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은 가장 원시적 공간이다. 태초부터 인간이 육체적 본능과 욕구를 동일하게 배출하는 공간이다.
가장 창의적 공간이기도 하다. 손에 핸드폰만 없다면 큰 일을 치루면서 다양한 생각을 한다. 하루의 일정을 계획하기도 한다. 샤워를 하면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머리속을 튀어 나온다. 그런 공간이 옛집에서는 사진처럼 엉망이었다. 있던 생각도 달아날 곳.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었다.
바닥과 깔맞춤인 변기와 세면기 색상. 요즘은 저런 색 도기를 찾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그때 그시절 감성 같은데, 그때 어떻게 저런 색을 과감하게 사용한 것인지 궁금하다. 아마도 지저분한 것들을 가리기에는 더 편리한 색상이기에 그 시절 실용적 디자인의 시도였지 않을까 싶다.
전형적인 시골 화장실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공간 구성을 이러저리 구상해봤다. 유럽식으로 세면대를복도에 두기에는 화장실 바깥쪽에 위치할 곳이 없고, 조적을 하여 샤워실과 변기를 분리시키려고 하니 화장실이 협소해보이는 크기다. 화장실의 모양도 문제다. 보통은 우리네 사는 아파트는 직사각형 모양의 화장실 공간이 정사각형으로 되어 있다. 정사각형 공간의 화장실은 변기, 세면대, 샤워기의 위치 선정이 쉽지 않다. 결국은 지금 구조에서 크게 변경을 하지 않고 그냥 넓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했다. 위치를 바꾸고, 변경하면 공사가 너무 커지고 비용이 많이 든다.
일단 때려부쉈다. 천장까지 철거를 하고보니 천고가 높은 화장실 공간이 멋져보였다. 가정집의 화장실은 천고가 낮다. 보통 우물천장을 넣어 마감을 많이 한다. 그 이유는 욕실 공간에 보온 때문이다. 따뜻한 공기가 넓은 공간을 채우기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에너지도 많이 소모되지만, 좁은 공간은 빨리 데울 수 있고 에너지 소모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집 화장실은 낮고 좁은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천장까지 할 생각이 없었지만, 뜯고서 가만히 보니 마감되지 않은 벽돌들이 화장실 공간과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내버려두자.
화장실의 벽면을 채울 타일 고르기가 화장실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방으로 치면 벽지를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타일을 고를 시기에 테라조 타일이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다. 옛날 학교 바닥은 회색 테라조 무늬가 많았다. 지금도 여전히 공공기관이나 옛 빌딩을 다니다보면 테라조 무늬의 마감이 많이 보인다. 요즘은 테라조에 들어가는 무늬가 큼지막하게 포인트를 주거나 색깔이 들어가서 자연스러운 타일이 많이 쓰인다. 이 집과 어울리는 타일이라 직접 타일집에 가서 받아왔다. 배송비를 아끼려고..
타일 시공은 이때가 두번째다. 세라픽스 본드로 고르게 바르고 타일을 잘 붙이면 된다. 타일 기술자들은 여러가지를 신경쓴다. 타일의 처음 시작점이 어딘지, 어떻게 어디서 짤리는지, 바닥 타일과 어떻게 만나는지, 타일 간격은 얼마나 띄울지, 그런 결정들이 마무새를 결정하고 기술적 마감의 세련됨을 결판낸다. 그냥 무턱대고 붙이기 시작하면 이렇게 되면 안되는데, 하는 순간이 온다. 그냥 돈주고 업자 부를껄 하는 순간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유투브를 많이 찾아보고 시공 전에 많이 고민하고 머리로 가상 시공을 해본다. 그래서 모든 재료를 준비해 놓고 첫장을 붙이기 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타일 붙이는 것도 쉽지 않다. 타일이 본드에 잘 붙어서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하는데, 콕콕 때려주면서 옆 타일과의 높이와 위아래 선들과 수평 수직이 잘 맞는지 계속 확인해야한다. 싸구려 레이저를 띄워놓았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뒤로 물러나 수평 수직이 맞는지 오락가락 하면서 타일을 붙이니, 힘들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간다. 다시 생각이 든다. 그냥 업자 부르는게 나을 것 같은데..
