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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효 Jan 08. 2024

[Today Insight] 스타트업 혹한기의 끝?

눈에 띄는 한 기업, 피스피스스튜디오.

지난 3일, 스타트업 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107개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시리즈 A 단계에서 8574억원의 투자를 받았다고 한다.

투자 한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2년 하반기의 1조 4052억(171개사)과 23년 상반기 8949억원(121개사)에 비하면 투자 유치액과 투자를 받은 기업의 수는 적지만 기업당 조달액은 8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의 기업당 조달액인 74억보다 늘었다고 한다.


여기서 시리즈 A투자가 뭔지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겠다.

출처: 오픈트레이드, X축: 시간, Y축: 매출

상단에 보이는 사진과 같이 투자 라운드는 일반적으로 시드머니 투자 > 시리즈 A > 시리즈 B > 시리즈 C로 이어진다. 이때, 투자자가 IPO나 M&A로 엑시트할 때 까지 투자 유치가 계속되는 경우 시리즈 D,E,F로 투자 라운드가 추가된다. 

(엑시트: 투자 후 출구 전략을 의미. 투자자의 입장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받은 주식을 팔아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 설명하기엔 너무 길고 시리즈 A만 보자.

시리즈 A는 시장 검증을 마친 시제품/베타 버전을 정식으로 오픈하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를 의미하며,

장기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및 스케일 업이 필요하다.

보통 투자금은 서비스 출시 및 모니터링, 마케팅에 이용되며 VC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단계이다.


즉, 사업 모델이 시장에서 작동하는지 판단하는 가늠자가 시리즈 A이다. 시드머니 투자 이후 유의미한 성과를 보인 스타트업이 받는 투자가 시리즈 A 투자가 되는 것이다.


약 1년 6개월간 사업모델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지표가 까다로워지며 (고금리 등의 소비 위축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에 쉽게 투자하지 않았는데 이번 하반기 투자액의 현황을 보고 투자 혹한기가 끝을 향해 달려간다는 의견이 다수 나오고 있다.


출처: 한국경제


이 사진은 올 하반기 시리즈 A 투자 현황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업의 성장이 눈에 띈다. 실제로 시리즈 A 투자유치 1위 기업이 DPU 시스템 반도체 설계사인 망고부스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기업은 피스피스 스튜디오다. 

시리즈 A 투자유치 Top 10 기업 중 유일하게 패션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23년 하반기 시리즈 A 투자에서 패션은 6.9%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 중 5.8%가 피스피스 스튜디오의 지분이다.


오늘은 피스피스 스튜디오가 어떤 기업이고, 어떻게 패션 브랜드가 이렇게 많은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다들 저 꽃 모양이 그려진 옷을 한번 쯤은 보았을 것이다.

저 브랜드의 이름은 '마르디 메크르디'로 '화요일 수요일'을 의미하는 프랑스어이다.

이 브랜드를 런칭한 기업이 바로 피스피스 스튜디오다.


피스피스 스튜디오는 2018년 박화목 대표와 이수현 감사가 창업한 기업이며,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플라워 마르디를 기반으로 한 감각적인 디자인이 런칭 초반부터 화제가 되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후, 스포츠 라인인 마르디 메크르디 악티프와 키즈 라인인 레쁘띠, 핸드백 라인인 르삭 등을 차례로 런칭하며 토탈 브랜드의 이미지를 다지고 있고, 최근엔 반려동물을 위한 마르디 메크르디 쥬디를 런칭하였다.


피스피스 스튜디오의 확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능한 CD(Creative Director)들을 영입하며 자회사를 만들고 있고, 이 자회사를 통해 브랜드 론칭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4개 법인에서는 하반기 신규 브랜드를 연이어 런칭했다. 지난 3월 인수한 먼데이에디션은 여성복 ‘큐드로이’를, 파운드오브젝트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르노’를, 오픈디스아이디어는 뷰티 브랜드 ‘나디스’를, 샤이대디는 아동복 ‘샤이썬’을 런칭했다.


이같은 레이블 회사는 일 년에 한, 두개씩 지속적으로 선보여 질 것이라고 강조했고, 올해 '마르디 뷰티'가 론칭될 계획이라고 한다.

과거에도 패션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뷰티가 많았지만 자체 조사를 통해 지난 10년간 제대로된 브랜드가 없었다고 판단, 피스피스스튜디오는 토틀 브랜드를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리브영의 한 세그먼트를 다 채울 수 있을 정도의 스타일 수를 책정, 국내부터 해외에 이르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로의 육성을 꿈꾸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기존 100% 국내생산 형태의 생산을 해외생산과 병행키로 결정하였다고 하며, 국내는 반응 생산 위주의 라인을 가져간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원가 절감 효과가 발생하고 이를 퀄리티 확보에 집중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마르디 메크르디는 메타버스 ZEPETO와의 협업을 통해 공식 월드맵을 오픈하고 포켓몬 등의 유명 브랜드는 물론, 악뮤 등 유명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 아카이브를 확장시키고 있다.

