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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Feb 20. 2022

메타인지를 높이는 법

아는 척과 익숙함은 메타인지의 적

 

오늘도 유튜브 구독 채널에서 열심히 알림을 보내옵니다. 유튜브 하루 업로드 영상을 다 보려면 18년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있죠? 그만큼 누구나 손쉽게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고, 또 우리는 그것을 소비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다양한 콘텐츠 중에서도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SKY에 입학한 학생들이 자신이 했던 효과적인 공부 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의 조회수는 상당합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조언을 합니다.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찾아 그것을 중심으로 공부하라고 말이죠. 이 친구들은 자신들이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은 이유, 자신에게 취약한 과목, 그리고 정확히 무엇을 모르는지 제대로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타인지가 높은 친구들의 특징이죠.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학생 중 ‘이만하면 됐어’라고 말하는 이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이 공부할 것입니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는 ‘초인지’ 또는 ‘상위인지’라고도 불리는데 인지(cognition)에 대한 인지, 즉 우리가 무언가를 알고 있음을 알고 있다는 '인식된 인식'을 의미합니다. 그런가 하면 '인식된 비인식'도 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인식된 인식, 인식된 비인식은 모두 메타인지가 높은 수준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인식되지 않은 비인식'도 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경우를 보통 메타인지가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논어, 爲政 편에는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 이것이 진정 아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그 옛날 메타인지라는 말이 없었을 때에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고, 그 상태를 인지하는 것이 진정한 앎에 다가가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것은 다른 말로 나의 인지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능력이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으로 있는 폴 김(Paul Kim) 교수도 공부의 상위 기술로 메타인지를 꼽을 만큼 메타인지는 학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저희 집 두 아이가 우연히도 같은 날 학교에서 수학 시험을 보고 왔습니다. 6학년이었던 큰 아이에게 시험을 잘 봤냐고 했더니 한 문제가 헷갈렸다고 하더군요. 소수와 나눗셈 단원이었는데 헷갈린다던 그 문제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또 문제 풀이 과정 중 어디서부터 막히게 되었는지도 이야기했습니다. 4학년이었던 작은 아이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는데 아주 잘 본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기분 좋게 예상 점수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20문제 중 두 개를 틀렸을 것 같고, 자신이 목표한 90점은 넘은 것 같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더군요. 그런데 정작 그 두 문제가 어떤 문제였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시험 결과는 큰 아이의 경우 예상했던 것처럼 한 문제가 틀렸지만, 작은 아이는 자신의 예상 점수와는 큰 차이가 나는 75점이라는 점수를 받아왔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두 아이의 시험 결과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각자 예상한 점수와 실제 점수 간의 차이에 주목 주세요. 예상 점수와 실제 점수 차이가 적게 날수록 메타인지는 높고, 반대로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질수록 메타인지는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저의 아이들의 경우를 놓고 보자면 큰 아이에 비해 작은 아이는 메타인지가 많이 떨어지는 것이라 볼 수 있겠죠. 이와 비슷한 실험이 EBS 학습법과 관련한 다큐멘터리에도 있었습니다. 수능 상위 0.1% 학생과 일반 학생 사이의 단기 기억 테스트 결과, 단기 기억력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암기한 답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인지하는 능력에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메타인지가 떨어지는 학생들의 예측력은 왜 떨어지는 걸까요?

우선 자녀의 나이가 지나치게 어려서일 수 있습니다. 존 프라벨(John H. Flavell)은 메타인지의 개념을 이론화 한 학자인데 그에 따르면 메타인지는 성장 과정에 따라 성숙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얼마나 소화했는지 알지 못한 채 단지 ‘느낌’에 의존해서 공부하고, 능력보다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타인지가 떨어지는 학생들은 자신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무엇을 어떻게 얼마만큼 공부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책이나 문제집의 첫 장부터 들고 파기 시작하죠. 우리도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지 않나요? 수학의 정석을 세워놓으면 유난히 집합 부분만 새카맣게 변해있었던 경험 말입니다.




이쯤 되면 메타인지는 향상될 수 있는 것인지 무척 궁금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불패, 메타인지를 방해하는 적이 무엇인지를 먼저 아는 것이 더 중요하겠죠? 필자는 메타인지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척’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는 것이죠. 다행인 것은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고, 불행한 것은 그럼에도 아는 것처럼 보여 자신이 진정으로 알 기회마저 놓쳐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나의 메타인지를 위해서라도 아는 척은 되도록 멀리해야겠습니다.


메타인지를 방해하는 또 다른 적은 ‘익숙함’입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보고, 들어온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죠. 부모를 대하는 집에서의 내 아이와 학교에서 친구들을 대하고 행동하는 내 아이 모습이 다름을 알고 놀란 적은 없나요? 저는 작은 아이의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며 여러 번 놀랐습니다. 평소 말은 시켜야 하고, 싫어도 내색을 못하고 참는 성격 탓에 학년 초에는 늘 걱정이 많았습니다. 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남들 앞에 나서서 출 만큼 숫기 좋은 아이도 아니었죠. 그런데 선생님이 보는 저의 아이는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함께 춤을 추고,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자신이 해야 할 말은 꼭 하고 넘어가는 아이라고 했습니다. 공부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더니 매시간 수업을 집중해서 듣고 있고, 수업 태도 역시 흠잡을 데가 없으니 공부의 자신감을 키워주라는 조언도 덧붙여 주셨습니다. 학년이 바뀌고, 학기가 바뀔 때마다 이루어진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은 아이에 대한 메타인지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매일 자라고 성장합니다. 특히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내면의 변화까지 알아차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러니 자주 묻고, 확인하고, 관찰하세요. 내 아이를 잘 알고 있다는 착각과 과감히 이별하세요. 내 아이를 완벽한 타인이 되어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세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 각별한 사이가 되는 데에는 시간과 품이 들기 마련입니다. 내 아이도 매일 그렇게 만나주세요. 그럼 자녀에 대한 메타인지도 덩달아 향상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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