장 효과가 있는지도 확인하는 중이죠. 계속해서 다른 방법을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힘이 빠지지 않았으면 하고 기도합니다.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작은아이는 현재 영어와 수학만 사교육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영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방과후교실로 시작해서 2년간 매일 한 시간씩, 원어민 선생님과 노래와 게임으로 차근차근 파닉스부터 시작했죠. 그러다 3학년이 되면서 학교 근처 학원으로 옮겼습니다. 레벨 테스트에 대한 피드백이 정확하고, 꼼꼼한 데다 아이들의 특징을 빨리 파악하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체인으로 운영되는 영어 학원이었지만, 코스북과 리스닝, 스피킹, 라이팅 수업을 함께 진행했고, 코스북이 끝난 5학년 말부터는 문법과 리딩을 쉬운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들어갔죠.
아이가 초등 저학년인 경우는 엄마가 먼저 발품을 팔아 서너 곳의 학원을 추린 후 아이와 함께 가보길 추천합니다.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는 초등 고학년이 되면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으로 옮기고 싶어 할 거예요. 그때는 아이의 의견을 되도록 따르되, 과제를 밀리지 않고 반드시 한다거나 최소 몇 개월은 힘들어도 다녀야 한다는 등의 약속을 정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중간에 학원을 바꿔야 하는 사정이 생길 수도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때는 그만한 책임도 질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서요.
수학은 사교육을 다소 늦게 시작했습니다.대신 지오보드와 칠교, 펜토미노, 나무블록, 수 도미노 같은 교구로 집에서 놀면서 수 감각과 공간 감각을 익혔죠. 계산 연습은 문제집으로 하루 한 장, 아이가 벅차지 않을 만큼만 정해서 꾸준히 하도록 했습니다. 큰 아이는 친구들의 구몬(방문) 선생님을 무척 부러워했지만, 작은 아이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5학년이 되어 처음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죠. 첫 시험을 대단히 망친 아이가 제 입으로 학원을 다녀보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큰아이가 중학교 1학년을 마친 겨울 방학부터 수학 학원을 다닌 것에 비하면 이것도 이른 편이었죠.
6학년 1학기가 끝나갈 때쯤 중학교 선행을 나간다고 해서 그만두었습니다. 제 아이지만 중학교 선행을 나갈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한 학기 쉬면서 그동안 배운 것을 복습하고 해당 학년의 심화 문제집을 풀렸습니다.
중학교 입학 직전 수학 실력을 점검할 겸 레벨 테스트를 받으러 대형 학원을 갔다가 예상밖의좋은 결과에 고무된 아이는 덜컥 학원을 다녀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일명 드릴링 수학 학원에 입문하게 되었죠.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어마어마한 과제량에 압도되어 아이가 점점 지쳐가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한차례 학원을 옮긴 곳도 역시나 대형 학원이었지만, 소규모 개별 과외 형태라서 아이와 잘 맞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학년이 제각각이고, 고등학생들이 다수여서 그런지 아이가 쉽게 적응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렇게 서너 달 다니다가 아이가 과외를 알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게 작년 12월 이야기입니다.
큰아이도 그때까지 과외를 시켜본 적이 없던 터라 잠시 망설였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우리 아이에게 과외가 잘 맞을지... 사실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었죠. 그래서 일단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느라 좌충우돌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경험이 없다고 계속 학원을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학원을 선택할 때도 어느 정도의 품과 자기만의 기준이 필요하듯과외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각의 장단점을 알고, 기준을 세워두면 나중에 사교육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우선 학원의 장점은 과외에 비해 커리큘럼이 체계적이라는 것입니다. 대형 학원의 경우 수준별로 반도 다양하게 개설되어 있죠. 또한 강의 영상이나 테스트 자료 등 자체 제작했거나 보유하고 있는 자료가 우수한 편입니다. 아이가 다녔던 학원의 경우 틀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때까지 집에 보내지 않고 보조 선생님이 과제를 마칠 수 있게 도왔죠. 학원비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관할 교육청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교습비를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과외는 학원과 비교하면 시간 대비 비용이 훨씬 고가입니다. 대개 일대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가 부족한 부분, 필요한 부분만 수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학원이 제아무리 수준별로 세분화된 반을 꾸린다고 해도 학생 개별 수준에 맞춤한 과외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차이가 있죠. 왜냐하면 학원은 무조건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야 하고, 시간도 정해져 있어서 학원을 하나 바꾸게 되면 모든 스케줄을 다시 조정해야 할 정도니까요.
스케줄을 유연하게 정할 수 있다는 점도 과외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대학생 과외 선생님의 경우 시범 수업을 듣고 결정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다만 자신들도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러야 하는 학생이기 때문에 수업을 소홀히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갑자기 일정을 변경하는 일이 잦아서 그런 이유로 과외를 중단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더라고요. 따라서 부모가 자주 학습의 진도와 상태를 확인하고, 선생님과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희 집은 지하철역과 거리가 있고, 버스를 이용하면 마을버스로 다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과외도 스터디 카페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동 시간을 줄이기 것이 과외의 큰 장점인데 저희는 그런 점에서는 과외의 장점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죠. 물론 추가 비용도 들고요. 하지만 집을 치우고, 간식을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없어서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과외가 좋을까, 학원이 좋을까에 정답은 없습니다. 작은아이의 경우 다시 학원을 갈 것인지 계속해서 과외를 유지할 것인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모르는 것을 편하게 질문하고, 부족한 부분만 따로 공부하는 방식은 무척 마음에 들지만 학습량이 부족한 점, 그리고 선생님과 친분이 생기면서 아이가 느슨해진 느낌이라 선생님과 상담을 해봐야 할 것 같네요
큰아이는 그동안 수학 한 과목만 학원의 도움을 받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2학년이 되면서 중단하고, 과외로 돌렸습니다. 공부 욕심이 있고, 성실한 편이라서 혼자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이를 해소할 길이 없어서 과외로 보충하기로 했답니다. 학원을 그만두면서 불안한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막상 과외로 돌리고 나니 더 빨리 이 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걸 후회했습니다. 결국 고등학생은 시간과의 싸움이더군요. 혼공(혼자 공부)의 시간을 확보하느냐 못하느냐가 성적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선행은 방학기간 동안 인강이나 학원을 활용해 쭉 뽑고 학교에서는 기본과 개념을 다지고, 응용과 심화는 결국 시간을 들여서 스스로, 혼자 해야 하는 것이죠.
학원과 과외의 장단점을 간략히 적어놓고 보니 살짝 과외 찬양이 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부모의 경제력(?) 더하기 내 아이의 특성과 필요에 맞는 학습 방식의 선택 아닐까요? 좌충우돌하는 작은아이 덕분에 제게도 새로운 경험하나가 추가되었습니다.
덧. 며칠 사이 작은아이는 고민 끝에 혼공을 선언했습니다. 주 1회, 일요일, 아이가 푼 수학 문제의 수, 난도, 맞은 개수와 틀린 개수를 일 단위로 기록해서 점검받기로 했죠. 좀 적응이 되면 실수노트도 만들어보라고 할 생각입니다. 이번 시험에서 실수로 두 개를 틀렸거든요. 아이의 의지와 노력을 믿고 지지해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