출처: 스타패션 네이버 블로그

국내 유통망 확장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위한 콘텐츠 역시 강화시키고 있는데 현재 마르디 메크르디의 오프라인 매장은 잠실롯데올드몰, 신세계강남점,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 #1,2 총 4군데에 위치해있으며 최근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2가 리뉴얼 오픈하였다.


또한, 마르디 메크르디는 해외 인지도 역시 탄탄하다.

작년, 중국 상하이의 선전, 도쿄, 방콕 등에서 진행했던 팝업 스토어의 인기가 뜨거웠으며 국내 매장을 찾는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출처: 더구루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는 매월 20~30억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외국인들로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한남 직영 매장이 27평인데 지난 3월부터 월 매출이 17~24억이 발생하고 있으며 90%는 외국인이라고 하며, 주로 일본인 60%, 대만,동남아,중국인이 대략 20%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마르디 메크르디는 지지난 하반기부터 지난 상반기까지 중국 주요 거점 도시와 도쿄, 마카오, 방콕에 오프라인 스토어를 오픈하였으며 올 1월에는 인도네시아에 팝업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활동들을 토대로, 피스피스 스튜디오는 안정화된 수익구조 및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500억 상당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번 투자를 기점으로 피스피스스튜디오는 글로벌 사업 강화와 오프라인 및 신규 브랜드 확대를 통해 3년 내에 기업 공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박화목 대표는 이러한 피스피스스튜디오의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말하였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재능있는 인재들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지난 3월 기업의 경영을 책임질 신사파트너스 서승완 대표를 영입,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해외 사업 본부를 신설하고 글로벌 패션 전문가인 이영철 본부장을 영입했다.


또한, 실력있는 CD를 발굴하고 지원하여 신규 브랜드를 런칭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자회사인 ▲프래그런스 브랜드 ‘나디스(Nadis)’,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르노 글래스(ARNO GLASS)’, ▲주얼리 브랜드 ‘먼데이 에디션(MOMDAY EDITION), ▲여성 캐주얼 브랜드 ‘큐드로이(Qduroy)’, ▲여성 신규 디자이너 브랜드 ‘폴리아듀(FolieADeux)’ ▲라이프스타일  ‘파운드 오브젝트’ ▲아동복 ‘샤이선’ ▲ ‘튜웨드믹스’ ▲‘티더블유레코즈’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파운드 오브젝트’, ‘폴리아듀’, ‘샤이선’ 등은 하반기 런칭 예정이고, 내년에는 글로벌 라이선스 브랜드도 새롭게 런칭할 예정이다. - 출처 Dito)

체계화된 경영 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전략기획 및 재무관리 전문가를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화목 대표는 “이번에 500억원이라는 큰 자금을 투자받았으나 피스피스스튜디오를 이끌어가는 것은 자본과 자본시장 인프라가 아닌 CD, 아티스트들이 핵심이다. 피스피스스튜디오는 가능성있는 어린 친구들과 브랜드를 발굴하고 투자하여 한국 패션씬에서 없었던, 돌아이 같은 재미있는 것 많이 하는 회사, 돌아이 같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티스트 들이 모여서 놀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다”고 말했다.


또한 박화목 대표는 "피스피스스튜디오가 무신사라는 우산을 쓰고 비를 피했던 것처럼 피스피스 스튜디오 역시 재능있는 브랜드, 디렉터들의 우산이 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피스피스스튜디오는 크게 2가지의 부분에서 그 사업성을 인정받았다.

첫째, 유능한 CD들을 통해 만들어진 자회사들과 그 브랜드들로 안정화된 수익구조를 형성하였다. 또한, 브랜드간 체계화된 경영 프로세스 구축의 필요성을 인지하여 전략기획 및 재무관리 전문가를 영입할 계획을 세웠다.

둘째, 글로벌 사업성을 인정받았다. 2021년 무신사와 함께 일본 진출에 성공한 것을 토대로, 중국 주요 도시, 마카오 등 굴지의 도시에 팝업스토어를 열며 글로벌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의 성공은 일본 패션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고 브랜드 공식 스토어와 팝업 행사로 거둔 매출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성과이다.


마르디 메크르디가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감각적인 디자인이 1순위일 것이다. 

단순한 꽃 그림이 그려진 브랜드의 옷들은 소비자들에게 마르디 메크르디를 각인시켰다.

사실 이러한 꽃그림은 2019년 SS시즌의 테마를 꽃으로 잡고 한 시즌에만 이용할 생각으로 꽃이 들어간 아이템을 다수 선보였는데 큰 인기를 끌고 무신사 입점에 중요한 영향을 끼쳐서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적당한 가격대도 실 구매로 이어지게 한 주 요인으로 꼽힌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보다 낮게 설정된 가격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렇게 초반에 성공한 패션 브랜드들을 우린 여럿 봐왔을 것이다.

하지만, 피스피스스튜디오는 다른 패션 브랜드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행보를 보인다.


피스피스 스튜디오는 단순한 패션기업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전개하는 '빌드업 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히 옷만 파는 것이 아닌, 유능한 CD와 그들이 만든 새로운 자회사를 통한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를 전개함으로써 그 수익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해외에서 주목받는 건 마르디 메크르디가 전부이며, 어떻게 여러 자회사가 가진 제품을 해외로 진출시킬지도 고민해보아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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