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히의 법칙'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최소량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이 이론은 식물 생장에서 가장 소량으로 존재하는 무기성분에 의해 식물의 성장이 결정된다는 이론입니다. 1840년 독일의 식물학자 유스투스 리비히(Justus Lie'big)가 연구하여 발표한 것으로 아래의 그림은 최소량의 법칙을 설명하는 데 자주 사용되는 상징적인 그림입니다.
리비히의 물통 (출처: 네이버)
나무 조각으로 만든 통에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은 가장 짧은 나무 조각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죠. 여기에서 각각의 나무 조각은 성장에 필요한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와 요인을 상징합니다. 이게 공부랑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
제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알쓸신잡> 1편에서 정재승 박사는 이런 말을 합니다. "지능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학령이 높아질수록 점점 낮아져요."
알쓸신잡의 한 장면 (출처: tvN)
보통 IQ는 태어날 때부터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정재승 박사뿐만 아니라 수많은 과학자, 교육학자들은 IQ가 학습 능력과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죠. 만약 선천적인 지능지수가 학습 능력에 절대적이라고 한다면 저부터 좌절모드, 평생 부모님을 원망하며 살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평생 저희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며 살겠죠?
그렇다면 지능 말고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나머지 50%~80%에 해당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제가 모 초등학교의 요청으로 비대면학부모 연수를 했을 때 참석하신 학부모님들께 같은 질문을 했더니 다음과 같이 다양한 답변들이 나왔습니다.
개인 소장 (도구: 멘티미터)
역시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노~~~오력'(가장 중앙에 큰 글씨). 그밖에 동기, 성취감, 인내심, 환경, 습관, 공부 방법 등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습의 필수 요소들은 이처럼 다양했습니다. 그럼 다음 질문.... 이 중에서 우리 아이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요?
공부환경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다 하더라도 체력이 좋지 않다면 몸이 아파서 공부를 잘하기는 많이 어려울 것입니다. 저희 집 작은 아이처럼 과목의 편차가 지나치게 커도 문제가 될 수 있겠죠? 싫어하는 과목이 아이를 함정에 빠뜨릴 수도 있으니까요. 이제부터 우리 아이의 가장 짧은 나무 조각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시간관리가 안 된다면 '시간일기'를 작성해서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고, 허투루 낭비되는 시간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고요. 싫어하는 과목의 공부를 자꾸 미룬다면 짧은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만큼만 집중해 보는 시도를 해본다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붙여서 공부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시험불안이 유난히 높은 것이 발목을 잡는다면 큰 시험을 치르기 한 달 전부터 시험 당일의 스케줄에 맞춰 기상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청심환을 미리 먹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죠. 또 시험을 치르는 자신의 모습을 자주 상상하면서 마인드 컨트롤할 수 있는 호흡법을 훈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가장 짧은 나무 조각을 찾아서 메우는 작업은 분명 자녀의 몫입니다. 다만 부모님이 관심을 갖고 함께 방법을 고민해 주거나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자녀에게 조심스럽게 묻고, 필요한 도움을 적기에 준다면 자녀는조금 더 많은 물을 담을 수 있는 물통을 갖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 과정이 조금 더디고 힘들더라도 우리 아이를 믿고, 지켜보고, 때론 도움을 줄 수 있는 현명한 부모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