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하지 않는 엄마 2

아들, 넘어지지 말 것.

by MINHYO

“뛰지 마”


아들에게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일 것이다. 아들은 뛰는 것도 거의 날듯이 뛴다. 그래서 넘어질 때마다 데미지도 크다. 아주 퍽퍽 소리 나게 넘어지니 다리는 당연 온통 멍투성이다. 제대로 걷기도 전부터 아들은 어설프게도 자꾸 뛰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해놓곤 어설프게 뛰면서 성질만 버럭버럭 냈다. 그래도 그땐 4,5살쯤 되면 사람답게 걸어 다닐 거란 희망이 있었다. 적어도 넘어지진 않겠지. 6살이면 손잡고 어디든 갈 수 있을 만큼 아주 안정적일 거야. 지금은 모든 게 어설퍼서 일거야.라고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던 나날들이 무색하게도 나는 최근에 아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아니, 7살인데 왜 길바닥에서 기어 다니고 지랄이야!”


그래, 기어 다니는 건 내 계획에 없었지. 아들의 자발적 퇴행은 내 계획엔 없었다. 뛰지 말라는 집에선 뛰지, 뛰어도 되는 밖에선 기어 다니지.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어느 동네 어디 놀이터를 돌아봐도 아들만큼 설치는 아이를 본 적이 있던가! 가뜩이나 옷도 두꺼워 세탁하기도 힘든데, 빗자루처럼 모래바닥을 쓸고 다니는 아들을 보니 한숨과 분노가 터져 나왔다. 그러다 결국 마침내 아이의 뒷덜미를 잡고 억지로 일으켜 세우는데,


“야옹야옹 엄마 나는 고양이야”

“야옹야옹 아기 고양이니깐 살살 다뤄야 해 “

“야옹야옹 우주를 지키는 나는야 우주 고양이”


지나고 보면 충분히 귀엽게 볼 수도 있었을 이 상황에서 나는 현타가 왔다. 아, 나는 아들이 아니라 우주 고양이를 낳았구나. 어쩌지 난 고양이를 별로 안 좋아해서, 게다가 넌 너무 시끄럽고 너무 부담스러워……

라고 잠깐 알 수 없는 생각에 잠깐 빠졌을무렵 ,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들 주변에 우주 고양이가 네 마리 정도 더 생겼다. 그들끼리 깔깔 거리며 이제 저 건너편 화성에 착륙해서 '무러기'(아들이 지어낸 상상 속의 생명체)를 심자며 기어서 이동하던 중 아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났다며 "엄마!!" 하고 소리치며 전속력으로 나를 향해 달려왔다.


“퍽” "으악!!!!!!!! “


꼴좋게도 아들은 또 넘어졌다. 오늘만 벌써 세 번째다. 정확히는 하원 후 노는 25분 동안 세 번이나 제대로 넘어졌다. 아들은 무릎이 어지간히 아픈지 끙끙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째려보는 엄마의 시선을 느꼈는지 일어나다가 다시 벌러덩 누워서 두 팔을 휘휘 저었다. 오늘은 저 점퍼를 기어코 세탁기에 넣게 되는구나. 그렇다면 나도 그냥 있을 순 없지.


"아들. 우주에 중력이 어딨다고 자꾸 넘어져? 정신 차려! 여긴 지구고 한 번만 더 넘어지면 진짜 우주로 날려버린다? 그리고 놀이도 끝이야 집에 갈 거야! “


육아 전문가가 하지 말라는 창의력 무시 발언+협박 멘트는 이제 나에게 아무런 죄책감을 주지 않는다. 엉덩이를 후려치지 않은 나를 제법 기특하게 여길 뿐. 그리고 오늘은 잘 참고 위기를 넘겼다며 반성 아닌 자기 합리화만 할 뿐이다. 아들이 분명 또 넘어질 것이란 생각에 나는 분주히 갈 준비를 하며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런 나를 향해 아들은 찢어지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엄마 바보야? 정신 차려!!!! 여긴 달이라고!!!!! “

아들은 보란 듯이 벤치에서 뛰어내려 아주 느린 걸음으로 나를 지나쳤고, 나는 오늘도 반성하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반성하지 않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