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아빠 이야기 -
“엄마 오늘 10일이야?”
“엄마 오늘 무슨 요일이야?”
“엄마 오늘 몇 월 며칠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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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날짜를 묻는다.
달력을 보면서도 물어보고
신나게 놀다가 뜬금없게 물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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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나는 주로 건조한 말투로 이렇게 대답한다
“달력 봐”
하지만 아주 가끔 기분이 좋으면 친절하게 알려준다.
(아마도 10번 중 1-2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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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날짜에 대한 질문을 할 때면
나는 내 아빠의 싸늘한 표정이 항상 떠오른다.
9살쯤이었던가, 별생각 없이 던졌던 질문 하나,
“아빠, 오늘 며칠이야?”
아빠는 내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무서운 표정으로 이렇게 호통을 쳤다.
“니 날짜 관념이 없나! 학생이 날짜도 모르고 사나! “
“학교는 폼으로 다니나! 뉴스 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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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에
내 눈은 눈물로 차오르고,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애꿎은 TV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아빠는 화난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나는 눈물을 닦고 또 닦았다.
다음부턴 날짜는 절대 묻지 말아야겠다고
굳게,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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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는 그 후로도 여러 방식으로 나를 괴롭혔다.
학교 담임선생님이 며칠인지 묻는 질문에
혹여 틀릴까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고,
숙제로 쓰는 일기에도
날짜가 틀리지 않는지 여러 번 확인했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날짜에 대한 나의 집착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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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들이 왜 날짜를 묻는지 알고 있다.
나의 기분을 확인한다는 걸 오래전부터 알았다.
그래서 기분이 좋을 땐 더욱 밝게 대답해 주고,
기분이 나쁘면 나를 간본 다는 생각에
더욱 냉담하고 건조하게, 혹은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상처받은듯한 아들의 표정은
어렸을 적 나의 모습과 너무 닮았지만
달리, 내가 어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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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나가버리진 않는다.
그것이 아빠와 나의 차이점이다.
날짜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아들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 전에
다시 표정을 고치고, 아들을 바라보며
다른 이야깃거릴 찾아서 대화를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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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하고 싶었구나 아들
알고 있어 내가 그랬거든.
날짜는 중요하지 않아.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