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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Aug 27. 2023

입학설명회를 다녀왔습니다

전기고 입시 시즌이 되었습니다


작은아이가 낄낄거리며 제게 사진 한 장을 보여줍니다.

작은아이가 빵 터진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자매라서, 자매니까 선호도 취향도 비슷할 거라는 생각, 한 번쯤 해보지 않으셨나요? 하지만 사진처럼 제 두 딸은 아주 많이 다르답니다(외모도 사진과 비슷, 싱크로율 99.99%). 마치 관성처럼 큰아이를 키우듯 작은아이를 대했으니, 엄마로선 참으로 후회되는 대목입니다.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제 부족함과 잘못을 깨닫고 아이 둘을 다르게 키울 수 있어서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닙니다.


큰아이는 문과 성향, 작은아이는 이과 성향. 큰아이는 질문과 수다로 쉴 새 없이 조잘대는 타입이라면 작은아이는 입에 자물쇠를 달아놓은 것처럼 과묵한 타입. 큰아이는 철저한 계획형이지만, 작은아이는 계획형이라고 말하고 임박형의 행동을 보이는 전형적인 중3 소녀입니다. 큰아이는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면 작은아이는 경험적이고 실용적인 것에 보다 많은 관심이 뻗어있죠. 그런 성향 덕분에 작년에 서울과학전람회에서 '수면 ASMR이 청소년 수면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큰아이는 여러 번 시도했지만 수상하지 못했던 상이었죠.


큰아이는 욕심이 있는 편이라 조바심도, 걱정도 많은 반면, 작은아이는 느긋하고 인내심이 강하며 남들이 뭘 하든 간에 '마이 웨이'를 추구하는 특별한 구석이 있는 아이죠. 여간해서는 제 권유가 먹히지 않는 뚝심과 고집스러움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가 뜬금없이 작년 겨울방학에 학교 방과후활동으로 신청한 코딩 수업을 듣고, 소프트웨어 개발과 IT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서는 오조봇이라는 교육용 코딩 로봇을 갖고 놀게도 해봤고 제가 스크래치와 앱인벤터를 배워서 함께 게임을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반응은 영 신통치 않아서 '이 길은 아닌가 보다' 생각하며 깔끔하게 마음을 접었는데...


여름방학에는 자발적으로 캠프를 신청해서 다녀왔습니다. 무려 두 군데나 말이죠. 한 곳은 IT 관련 마이스터 고등학교, 한 곳은 회계 관련 특성화 고등학교. 캠프를 이수하면 특별 전형으로 고등학교 입학이 가능하다는 점을 흘려듣지 않은 것이죠. 학기 초,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학교장 추천을 받아서 학교에서 주최하는 캠프에 참여한 것만으로 방학 동안 빈둥거리는 작은아이를 자비롭고 인자하게 대할 수 있었습니다(불쑥 올라오는 걱정과 근심은 제 몫이니까요).


사실 캠프에 참여하기 전, 작은아이는 회계 고등학교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자기는 수학을 잘하기 때문에(성적과 별개로 자신감이 넘치는 경향이...) 회계 고등학교가 더 맞을 것 같다더니 막상 캠프를 다녀와선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자신은 IT 관련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이죠.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두 가지를 모두 다 체험했는데 자신은 디자인보다 프로그래밍이 더 맞는 것 같다고도 했죠. 1박 2일, 자고 오는 짧은 캠프에서 친한 친구도 만들어 오고, 침구류를 가져가는지 몰라서 당황스럽고 불편한 잠자리였을 텐데도 불평 없이 캠프를 마친 작은아이가 대견했습니다.


오늘은 아이와 함께 캠프에 참여했던 학교의 입학설명회를 다녀왔습니다. 학교별로 전형 요강이 발표되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학교의 시설과 통학 거리 등을 꼼꼼히 체크하기 위해 아이와 함께 다녀온 것이죠. 3학년 1학기까지의 전 과목 성적이 반영되는 터라 설명회를 다녀온 아이는 좀 심란한 표정이지만(과목별 편차가 심하거든요), 자기소개서와 구술면접을 잘 준비해서 작은아이가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입시를 준비하는 큰아이와 다른 길을 걷겠다고 말하는 작은아이의 선택도 큰 용기라 여기고, 그 선택을 지지하며 곁에서 열심히 돕고 응원하겠습니다. 아이가 클수록 부모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점점 작아지는 것이 안심되기도 하면서 쬐~끔 섭섭하기도 하네요. (갱년기인지 오지 않은 가을을 서둘러 타는 것인지... 저도 제 심경을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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