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내가 4번

어느덧 초3이 된 아들의 이야기

by MINHYO

사실 3학년 반배정을 받았을 때, 아들의 번호를 보고 아차 싶었다. '하필이면 네가 4번이라니..'


평소 긍정어 보다 부정어를 자주 내뱉는 자식의 성향을 아주 잘 아는지라 조만간 사달이 나겠다 싶었다. 그런 것치곤 용케 6월까지 잘 버텨온 아들이 내심 기특하기도 했으나 결국 문제의 4번 때문에 아들은 최근 본격적으로 투덜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 달 한번 병원에 가는 길, 병원 엘리베이터 층수를 한참 바라보던 아들이 역시나 오늘도 말했다.

"엄마 여기는 4층이 없어. 봐. 바로 5층이잖아? 왜 없는 거야!?"

아들이 여러 번 재차 집요하게 물어봤지만 바쁜 척 쳐다보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


"엄마, 병원에도 4층이 없는데 학교는 왜 4번이 있는 거야?"

"친구들이 죽음의 4(死) 자라고 자꾸 놀려. 왜 하필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왜 하필 안 좋은 건 다 나에게만 일어나는 거야? 나는 진짜 운이 없어. 번호도 하필 4번이라니"


병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진료실까지 걸어가는 그 시간이 꽤나 길게 느껴졌다. 진료예약시간이 임박했다는 핑계로 일단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아들을 달래면서도 한 번씩, 역시 너네 초등학생들은 유치하구나 이름, 번호로 서로를 그렇게 놀리다니. 언제쯤 클래? 라며 비교적 가볍게 하찮다는 듯 받아치며 넘어가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걸 안다.


"엄마 내가 왜 하필 4번이야?"


이 질문(을 가장한 불만표출)을 병원을 나서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도 아들은 셀 수 없이 반복했고,

나의 인내심도 슬슬 바닥이 드러나 분노로 점화가 되려는 그때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엄마 네잎클로버! 네잎클로버가 4장이잖아! 그리고 행운을 상징하잖아. 친구들이 나를 놀릴 때마다 나는 네잎클로버를 생각할 거야! 네 잎클로버 덕분에 목숨을 구한 나폴레옹처럼 말이야!!"


아들을 바라보던 나의 시야가 순간 흐릿하게 일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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