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에 대한 새로운 관점

자녀와 함께 꼭 얘기해 보세요

올해가 두 달 남짓 남았네요. 벌려놓은 것들을 수습하려면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습니다. 두 달의 시간을 누군가는 '두 달씩이나' 하는 반응을 보일 것이고, 어떤 사람은 '두 달밖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겠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소위 '우선순위'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순위 하면 아이젠하워의 시간관리 매트릭스를 많이 떠올립니다.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시간 관리 매트릭스

수업에 가면 학생들에게 중요하지도, 긴급하지도 않은 일에 무엇이 있는지 포스트잇에 적고 붙여보게 합니다. 예상대로 게임, 유튜브 시청, SNS 등이 많이 보입니다. 이런 것들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면서 늘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부모는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죠. 그런데 아이들도 이런 부분을 모르지 않습니다. 줄여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요. 다만 스스로 통제가 어렵고, 불안하거나 외로운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스마트폰 외에 다른 걸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 문제랄까요? 그러니 공부 환경,특히 스마트폰 통제에 관련한 부분 그리고 불안한 마음을 신체 활동으로 해소할 방법에 대해 자녀와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둘째 딸아이와 우선순위에 대한 얘기를 하다 보면 깨닫는 점이 많습니다. 딸애는 한 달 넘게 남은 기말고사가 중요하고 긴급한 일이라고 합니다. 반면 이틀 뒤에 제출해야 하는 수행평가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이라고 하네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보통 우리가 급한 일이라고 하면 마감이 임박한 것들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마감기한의 관점에서 보면 한 달 넘게 남은 기말고사는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에 들어가야 할 것 같고, 이틀 뒤 제출할 수행평가는 중요하고 긴급한 일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딸아이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옵니다. 기말고사는 한 달이나 남았지만 더 불안하고, 긴장감이 높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그럼 당장 시작해야겠네? 계획도 세우고..." 하고 제가 말했더니 "이미 계획 세웠거든"하고 쿨하게 대답하네요. 이틀 뒤에 제출해야 하는 수행평가는 잘할 수 있고, 별로 걱정이 안 되기 때문에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이라는 제 나름의 이유도 덧붙입니다. 기특하게도 딸애는 경찰대(바뀔 수도 있지만 여전히 꿈은 경찰관) 입학 준비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중요하고 급한 일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쫓기는 인생을 살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일들이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들로 이동할 수 있도록 미리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죠. 제가 학생들에게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들로 강조하는 것은 독서, 진로와 가치관 고민, 건강 관리, 가족간의 대화 같은 것들을 예시로 듭니다.

학생들은 의외로 중요하진 않지만 급한 일을 잘 떠올리지 못합니다. 기껏해야 당장 운동하자고 혹은 쇼핑하자고 불러내는 친구 정도죠. 2학기 회장을 맡고 있는 큰아이는 이전보다 훨씬 바빠졌습니다.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전공어 선생님의 생신 파티, 과잠 디자인 선택, 과잠 비용 걷어서 업체에 송금, 유인물 걷어 제출하기, 중요한 수행평가 마감일과 학교 준비물 단톡방에 공유하기 등 말이죠.

하지만 큰애는 이런 일들을 작게 쪼개어 잘할 수 있는 친구들에게 위임했습니다. 과잠 비용을 걷고 관리하는 것은 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요. 자신이 꼭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에 집중하는 지혜와 눈치를 발휘하는 것을 보면 언제 저렇게 컸나 싶습니다.

자녀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세요. 우리 아이가 불안하게 느끼는 건 무엇인지,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들을 언제 하면 좋을지, 부모님께 도움을 청할 것은 없는지 함께 대화 나눠 보세요. 의외로 몰랐던 걸 많이 알게 되실 거예요. 내 아이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