화장실 바닥 타일을 보통은 벽면과 다르게 어두운 색을 많이 한다. 지저분한 머리카락이라든지 이물질들이 잘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나는 그냥 모두 같은 타일을 썼다. 화장실이 거실보다 많이 낮게 있기에, 바닥을 철거하지 않고 몰탈을 채우고 기울기를 잡아서 타일을 붙이기로 했다. 기존에 세면대에 샤워기가 일체형식으로 있는 수전이었지만,세변대와 분리해서 다른 위치에 설치하기 위해서 배관도 만들었다. 보일러 배관과 바닥 방통을 하면서 이부분은 배관 업체 사장님이해주셨다.
줄 눈을 넣은 뒤에 변기를 앉힌다. 변기의 모양도 다양하다. 가장 형태가 단순해 보이는, 아래부분이 곧게 뻗어 내린 변기 모양으로 선택하였다. 수평을 잘 맞춰서 설치를 해야 큰 일(?)을 바르게 잘 치룰 수 있다.
새로운 배관을 매설하고 샤워기 수전을 설치했다. 가장 심플한 수전을 선택했는데, 샤워기에 물나오게 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수도꼭지에서 샤워기로 물을 트는 변환 버튼이 없다. 어떻게 샤워기로 물이 나오게 할지는 퀴즈..
세면대도 하부장이 있는 세면대를 찾느라고 애를 썼다. 물을 쓰는 공간이라서 물에 강한 소재로 된 하부장이어야 한다. 가격도 저렴하지 않다. 세면대와 하부장과 별도로 수전도 구매를 해야한다. 단순한 것이 가장 미적인 것이다.
거울과 거울 조명도 달았다. 아쉽게도 세면대 정면에 부착하기에는 거울이 크다. 나중에 이 거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예쁘고 작은 거울로 세면대 앞에 설치 해봐야지.
옆 면에 거울이 부착될 수 밖에 없었던 거울과 세면대.
천장 쪽에 페인트 칠을 하고 조명을 달았다. 화장실에 사용하기에 조금 부담스럽지만, 높은 천고와 벽돌과 어울리는 조명이라고 생각했다. 거울에 비치는 자신과 전등과 화장실 분위기가 셀카를 찍고 싶어할만한 장면이길 바라면서..
화장실에도 간접등을 사용하면 특별한 분위기가 될 것 같아서 타일 상부에 띄워진 공간을 사용해서 간접등을 설치했다. 분위기가 훨씬 모던해진다.
환풍기가 없었기에, 벽을 뚫어서 배관을 설치할 구멍을 냈다. 겨울에 추위를 고려하여 고급 바디 드라이어와 온풍기 겸용의 환풍기를 구매했다.
일반 화장실과 같은 천장이 없기에, 환풍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앵글을 주문하여 프레임을 만들어서 화장실 문 위쪽에 설치했다. 배관도 은색 주름관이 아닌 화장실 컬러에 묻힐 수 있는 흰색 주름관을 찾아 주문했다.
#before&after
기존에 있던 세면대와 새로 설치한 새면대
기존의 변기와 새로 설치한 변기
기존의 천장과 새로 만든 천장과 조명
화장실은 한국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아마도 화장실에서 찍은 셀카 사진만 따져보면, 한국 사람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싶다. 잘나가는 카페, 백화점은 화장실 공간도 하나의 브랜딩 연출 공간이다. 화장실 때문에 그곳을 찾지는 않지만, 화장실이 공간을 더 특별하게 하는 것은 맞다. 그래서 화장실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을 꽤나 많이 했고 셀프로 작업을 하면서 만족할만한 공간으로 변신했다.