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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Aug 22. 2023

아이들이 듣고 싶은 말

10대 청소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중고등학교는 지난주 개학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끝나는 방학을 아쉬워했지만,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 가스 불 켜기가 무서웠던 엄마는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무반주 댄스와 소리 없는 환호로 대신했죠. 많은 초등학교 이번 주 개학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사건들로 방학 전과 달리 학교 분위기가 상당히 무겁다고 하는데 부디 학생들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2학기를 시작하길 바랍니다.


개학일부터 정상수업을 하는 학교가 많아서 저도 덩달아 지난주부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반갑고, 활기찬 얼굴을 마주하길 바랐지만,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알아버렸습니다. 그건 제 헛된 기대라는 것을 말이죠. 자유학기제 주제 선택 수업이라 각반의 다양한 친구들이 모이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학생들의 표정은 뭐랄까 멍하고, 살짝 혼란스러워 보였습니다. 강사인 저 역시도 학생에 관한 어떤 정보도 받지 못한 채 수업에 들어가긴 마찬가지지만, 이 서늘한 분위기를 얼른 반전시킬 필요가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데는 재미있는 게임만 한 게 없죠. 저는 거기에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담습니다. 나에 관해 생각해 보는 질문 12개를 담은, 일명 '人터뷰'. 같은 질문에 나와 답이 같은 친구를 찾아서 사인을 받는 아이스 브레이킹은 다소 소란스럽긴 해도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친구들을 만나고 말을 섞는 데는 그만이죠.


수업을 마치고 활동지를 걷어서 꼼꼼히 읽어봤습니다. 단 한 번의 수업으로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이 외워질 리 없어서 수강생 명단 옆에 특징적인 답변들을 간단히 메모했습니다. '최애 보물 1호'나 '최근 가장 받고 싶은 선물'에 '돈'이 압도적으로 많은 건 이례적이었습니다. 보통 남학생들은 최신 휴대폰이나 게임기, 컴퓨터, 자전거 같은 것들이, 여학생의 경우 최신 휴대폰, 휴대폰 액세서리, 굿즈 정도였는데 말이죠.


'나를 행복하게 하는 말은?'이란 질문에 '딱히 없음' 또는 '모름'이라는 답변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그밖에 '예쁘다', '잘생겼다' 같이 외모를 칭찬하는 말에 행복함을 느낀다는 답변도 다수 있네요. '수고했어', '사랑해', '고마워', '최고' 같은 흔한 답변은 단 두 명뿐이었습니다. 그래도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같은 휴먼 터치가 느껴지는 말 자신 행복하게 한다는 답변을 발견했을 땐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강사든 부모든 세대가 다른 어른이 10대 청소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나저나 다음에는 '내 인생 드라마' 대신 '가장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로 질문지의 물음을 바꿔야겠습니다. (쩝쩝)

싫어하는 과목엔 수학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지만, 체육이 싫다는 유일한 남학생의 답변도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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